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배수현기자] 전철에서 임신부들이 이용하도록 좌석은 물론 좌석 위쪽과 바닥까지 임산부 배려석임이 표시돼있지만 여전히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공사에서는 전동차 객실 내 임산부를 위한 전용석을 지정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두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안내방송이 기관사을 통해서 흘러나오지만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은 드물다. 온라인 카페와 SNS에서도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호소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임산부 배지를 달고 있어도 아무 의미가 없다", 경험담등을 살펴보면,.

■ 최근에 임신 4개월의 직장인 김모(33)씨는 최근 지하철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김씨는 지하철에 탔을 때 ‘임산부 배려석’만 비어있어 그 자리에 앉았다.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이씨에게 한 노년 남성이 다가와 “임산부 맞느냐? 임산부가 아니면 당장 일어나라”라고 물었다. 순간 당황한 이씨는 “임신 3개월입니다”라고 말했고, 그제서야 그 남성은 “임신 표시를 하고 다니던지...”라고 혼잣말을 하며 물러났다.

■ 임신 7개월의 최(34)씨는 오늘도 출근길이 힘겹다. 

서있기가 힘들어 '임산부 배려석'으로 가만히 눈을 돌려보지만, 자주색의 임산부 배려석에는 남성 한 명과 중년여성이 앉아있다.좌석은 물론 좌석 위쪽과 바닥까지 임산부 배려석임이 표시돼있지만 여전히 임산부들이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최씨는 "막상 임산부석에 앉으려고 하면 이미 다른 분들이 앉아계시고 양보해달라고 말을 꺼내기도 솔직히 어렵다"고 말했다.

심지여 임산부 최(34)씨는 "입덧이 심해 임신부 배려석에 앉은 아주머니에게 자리 양보를 부탁한 적이 있는데 '유난떤다'는 말이 돌아와 머쓱하고 서러웠다"며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지만 임산부 배려는 아직도 아쉬운 것 같다"고 말했다.

■ 또한, 임신 5개월의 박 (28)씨는 임신 초기 때 지하철을 이용한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속이 상한단다. 

일반석은 이미 만원이라 노약자석에 앉은 적이 있는데, 노년 여성이 다가와 “어디 젊은 여자가 이 자리에 앉으려고 하냐. 당장 일어나라”고 호통을 쳤다. 박씨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워 임산부라는 사실도 말하지 못한채 다른 칸으로 이동했단다. 박 씨는 “노약자석이 노인과 장애인, 임산부 등의 약자를 위해 만든 자리인데, 어느 순간부터 노인들만을 위한 자리가 됐다. 그렇다고 임산부 배려석 앞에 가서 양보해달라고 하기도 뭐하고. 그래서 최대한 지하철 이용을 자제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임산부 배려석은 2013년부터 서울 지하철의 도입됐다. 지하철 객차 한 칸 당 2좌석으로 총 좌석이 54개, 노약자석을 제외한 일반자석이 42개임을 감안하면 전체 좌석의 3.7%, 일반석의 4.8%인 셈이다. 그러나 5%도 채 되지 않는 임산부 배려석을 두고 도입 때부터 현재까지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진짜 임산부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그런 얌체 시민들의 존재를 감안하더라도,임산부석은 필요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장애인 노약자 임산부석은 노인들의 텃세로 임산부들이 이용하기 매우 부담스럽고, 일반 좌석의 경우에도 임산부가 자신의 임신 사실을 먼저 알리고 좌석을 양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비양심 승객의 존재로 인한 해당 좌석의 '여성전용석화'로 인한 피해보다, 임산부 승객들이 아무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좌석의 마련으로 인한 사회 전체의 이익이 더 크다고 하겠다.

가장 의견이 갈리는 지점은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둬야 하느냐 여부다. 한쪽은 ‘임산부가 아니더라도 자리에 앉았다가 임산부가 탑승하면 자리를 양보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말 그대로 ‘배려석’인 만큼 강제성이 없고, 비워두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논리다. 다른 한쪽은 ‘임산부 배려석에 누가 앉아있을 경우 임산부가 양보받기 힘들기 때문에 아예 비워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임신 초기의 임산부들은 육안으로는 임신 여부를 식별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서라도 비워야 한다는 얘기다. 

2016년 실시한 ‘임산부 배려 인식도 설문조사’에 보건복지부가 결과에 따르면 임산부 중 배려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0.9%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는 사람들이 배려하는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힘들고 피곤해서’는 단 7.9%에 불과했다. 배려하지 못한 이유로 가장 많이 나온 응답은 ‘임산부인지 몰라서(49.4%)’였고, 그 뒤로 ‘방법을 몰라서(24.6%)’였다. 임산부임을 나타내기 위한 가방 고리나 동전 지갑이 있지만, 이를 모르는 이들이 대다수고, 이를 이용하는 임산부도 적다. 일반 사람들이 임산부를 알아보고 배려할 수 있게 더욱 가시적인 표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역 한 광역시중 대전도시철도는 지난 201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임산부 배려석을 도입했다. 도입 5년, 그 사이 색상도 바꾸고 수도 늘렸지만 임산부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부산-김해 경전철은 임산부 배려석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핑크 라이트’(양보 신호등)을 시범 설치했다. 비콘을 소지한 임산부가 임산부 배려석 가까이 가면 그 옆에 설치된 핑크라이트가 비콘의 신호를 감지해 깜빡이며 임산부가 있음을 알리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강제성을 부여할 수는 없는 만큼 정착 여부는 시민의식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어느 상황에서 어디까지 비워야 하는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무엇보다 임산부들이 '실제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정책의 실효성이 필요하다.관련하여 스마트폰의 NFC 기능을 이용,임산부가 탔을 경우 임산부 배려석에 2m 정도만 접근하면 '임산부 승객이 탑승하였으니 자리를 양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멘트가 송출되도록 해보자는 등 다양한 시민 의견이 있다. 초기 임산부들에게 제공되는 임산부 표식 등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보인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사회 전반에 모성 친화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임산부가 좀 더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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