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비목어(比目魚)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요? 넙칫과에 속한 바닷물고기입니다. 몸은 위아래로 넓적한 긴 타원형이며, 길이는 60센티미터 정도이지요. 두 눈은 몸 왼쪽에 나란히 있고, 왼쪽은 빗 비늘, 오른쪽은 둥근 비늘입니다. 우리나라, 일본, 남중국해 등지에 분포합니다.

공명조(共命鳥)라는 새가 있습니다. 《아미타경(阿彌陀經)》에 나오는 이 새는 한 몸에 머리가 둘이어서 낮밤을 싸우다가 함께 죽는 비운의 새입니다. 머리 하나는 낮에, 하나는 밤에 깨어 살아갑니다. 낮 머리가 맛있는 먹이를 혼자 먹어치워 밤 머리가 화가 났습니다. 밤 머리가 ‘혼 좀 나보라’고 독이든 열매를 몰래 따먹어 둘은 같이 죽었지요.

양두사(兩頭蛇)라는 뱀도 있습니다. 《아함경(阿含經)》에 나오는 이 뱀도 머리가 둘입니다. 먹이를 만나면 서로 먹으려고 싸우지만, 언제나 오른쪽 머리가 독차지합니다. 어느 날 오른쪽이 먹이를 보고도 주저하는 사이, 왼쪽 머리가 냉큼 잡아먹었습니다. 경쟁자의 독점에 한을 품었던 질투의 결말은 공명조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와 반대의 동물도 있습니다. ‘비익조(比翼鳥)’와 ‘비목어(比目魚)’의 이야기입니다. 비익조는 날 때부터 눈도 날개도 하나뿐입니다. 반대편 눈과 날개를 가진 새를 만나지 못하면 평생 날지 못하지만, 용케도 반쪽 짝을 만나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비목어도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평생 두 마리가 붙어 다녀야 합니다. 외눈박이에다가 지느러미도 하나뿐이어서 제대로 헤엄도 치지 못 합니다. 하지만, 서로 짝을 이루면, 뜨겁게 사랑하며 살아가지요. 그리고 공동운명체 식물로는 ‘연리지(連理枝)’와 ‘연리근(連理根)’이 있습니다.

뿌리는 둘이지만 몸은 하나인 연리지, 뿌리는 하나지만 몸은 둘이 되어 꿋꿋이 살아가는 연리근 나무는 싸우지 말고 서로 돕고 사랑하라는 교훈을 일러주는 것이지요. 당(唐)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장한가(長恨歌)’라는 시에서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고 싶어 하네(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라고 노래했습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인연을 맺어야 할까요? 수 없이 스쳐가는 사람들 중 나의 인연을 알아보고 아름다운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으신지요? 인연을 맺기가 여간 쉽지 않은 요즘, 우리는 인연이라 부를 수 있는 아름다운 인연을 생각해 봅니다. 기수 이선희가 부른 인연이란 노래를 오래간만에 들어 봤습니다. 내 인연을 기다리는 처절한 그리움이 우리의 가슴을 찢어 놓네요.

<인연(因緣)>

「약속해요 이 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 보게 되는 그날/ 모든 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 할 수가 없죠./ 내 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 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

취한 듯 만남은 짧았지만/ 빗장 열어 자리했죠./ 맺지 못한데도 후회하지 않죠./ 영원한건 없으니까/ 운명이라고 하죠./ 거부 할 수가 없죠./ 내 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하고픈 말 많지만 당신은 아실 테죠./ 먼 길 돌아 만나게 되는 날/ 다신 놓지 말아요./ 이 생에 못다 한 사랑/ 이 생에 못다 한 인연/ 먼 길 돌아 다시 만나는 날/ 나를 놓지 말아요.」

법정(法頂 : 1932~2010) 스님은 인연에 대해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진실은 진실 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좋은 일로 결실을 맺는다.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상대방에게 내가 쥔 패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음이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 부은 대가로 받는 벌이다.“ 그렇습니다. 좋은 인연으로 만나서 상생의 선연(善緣)을 맺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악연(惡緣)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어찌하면 좋습니까? 어차피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면,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서 ‘비익조’ ‘비목어’처럼 진실한 짝을 찾아 부족한 것을 서로 채워줘야 하지 않을까요?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고 합니다.

그 진실 된 인연이 과연 누구일까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 덕화만발 가족 보다 더 진실한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리 어차피 하는 사랑! 비익조, 비목어 사랑처럼 진실 되고, 한결 같은 사랑을 하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3월 24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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