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심종완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방송 사유화 진상 조사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권력에 장악돼 공영방송 기능이 망가진 KBS와 MBC 못지않게 SBS도 대주주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내보내며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무너뜨렸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SBS 윤세영회장이 2009년 이명박 정권시절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보도를 한 SBS기자를 따로 불러내 압박하고 부당전보한 사실이 해당기자의 증언을 통해 밝혀졌다.

지난 22일 윤창현 본부장 직권으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25일 첫 회의를 가졌다. 윤 본부장은 “지난 5월부터 이명박·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방송 독립성과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을 무너뜨린 방송 사유화 사례들에 대한 기초 조사 작업을 벌여왔다”며 “의미 있는 제보들이 잇따르고 있고 이를 노보를 통해 단계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별위원회(사특위)는 SBS노보를 통해 윤 회장이 4대강 비판보도를 이어가던 박수택 환경전문기자를 화장실로 불러내 40여 분 간에 걸쳐 4대강 사업 비판보도에 대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전했다. 박 기자가 취재수첩에 기록한 메모에 따르면 윤 회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문화 역사, 역사성을 창조하는 것” “(4대강에) 배가 들어와서 나쁠 게 뭐 있으며, 보를 만들면 뭐가 나쁜가” “(보도할 때) 진정성, 객관성, 비판 기능은 당연한 것이나, 역사성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등의 얘기를 했다.

▲박수택 SBS 선임기자가 2009년 6월 윤세영 회장과의 독대 당시 취재수첩에 기록한 메모.

박 기자는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와의 인터뷰에서 "SBS의 최고위 경영자가 일선 담당기자를 불러들여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왜 해서는 안 되는지, 토론하자’는 상황, 당시 이명박 정권이 언론사에 가한 간섭 압박이 얼마나 심하면 이럴까 싶은 생각에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당시 상황을 정리한 박수택 기자의 취재수첩에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윤 회장의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특위는 "기록에 의하면 윤 회장은 4대강 보 건설에 따른 수질 오염과 관련해 '물이 부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내가 볼 때는 밑의 모래를 다 준설해서…'라는 이명박의 지론을 그대로 주장한다"고 전했다.

박 기자는 그 뒤로도 4대강 아류인 경인운하 비판 기사 등을 지속적으로 발제했다. 6개월 뒤 SBS 사측은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박 기자를 논설 위원실로 강제 발령했다. 또 “이 즈음 4대강 사업을 비판적으로 취재하던 또 다른 기자도 내근 부서로 갑작스레 발령이 나면서 4대강 취재팀이 사실상 해체됐다”며 “인사 보복 이후 ‘그나마 SBS’ 라는 세간의 평판을 듣던 4대강 관련 보도는 급변침했다”고 노보는 전했다.

SBS본부는 4대강 비판보도에 대한 압박과 부당전보가 윤 회장이 지배하는 태영건설의 4대강 공사 참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SBS본부가 확보한 건설업체 관급공사 수주 내역에 따르면 박 기자가 부당전보 당한 뒤 태영건설이 수주한 4대강 관련 공사는 모두 5곳으로 공사금액은 1천 억원을 넘는다.한편 SBS 사측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