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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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65회
  • 한애자
  • 승인 2017.09.0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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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그 나이 또래의 여대생들은 지선과는 다른 활동에 분주했다. 그들은 장래가 촉망되는 명문대의 대학생을 애인으로 만들어 결혼하는 것, 디스코텍에서 누가 섹시하게 춤을 잘 추어 인기가 있는가, 이상형의 남자를 만나려고 탐색하는 미팅, 때로는 뚜렷한 자기의식도 없으면서 애국지사나 의로운 혈기를 뽐낼 양으로 데모서열에 끼어 활동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그들은 민지선이란 여학생이 사회의식도 없고 역사의식도 없이 따로 노는 듯 그렇게 보였지만 지선의 정신적 수준은 날로 고양되고 있었다.〈좋은 남편감 만나기〉가 여대생들의 주요관심사인 만큼 그들은 어떻게 하면 남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멋진 여대생이 될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저 시대의 유행에 떨어지지 않으려 쫒아갔고 그들만의 유행문화를 만들어 거기에 편승되어 도취되었다. 자신만이 돋보이기 원해 디스코 바지를 먼저 입고 담배를 피우며, 섹시한 춤을 추어 요염한 여인이 되기, 획기적인 패션 감각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며 젊음을 즐겼다. 특히 그들은 담배 피우는 여자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바라보면서 그것을 과감하게 흉내내는 추종자이기도 했다.

그 무렵 지선은 우연히 빅터 프랭크린의〈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을 구하여 읽어가는 중에 완전히 경도되다시피 하였다. 그것은 그녀의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아주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있었던 이야기였다. 그곳에 감금된 유대인들은 이제 곧 가스실에서 죽을 일만 남아 있었다. 그런 처참한 감옥 속에서도 소박한 꿈과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은 모진 고통을 견디며 살아있었다. 그들 중에는 살아서 사랑하는 애인을 꼭 만나야겠다는 소망을 가진 사람, 어떤 이는 고향에 돌아가서 조그마한 가게를 차려야겠다는 소망을, 또 어떤 이는 살아서 꼭 부모님을 뵈어야겠다는 소망과 의지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 외의 사람들, 즉 아무런 꿈과 의지가 없는 사람들은 그 비위생적인 감옥 안에서 고통의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갔다. 그 곳의 생활을 실제로 경험한 사람이 저자 '빅터 프랭클린'인데 그는 그곳에서 커다란 심리적 현상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인간에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 때 죽음조차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에 그것이〈의미요법〉의 심리학설을 창시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책의 내용은 지선에게 정신적 힘이 되었다.

지선은 지금 자신이 무의미한 '정신병 수용소'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은 시들어가는 꽃처럼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죽음의 수용소에서! 시종 그 책을 독서하며 깨닫게 된 민지선의 얼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난 사람들처럼 의미를 찾게 되었다. 안개가 걷히며 행복의 문을 바라보았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존엄하고 장엄하게 의미 있게 사는 것이다. 나는 왜 살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그저 평범하게 호강을 누리며 몸과 마음이 원하는 대로 그렇게 사는 삶은 한낱 짐승과 같은 삶일 뿐이다. 안락과 안일주의, 향락과 방탕은 바로 의미 없이 살아가는 족속들의 특징이다. 그들에겐 역사의식이나 인류애가 없다. 오직 그들의 관심은 제 한 몸을 위한 쾌락일 뿐이다. 그들은 그 쾌락을 위해 시간과 물질을 무의미하게 허비할 뿐이다.’

지선이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한 남성이 나타났다. 도서관 강단에서 하얀 칼라에 깔끔한 남자는 많은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하며 카리스마가 있었다. 꿈의 성취에 대한 내용이었다. 꿈이 있는 백성은 망하지 않는다. 청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꿈을 품은 자는 방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내용을 다양한 실례를 들면서 강의하고 있었다. 사람이 품위가 있고 건실하게 보였다. 지선은 맨 뒷좌석에 앉아 그의 말에 압도되어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경청했다. 학생회에서 그를 초청해 강의하는 중이었다. 그의 강의하는 표정과 억양은 잔잔하면서 힘이 있었다. 마치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이 나타나 마을 사람들에게 뭔가 설명하는 모습 같았다. 자신의 이미지를 관철하려고 사람들을 설득하려 애쓰는 흔적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경험하고 깨달은 삶을 진솔하게 펼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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