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과 동지

진정한 도반과 동지란 어떤 사람일까요? 도반(道伴)이란 함께 진리를 수행하는 벗으로서, 도(道)로써 사귄 친구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진리란 깨달음을 의미하는 구도(求道)의 길로서 즉, 깨달음을 목적으로 함께 진리를 수행하는 동지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동지(同志)는 파란고해(波瀾苦海)가 끊일 새 없이 일어나는 속세에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동지는 굳은 신념과 함께 목적을 이룰 때까지 모든 잡스런 생각이 없어야하고 물론 배신이나 탐욕과 같은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이와 같이 정신세계에서는 도반이 필요하고 속세에서는 동지가 반드시 있어야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되는 것입니다. 동지는 이해관계가 개입돼서는 안 됩니다. 불의(不義)한 자들끼리의 만남을 동지라고 하지 않습니다. 동지는 정의를 기반으로 하고, 그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있어야 하며, 동지들은 이 용기를 서로 북돋아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평소 <덕산재(德山齋)>를 찾는 동지(同志)와 도반(道伴)들이 그리도 많더니만, 코로나 19사태인지 요즘은 발걸음이 눈에 띄게 보기가 어렵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남의 집을 방문한다는 것은 아마 큰 실례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위험을 뚫고 간혹 찾아오는 사람이나 전화나 메일로라도 안부를 물어주는 동지와 도반을 보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어떤 .도시에서 한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그의 재산을 물려줄 상속자가 없었습니다. 그는 죽기 전 변호사에게 자신이 죽으면 새벽 4시에 장례를 치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유서 한 통을 남기고는 장례식이 끝나면 참석한 사람들 앞에서 뜯어 읽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새벽 4시에 치러진 장례식에는 불과 네 사람만 참석하였습니다. 고인에게는 많은 친지, 친구, 도반 동지들이 있었지만 이미 죽은 분의 장례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은 정말 귀찮고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 4시에 달려와 준 네 사람은 진정 그의 죽음을 애도(哀悼)했고 장례식을 경건하게 치렀습니다. 드디어 변호사는 유서를 뜯어 읽었습니다. “나의 전 재산 4천만 달러(한화 4,800억 원)를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유서의 내용 이었습니다.

장례식에 참석한 네 사람은 각각 1천만 달러(1,200억원)씩 되는 엄청난 유산을 받았습니다. 그 많은 유산을 엉겁결에 받은 네 도반과 동지들은 처음엔 무척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유산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사회에 환원하여 고인의 이름을 딴 도서관과 고아원 등을 건립하여 그분에게 보답하였습니다.

우리는 흔히 4종류의 <도반과 동지>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 꽃과 같은 <도반과 동지>입니다.

꽃이 피어서 예쁠 때는 그 아름다움에 찬사를 아끼지 않지만 꽃이 지고나면 과감히 버리듯 자기 좋을 때만 찾아오는 <도반과 동지>를 말합니다.

둘째, 저울과 같은 <도반과 동지>입니다.

저울이 무게에 따라 이쪽으로 저쪽으로 기울 듯이 자신에게 이익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 이익이 큰 쪽으로만 움직이는 <도반과 동지>입니다.

셋째, 바위와 같은 <도반과 동지>입니다.

항상 믿음과 정의(情誼)가 한결같아 누가 뭐래도 진리를 믿고 바위처럼 묵묵합니다. 이런 바위 같은 도반과 동지가 있기에 든든하고 믿음직하지요.

넷째, 산과 같은 <도반과 동지>입니다.

깊고 큰 산이라야 온갖 새와 짐승이 살아갑니다. 언제 어떤 동지를 막론하고 멀리 있거나 가까이 가거나 늘 그 자리에서 반겨주고, 생각만 해도 편안하고 마음 든든한 <도반 동지>가 바로 산과 같은 인연입니다.

다섯째, 땅과 같은 <도반과 동지>입니다.

땅이 생명의 싹을 틔워주고, 곡식을 길러내며, 누구에게도 조건 없이 기쁜 마음으로 은혜를 베풀어주듯,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며, 든든하게 지켜주는 <도반과 동지>입니다.

어떻습니까? 도반과 동지들은 참 많습니다. 그러나 <도반과 동지>는 많고 적음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깊이가 중요합니다. 도반과 동지를 갖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갖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 제가 만약 외로울 때면 누가 달려와 저를 위로해 줄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3월 1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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