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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⑨ 작품 속 사람들] 트라우마의 상처를 줄여나가려는 노력, “버닝필드”의 우종희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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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⑨ 작품 속 사람들] 트라우마의 상처를 줄여나가려는 노력, “버닝필드”의 우종희 연출
  • 권애진 기자
  • 승인 2020.03.06 0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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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코로나19가 만연한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확진자나 의심환자 뿐 아니라 최전선에서 대증요법으로 치료를 하고 하는 의료진은 가장 심각한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연일 뉴스와 신문에서 접하는 자극적인 제목들에 거의 온 국민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당장의 치료와 대책만을 중요시하며, 사람들의 마음이 입은 상처에 대해 애써 감추려고만 하고 있다.

또한 자극적이고 무분별한 보도는 누군가의 트라우마를 다시 불러오기도 한다. 심각한 트라우마는 종종 그들 주변의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바꾼다. 그들은 그들의 안정감을 잃을 뿐 아니라 자신이 약하고 무기력하다고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통을 주기 위한 의도까지 포함된다면, 어떤 이들의 대인관계 세계는 심각한 수준으로 저해될 수 있다. 필요 이상의 상세한 묘사는 누군가에게 트라우마의 상황을 상상하게 하고, 이는 트리거(침입을 일으키는 기억)로 작용하여 트라우마 반응을 거듭하여 유도할 수 있다.

그러한 트라우마는 약물과 상담치료 외에도 요가 등 신체요법, 글쓰기, 미술, 연극 등 그라운딩 방법(불안과 공포를 줄이는 치료적 접근)으로 상처를 줄여 나갈 수 있다. 이 중 연극이나 음악, 미술을 통한 트라우마 치유는 트라우마를 겪는 모든 이들이, 문화예술 작품을 바라보거나 참여하는 것을 통해 나만이 가지고 있던 문제라고 숨기고 치부되던 상처들을 공감하며 자신의 모습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개방함으로써, 자신을 치유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한 시점에서 자신이 소방관의 가족으로 겪은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며, 모든 이들의 마음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연극 <버닝필드>의 우종희 연출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소방관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함께 탐사보도 기자의 정체성까지 이야기하고 있는 이번 작품은 이머시브 형태로 진행되어 관객들이 직접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듣고, 움직이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소방관이었던 아버지를 통해 느꼈던 감정들을 이야기로 만들어 낸 우종희 연출 /ⓒAejin Kwoun
소방관이었던 아버지를 통해 느꼈던 감정들을 이야기로 만들어 낸 우종희 연출 /ⓒAejin Kwoun

소방관을 아버지로 둔 연출님의 인생 또한 녹아있는 작품 <버닝필드>는 깊은 안타까움이 가득했습니다. 친한 이들에게조차 쉽게 꺼내기 힘든 ‘트라우마’를 주제로 연출님은 어떠한 계기로 이 작품을 쓰게 되셨을지 궁금합니다.

; 저희가 무대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건 자체도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해보면) 비슷한 사건들을 수 없이 발견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심지어 이 작품을 쓰고 리허설 하는 기간 동안에도 비슷한 비극이 수차례 발생해서 마음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데자뷰가 아닐까 할 정도로 빈번하게 소방관들의 PTSD로 인한 비극적 죽음이 매번 발생하고 있습니다.

극 중, 소방관의 아들이자 탐사보도 전문기자 정진우가 “보이세요?”라고, 초반 텅 빈 무대에 주인 없이 널브러진 소방장비며 방화복들 사이에서 이런 말을 꺼냅니다. 이러한 비극적 사건에 대해 먼저 알리고, 재조명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러한 이야기들을, 우리 주변에서 발생했던 그리고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 좀 더 많은 이들이 진지하게 바라보게끔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말하는 말처럼 기자 분들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기사를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과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소방관들과 정신과 의사, 탐사보도기자 역할을 맡은 배우들과 함께 한 우종희 연출 ​/ⓒAejin Kwoun​
소방관들과 정신과 의사, 탐사보도기자 역할을 맡은 배우들과 함께 한 우종희 연출 ​/ⓒAejin Kwoun​

이머시브 형태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관객들의 참여를 통해 공감을 더욱 이끌어 냈습니다. 이틀간의 짧은 공연 동안 무대에서 무대장치와 배우의 동선 뿐 아니라 관객들의 동선을 어떻게 예상을 하신건지 너무 궁금할 정도로, 관객들이 몇 번의 이동지시 빼고는 자의적으로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75분간 스탠딩으로 관람을 하도록 무대를 만들게 된 과정들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들이 듣고 싶습니다.

; 작품 개발 초기에는 공간 자체를 갤러리 형태로 꾸며 각각의 인물들과 작품과 관련된 사건들을 자유롭게 바라보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미술관에 가면 보통 주로 서서 어떠한 대상을 응시하게 되는데 그러한 경험이 이번 공연에 있어서도 유효하지 않을까 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본 작품의 이야기는 실화가 바탕이기에,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라, 기존에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사건들을 새로운 관점과 경험으로 재조명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를 위해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경험적 관점 역시 변화가 필요했기에, 이렇게 이머시브형 공연으로 연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배우 뿐 아니라 연출, 스텝들 역시 리허설 시간 내내 서서 돌아다니며 작품을 바라보고 준비하며, 끝없이 다양한 변수들을 예측하고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관객들로 하여금 단지 시각적인 경험이 아닌 오감을 활용하여 보다 육체적으로 드라마를 경험하게끔 하고 싶었습니다. 화재가 발생하면 자연스레 대피하고 숨고, 물러나게 되고...그러한 경험들이 무대에서 배우와 관객들이 자연스레 하나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무전기를 가져가서 채널을 바꿔가며 배우의 대사들을 듣는 과정은 소방서, 화재현장 등에서 일하고 계시는 분들을 직접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이끌어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상 속 불길과 파도가 마주하는 순간, 맞불을 놓는 과정에서 무대장치가 다가오는 순간들까지 인상 깊은 순간이 참 많았습니다. 연출님과 배우님들 그리고 모든 스텝 분들이 한 몸이 되었기에 더욱 가능했을 현장의 소리가 궁금합니다.

; 공연을 경험적인 측면으로 바라보니 이전보다 할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소방관들의 무전 내용을 스피커를 통해서만 전달할 경우 오히려 더 웅장하고 또렷하게 전달할 수 있겠지만, 낡은 무전기를 통해 관객들의 귀에 바로 속삭이고 싶었습니다. 출동 당시 현장감 측면에서도, 개인의 심리를 드러내는데 있어서도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대 구조물들이 관객 사이로 이동한다거나, 관객들을 향해 압박해 온다거나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혼합은 사실 대본이 채 나오기 전부터 준비되었던 방향이었습니다. 마치 미술관에 걸려있던 그림들이 우리들에게 살아서 다가와 말을 건네는 것처럼 꾸려졌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쉽지 않았습니다.

모든 관객 분들이 소방 무전을 엿듣고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무전기를 사용하도록 구성은 했는데, 정작 무전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노하우는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음향감독님과 함께 모든 무전기와 이어폰을 하나하나 테스트 해보며 마음 조리며 공연을 지켜봤습니다. 그렇게 수차례 테스트를 해도 무선신호 특성상 간섭현상이 잦아 고생을 많이 했고, 배우들 연극적 발성과는 정반대의 화술이 필요했기 때문에 역시 무전기와 친해지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연습 중에는 연습용 무전기가 부족해 배우들이 자체적으로 무전기 효과를 손과 입을 동원해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결국 모든 요소들이 꽤나 안정적으로 운용되어 배우들의 목소리가 제 귀를 타고 공연 중에 온전히 전달이 되기 시작할 때, 그 감동은 그간의 고생을 싹 털어버릴 만큼 짜릿했습니다.

무대 구조물과 영상을 결합하는 부분도 쉽지 않았습니다. 공연 초기부터 관객들 사이에 자유롭게 배치되고 이동하는 무대 구조물을 꿈꿔왔는데, 그러기 위해 관객 분들의 이동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모든 선들을 제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전원이 공급되는 케이블, 영상 신호 등 모든 것들을 무대 구조물 내에 초저예산으로 내장을 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영상디자이너님과 장한평 자동차시장에서 자동차 배터리를 빌려와, 매 연습과 공연마다 교체와 충전을 반복해 전력을 공급하고, 영화 촬영용 무선 송수신장치 주파수 간섭을 피하려 여기저기 연락을 돌리는 등 그야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다 동원했습니다.

영상디자이너님의 경우 공연 도중 프로젝터 전원이 나가면 관객 몰래 구조물 뒤편에서 배터리를 교체한 적도 있었습니다. 조명과 영상의 조화를 맞추는 것 역시 쉽지 않았지만 결국 서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해를 하니 일이 조금씩 풀렸습니다. 생각해보니 뭐 하나 쉬운 게 없었지만, 모든 디자이너들, 그리고 무대감독님의 발과 머리를 터지게 만드는 연출방향을 무대 위에 이뤄내 준 모든 팀원들에게 그저 고맙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기획)박슬기, (한문위 대리)이영현, (하우스어셔)이지나, (음향감독)이원만, (무대디자이너)박동기, (연출)우종희,  (배우)신준일, 신용빈, (음악디자이너)Daby Summer, (배우)김세환, 김유림, 서정식, (조명어시스턴트)홍주희, (하우스어셔)황인석, (무대크루)정지원, (무대감독)명종환, (무대크루)이정민, (음향어시스턴트)강지윤, 박애린, (배우)조우현, 박강원, 허영손, (카메라)신윤재, (영상어시스턴트)송정은, (영상디자인)김상완 /ⓒAejin Kwoun
'트라우마'와 '보도', 쉽지 않은 이야기를 이머시브 공연을 통해 관객 분들과 만날 수 있게 해 준 모든 스텝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_(기획)박슬기, (한문위 대리)이영현, (하우스어셔)이지나, (음향감독)이원만, (무대디자이너)박동기, (연출)우종희, (배우)신준일, 신용빈, (음악디자이너)Daby Summer, (배우)김세환, 김유림, 서정식, (조명어시스턴트)홍주희, (하우스어셔)황인석, (무대크루)정지원, (무대감독)명종환, (무대크루)이정민, (음향어시스턴트)강지윤, 박애린, (배우)조우현, 박강원, 허영손, (카메라)신윤재, (영상어시스턴트)송정은, (영상디자인)김상완 /ⓒAejin Kwoun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한다고 말을 꺼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공연계의 분위기 속에 고민이 많으실 듯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공감을 부르며 삶의 활력제가 되어 주는 문화예술계이기에, 작업들은 계속해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연출님의 다음 계획들이 듣고 싶습니다.

일단 <버닝필드>의 재공연 가능성을 타진 중이지만, 아직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 그리고 ‘미세먼지’와 관련된 프로젝트(작/연출)를 준비 중입니다. 또한 ‘2018 헐리우드 프린지’를 통해 발표된 “Ghost(연출 및 영상디자인)”라는 이머시브 작품을 새롭게 수정하여 재공연을 기획중입니다. 그밖에도 제가 대표로 있는 크리에이티브랩 ‘드림워커’의 팀원 박슬기 연출이 ‘2019 융복합 무대기술매칭지원사업’에서 시연되었던 “커넥팅”의 본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차근차근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는 더 이상 당사자만이 겪는 일도 아니다.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과, 이를 지켜보는 가까운 사람들 모두 트라우마의 폭풍이 지나간 후유증에 시달린다. 지인이 겪은 사건이 아니더라도 뉴스에 나온 충격적 사건에 많은 이들이 가슴 아파하며, 뜬 눈으로 밤을 새기도 한다. 이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사회적 인지(social cognition) 능력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울타리 안에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끈을 통해 감정과 생각이 서로의 마음을 오간다. 이 과정에서 슬픔, 아픔,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도 상대에게 닿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에 개정한 정신의학의 진단 및 분류 체계인 DSM-5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이하 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의 진단 기준 중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해야 한다는 내용을 제외하기도 했다. 직접 트라우마를 경험하지 않더라도, 세부적인 상황을 듣는 것만으로도 PTSD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일종의 함의(consensus)가 생긴 것이다.

여러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연구마다 수치는 다르지만 트라우마로 인한 후유증을 겪는 이와 가까운 사람의 10~20% 정도가 비슷한 증상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2013년에 이루어진 연구에서는 전장에서 심한 트라우마를 겪은 후 고통 받는 퇴역군인을 치료한 치료자 200명 중 5분의 1 정도가 다양한 트라우마 증상을 겪었다고 밝혔다. 연구를 진행한 Roman 등은 이를 “이차성 트라우마(secondary trauma)”라 지칭했다.(“트라우마, 전염될 수 있다 : 이차성 트라우마”(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8.12.04.)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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