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세토 효과’

아직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사투는 눈물 겹 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려울 때 일수록 서로를 토닥이며 난관을 극복해 나간 전례가 많습니다. ‘로세토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1660년대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미국 펜실베이니아 로세토 지방에서 그 지역 구성원들끼리 서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도와주고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그러자 그 지방 사람들의 질병 발병률이 낮아지고 치유도 빨라지는 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공동체가 서로를 지켜준다는 신뢰가 있을 때 개인이 더욱 건강해진다는 것이 바로 ‘로세토 효과’입니다.

위기와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 위기 속에 직접 뛰어들어 그것을 막아내는 이들에게 존경과 응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작더라도 힘든 이들의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그러한 온정의 손길이 강물처럼 흐릅니다. 이 와중에 코로나 확진 된 사람만 어려움을 겪는것이 아닙니다. 다른 질병으로 고통받는 가정도 많습니다. 어느 어머니와 아들의 한 온정의 손길이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어 전합니다.

『“엄마! 나 오늘부터 도시락 두 개 싸 줘.. 한 개로 부족하단 말이야.” 아이가 요즘 부쩍 크려고 그러는지 밥 타령을 한다. 도시락도 하나 따로 준비해 놓고 반찬도 이것저것 담아 놓고선 바라보고 서있다.

매일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며 늦게 오던 아들이 오늘은 시험을 치고 일찍 집으로 왔다. 도시락 가방을 현관에 놓고선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런데 도시락 하나는 그대로 가져왔다. 오늘은 배가 덜 고팠나 싶어 방으로 들어가 보니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지석아! 왜 그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들은 고개를 들어 제 가슴에 안기더니 그제야 큰 소리로 울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동안 하나 더 싸간 도시락은 아들의 짝꿍이 집안 사정으로 도시락을 못 싸오게 되어 싸다 준 거라는 말을 하며 울먹였다. “근데 오늘은 왜 그냥 가져왔니?”

친구 엄마가 수술을 하는 날이라 어젯밤 병원에서 꼬박 밤을 새우느라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는 아들의 말이었다. 이제껏 힘든 친구를 위해 학교를 마치고선 같이 병원에 가 병간호를 해줬다는 말도 함께했다. “그랬구나. 친구가 아주 많이 힘 들었구나?” 애써 아들의 등을 토닥거린 후 부엌에 와서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친구 도시락 싸가랴, 병원에서 간병인 노릇하랴, 이젠 남의 아픔도 헤아릴 줄 아는 아들이 대견해 피식 웃음이 나왔다. 비 오는 저녁 오늘도 아들은 늦나 보다. 아홉시가 넘었는데 말이다. 열시가 다 되어서야 파김치가 되어 들어온 아들은 더 걸어갈 힘이 없는지 현관 앞에 주저앉는다.

“울 아들 오늘도 고생했네..” “엄마.. 수술이 잘 되었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 하셨어.. 근데..” “친구가 초등학교 다니는 남동생이 둘이나 있대..” “그렇구나!” 말을 잇지 못하고 등을 보인 채 너털너털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제 맘엔 아들의 그림자 위로 겹쳐지는 알 수 없는 애잔함이 다가왔다.

며칠 후, 집에 들어온 아들이 호들갑을 떨며, “엄마.. 친구 집에 웬 아주머니가 찾아와서는 김치와 음식들을 한 아름 주고 가셨대” “헐.. 대박!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나” “그렇지, 엄마! 야호 신난다!” 저렇게 신난 아들의 모습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일요일이 두 번 더 지난 한가로운 오후, “엄마, 엄마, 친구가 그러는데 그 아주머니가 또 오셨는데 이번에는 음식뿐만 아니라 집안 구석구석 청소까지 다 해주시고 가셨대. 진짜 대박이지 그렇지 엄마? 그 아주머니 천사다, 그치?” 연신 그 아주머니 칭찬에 침이 말라가는 아들을 보고선 “너 그러다 그 아주머니를 이 엄마보다 더 좋아하겠다.” “벌써 그 아주머니 팬이 되었는걸. 아마 조만간에 엄마보다 더 좋아질 것 같은데요”

“뭐야? 이놈의 자식이” 그렇게 아들은 매일매일 특종을 실어 나르는 신문기자 처럼 친구네 집 소식을 나에게 전해주는 게 일이 되어갔다. 노을이 구름에 업혀가는 해질녘.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핸드폰으로 아들이 보낸 문자가 들어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의 모습을 방금 보았다고요” 친구네 집에서 나오는 엄마인 나의 모습을 아들이 본 것 같다. ‘띠릭..’ 다시 또 울리는 아들의 문자. “행복을 퍼주는 우리 엄마.. 내 엄마라서 너무 고맙고 사랑해요” 어느새 내 마음에 심어져 있는 예쁜 행복나무. 아들과 함께 예쁘게 키워 보렵니다.』

어떻습니까? 온 나라가 모두 어렵습니다. 지난 일요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 경북지방에 ‘특별재난지구’로 선포했습니다. 우리가 돈이 없으면 이 학생의 엄마처럼 몸으로라도 돕는 것입니다. 만약 그 몸도 저처럼 쓸 수 없다면 마음으로라도 어서 이 코로나 19가 어서 떠나가라고 하늘을 향하여 빌어 보면 어떨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3월 19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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