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예술

저는 젊었을 때 성질이 급해 제풀에 제가 넘어가곤 했습니다. 그래서 기다릴 줄 모르고 하는 일 마다 성공을 못하고 실패를 밥 먹듯이 했지요. 그럼 성공하는 길이 무엇일까요? 기다림입니다. 조급하면 지는 것입니다.

‘수도거성(水到渠成)’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물이 흐르면 자연히 도랑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조건과 여건이 성숙되어야만 일이 이루어진다는 말입니다. 때가 아닌데 억지로 하려 든다면 이룰 수도 없고, 인생이 덩달아 피곤해지기 쉽다는 의미이지요.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도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 물위지이연(物謂之而然))’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길은 걸어가야 이루어지고, 사물은 불러서 그리 된다는 뜻입니다. 장자는 ‘길은 사람들이 걷다 보니 저절로 생겨난다.’고 하는 개념을 제시한 것이지요.

‘평상시 한결같은 상태’, 즉 제용(諸庸)의 상태에 자신을 놓아두었기 때문에 자신의 판단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나뉘어도’ 포기하지 않고, ‘이루어져도’ 기뻐하지 않으며, ‘허물어져도’ 좌절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이 흐르면 도랑을 이루고, 참외가 익으면 꼭지가 떨어집니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시기를 기다리며 노력하면서 인내의 시간을 갖다 보면 마침내 때가 저절로 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늘 상 <지성여불(至誠如佛)이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극한 정성이란 한결 같다는 말입니다. 이 지극한 정성이 바로 부처라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부처를 이룰 때까지 얼마나 지극한 정성과 인내심이 있어 부처가 되었을까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이야깁니다. 10살 미만의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먹거리를 앞에 두고 각자의 아빠가 오기 전까지 먹지 말고 기다리면 나중에 더 크고 맛있는 것을 준다고 한 간단한 실험입니다.

3부류로 나누어졌는데 하나는 참지 못하고 바로 먹어버린 그룹, 둘은 기다리기는 했지만 끝까지 기다리지 못한 그룹, 셋은 그리고 끝까지 기다린 아이들 그룹으로 나누어 40년 후에 추적 조사한 결과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첫째,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먹어버린 그룹

이 아이들은 불량자나 사회적 기여도가 낮은 그룹이 되어 있었습니다.

둘째, 기다리기는 했지만 끝까지 기다리지 못한 그룹

이 아이들은 평범한 직장인이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그룹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셋째, 끝까지 기다린 그룹.

이 아이들은 사회의 지도자그룹 또는 대기업 사장, 고위공직자 등, 비교적 사회의 신분상승이 가능한 그룹의 아이들로 성장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기다림은 큰 뜻을 이루는데 참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회사에서 신입 사원 채용공고를 냈습니다. 1차 서류 심사에 뽑힌 우수한 지원 생들을 한 방에 모아 놓고 인터뷰를 해서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인터뷰 시간이 30분이 지나도 아무런 통지가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수군수군 불평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통지가 없습니다. 드디어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지요. ‘왜 시간을 안 지키지?’ ‘왜 아무 소리도 없이 늦는 거야?’ ‘뭐 이런 회사가 다 있어?’ ‘사람을 뭘로 보는 거야?’ 등등. 불평, 원망이 터져 나왔습니다.

회사에서는 그 동안에 지원자의 모습을 다 녹화, 녹음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 중에도 ‘무슨 이유가 있겠지. 뭐?’ ‘그럴만한 곡절이 있겠지.’ 하고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느긋이 기다리는 지원자도 있었습니다. 1시간 30분이 지난 후 채용관이 나와서 발표를 합니다. “인터뷰가 끝났습니다. 합격자는 0000입니다.” 물론 아무 불평 없이 느긋하게 기다리던 사람들이 합격 통지를 받았지요.

기다림의 예술은 단번에 배워지지 않습니다. 에머슨은 ‘사람이 영웅이 되는 것은 타인보다 용감해서가 아니라 타인보다 10분 더 기다리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인생도 기다리는 기간이고, 신앙생활도 기도하며 기다리는 생활입니다. 저도 이렇게 ‘지성여불’의 정성으로 근 40년 가까이 기다렸습니다.

그 기나 긴 세월 동안 한 번도 법회(法會)를 빠져 본 적이 없습니다. ‘만고희유(萬古稀有)의 대 법보(大法寶)’라 일컫는 《원불교 전서》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303번을 봉독(奉讀)했습니다. 그 숱한 나날 동안 진리를 향한 기도생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졸문 덕화만발을 10년이 넘도록 하루도 거르지 않고 써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19 때문에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코로나19도 하늘의 뜻이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조용히 기다려 보면 어떨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4월 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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