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구치소에서 장애인 인권을 외치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을 손쉽게 지원하기 위해 장애인 등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장애인 등록제도는 국내 장애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그들이 어떤 정도의 장애를 가지고 기초로 장애인 복지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7월 17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옥순 사무총장,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광화문공동행동(공동행동)’ 이형숙 집행위원장, 이경호 전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차연)’ 대표가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장애인권운동 중 선고받은 벌금형에 저항하며 노역을 자진 선택한 것이다. 형법 제69조는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노역장에 유치해 작업에 복무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 활동가는 장애등급제 희생자 추모행사, 광화문농성 3주년 행사, 의정부 시장실 점거 등에 참여해 각각 300만 원, 100만 원, 9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그들은 구치소 내 열악한 시설과 차별적인 대우를 견디다 못해 예정된 노역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구치소를 나와야 했다. 이경호 씨는 수감 이틀 만인 19일에, 이형숙 씨와 박옥순 씨는 24일에 출소했고, 모금 운동을 통해 모인 돈으로 남은 벌금을 납부했다.

4번째 노역투쟁··· 경제적 의미 그 이상

장애인권운동가들의 노역투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12월 최용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를 비롯한 중증장애인활동가 8명은 장애등급제 폐지와 현병철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장애등급심사센터와 인권위에서 점거농성을 벌였다. 법원은 그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죄목으로 30-12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들 중에는 기초생활수급자로 고액의 벌금을 납부하기 어려운 사람도, 선고의 부당함에 반발해 벌금을 내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활동가들은 벌금을 내지 않아 지명수배 대상이 됐고, 결국 2012년 8월 검찰에 자진 출두해 노역 의사를 밝혔다. 2014년 3월에는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가 자진해 노역을 선택했다. 박 대표는 2012년 활동보조인이 없는 사이 화재로 사망한 장애인권운동가 故김주영 씨의 노제를 지내던 중 차선을 넘어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15년 12월에는 이형숙 집행위원장 등 3명이 벌금 대신 노역을 선택하며 수원구치소에 수감됐다. 2013년 용인시의 장애인 자립생활 예산 폐기에 항의하며 용인시청 청사 진입을 시도해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후였다.

어떤 이유로 장애인권운동가들은 노역을 선택할까. 우선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활동가에게 벌금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형숙 집행위원장은 “정부는 우리가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를 무력화하기 위해 소위 ‘벌금폭탄’을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등록 장애인 16.9%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다. 또한 조사 직전 1개월의 장애인 개인의 평균 수입액은 96만 3천 원으로 나타났다.

벌금을 내기 여의치 않은 경우, 벌금형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노역장 복무만 있는 건 아니다.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집행에 관한 특례법(특례법)’에 따르면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미납자는 노역장 복무를 사회봉사로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사회봉사를 신청하면 기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5년 이형숙 집행위원장은 1급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지난 6월 의정부 장차연 소속 활동가 3명 역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회봉사 신청이 기각됐다. 특례법은 질병 등의 사유로 사회봉사를 이행하기에 부적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회봉사를 불허하고 있지만, 불허 사유 중 장애는 없다. 이 집행위원장은 “노인정에서 말벗하기, 책 읽어주기 등 장애인도 수행할 수 있는 활동을 마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전부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한다”며 명백한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 출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부를 먹는 이형숙 집행위원장과 박옥순 사무총장

한편 장애인권운동가들은 인권을 위한 정당한 요구가 탄압받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도 노역투쟁을 선택한다. 박경석 대표는 노역투쟁에 대해 “단순히 벌금 문제를 해결하는 일 이상의 사회 운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가는 잘못된 제도와 사회 구조에 대한 논의는 배제한 채 단편적 행위에 대한 처벌만 거듭한다”며 장애인 활동가들이 범법 행위를 감수하면서까지 투쟁을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작게는 금전 문제를 해결하고, 크게는 장애인권 문제에 대한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노역투쟁의 목적이 있다.

개선되지 않는 구치소 내 차별적인 환경

많은 장애인권운동가들이 노역투쟁을 이어가지만, 그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다. 첫 번째 난관은 노역을 선택한 활동가들이 구치소를 향하는 길에서 시작된다. 지난 7월 박옥순, 이형숙, 이경호 세 활동가는 벌금을 납부하지 않아 지명수배되던 중 자진해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찾아갔다. 하지만 휠체어 이용자가 탈 수 있는 차량이 없다는 이유로 구치소로 가기 전 4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구치소의 시설과 활동가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차별적이었다. 활동가들이 머문 서울구치소의 경우 미결수는 1층에, 기결수는 3층에 유치된다. 하지만 구치소 내 엘리베이터가 없어 이형숙 집행위원장은 3층이 아닌 1층에서 생활해야 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학창시절부터 동일한 이유로 늘 1층에 머물러야 했다”며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상처가 있을 수도 있는 장애인을 조금도 배려하지 못한 처사라고 토로했다.

휠체어 반입도 금지됐다. 이 집행위원장은 “구치소 내 의무관에게 전동휠체어 반입을 요청하자,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치소에서 고생하려고 들어온 사람에게 원하는 것을 다 해줄 수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구치소 내 차별적 대우를 힐난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휠체어가 필수적이지만, 휠체어 반입 금지에 따라 그의 이동권은 크게 제약될 수밖에 없었다. 구치소 내에서는 자신이 사용한 식기를 스스로 설거지해야 하는데 싱크대가 입식인 탓에 그것마저 불가능했다. 화장실에 설치된 간이 손잡이는 규격에 맞지 않아 사용이 힘들었고, 식사마저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 집행위원장은 인권위에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야 전동휠체어를 지급받을 수 있었다.

 이형숙 집행위원장은 2015년 노역을 했던 경험과 비교했을 때 현재의 구치소 환경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박경석 대표 역시 2014년의 노역경험과 최근의 사례를 비교하며 같은 평을 내렸다. 2014년 당시 그는 토요일에 수감됐는데, 편의 제공을 허가할 의사가 없어 어떤 편의시설도 제공받지 못한 채 주말동안 방치돼야만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인권위에 제소했고 주말이 지난 월요일에 인권위가 긴급점검을 하고 나서야 욕창 방지를 위한 에어매트, 화장실 내 이동 편의시설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박 대표는 “구치소 내 장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는 전혀 없고, 장애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단편적인 대처가 이뤄진다”고 평가했다.

근본적인 사회구조 개선이 가장 절실해

이형숙 집행위원장은 “죄를 지었다고 해서 인권을 침해받아도 되는 건 아니”라며 구치소에 들어간 장애인에게도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치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사 과정과 구치소 수감 과정에서 겪은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언사를 지적하며, 공공기관 직원들이 기본적인 인권 감수성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경석 대표 역시 판결부터 노역까지 모든 과정이 철저히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규정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노역밖에 없는 장애인에게 구치소는 최소한의 생존 조건조차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장애인권운동가들은 “결국 잘못된 사회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장연 문애린 활동가는 “우리는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질서에 부당함을 느끼고 새로운 사회 질서를 만들기 위해 투쟁한다”며, 투쟁의 이유는 고려하지 않고 투쟁 과정에 발생하는 불법행위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구치소 내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노역투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장애등급제 폐지하고 인권을 반영

처음 실시할 때는 장애의 종류를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정신지체 5가지로 나눴다. 또한 각 장애마다 1급에서 6급까지로 정도를 표시하였습니다. 그러다가 5가지 유형으로 모든 장애가 포섭되지 않아서 장애인 복지법이 개정되기에 이르면서 장애의 유형이 추가됐고, 2003년 7월에 호흡기장애, 간장애, 안면장애, 요루장루장애, 간질장애가 추가되면서 현재와 같은 15가지 장애를 갖게 되었다.

2007년이 지나 장애수당의 잘못된 수급을 막고 복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목적으로 장애등급을 강화한다. 중증장애인에 대한 의사의 장애진단을 국민연금공단이 다시 심사하게 되었습니다. 의사와 국민연금공단 이렇게 2번의 심사과정을 거치도록 장애등급 심사가 강화된 것이죠. 게다가 2011년 4월에는 모든 장애 등급에 대하여 장애등급 심사를 하였다. 이 때 의사가 진단을 해 장애등급을 매긴 다음, 공단에서 심사하던 방법을 바꿔 국민연금공단에서 바로 등급을 정하도록 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등급 판정은 오직 의학적 기준에만 맞춰져 있습니다. 등급판정의 바탕이 되는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의학적인 기준에 맞춰 장애인을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학적인 기준에 맞추는 경우에는 장애인 등급제에 따른 각종 복지서비스가 역시 의학적인 수준에서 머무르게 된다. 그럼 개인의 특성이나 환경이 전혀 반영되지 않게 된다. 의학적인 기준에서 보면 필요없지만 장애인 개인을 고려하거나 환경을 고려하면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존재하는 것이다. 개인은 충분히 거동하여 움직일 수 있지만 실제로 교통이 너무 불편하여 일반인도 위험한 길거리를 걸어서 나와야 생활이 가능하다면 교통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경우에 교통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면 살인을 방조한 것과 마찬가지 이처럼 등급을 정하는 방식도 문제지만 등급제 자체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등급제'라는 단어는 학교다닐 때부터 들어와서 낯설지가 않습니다. 장애가 내 몸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것이고 불변하는 것인데, 여기에 등급을 붙인다는 발상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것이다.

등급제의 발상은 국가의 복지자원은 부족하고 복지정책 대상자는 많다는 데에서 기인한 것일 겁니다. 복지혜택을 주어야 할 사람은 많은데 복지에 들어가는 예산은 부족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현 상태의 재원에서 등급을 나눠서 장애가 심각한 사람에게 먼저 주려고 하다보니까 1등급, 2등급 이런 식으로 등급을 메긴 것이다.

하나 여기서 궁금한 것은 이와 같은 발상의 근원입니다. 우선 장애인은 복지혜택이 제대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가의 생각인 것에 동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에 속임수가 있다.

2017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전체 예산은 1.9조 원입니다. 전체 예산 대비 고작 0.41%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내 예산을 가지고 계산을 해도 3.29%이다. 이 정도의 비율이 말해주는 것은 장애인 복지혜택을 주되, 우선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복지를 주어야 할 대상에 어떻게 장애인이 빠질 수 있을까?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렇게 된 연후에도 현재의 장애 등급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장애가 심각하다고 알려서 그것에 국가의 확인을 받아야만 가장 좋은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이 개인의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30%가 넘는 장애인이 자신을 장애인으로 생각하지 않거나, 남에게 장애를 알리기 싫다는 이유로 장애 등급을 받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장애인 등급제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장애인들을 어떤 등급으로 나누는 부분을 없애자는 것입니다. 등급제가 없어져도 모두 똑같은 복지혜택을 주자는 것은 아닙니다. 복지서비스를 개인의 필요에 따라 다르게 하자는 것이죠. 장애인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중받아야 하고 제대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들을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 앞으로 장애인 등급제 이후에 다른 제도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일일이 장애인들의 개인적 필요를 확인하는 것이 현재의 장애인 등급제와는 달리 상당히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긴 하겠지만 정부가 편리하자고 복지혜택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어서 도움을 주는 것이 진정으로 장애인들의 인권을 반영한 복지라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장애인 등급제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장애인 등급심사가 서류로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와 그 진단서를 받아 등급을 심사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소속된 의사 사이에 의견이 충돌되어도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

  둘째, 등급을 판정하는 기관이 국민연금관리공단 하나뿐이다. 중증 장애인보다 장애 정도는 약해도 경제적인 빈곤과 겹쳐져 실제로 느끼는 불편은 매우 큰 경우도 있다. 이런 예외적인 경우를 전혀 반영하지 못합니다. 장애인 본인이 먼저 사전에 이런 사정을 얘기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장애인등급심사위원회에서 등급심사를 검토합니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일 뿐이다.

  셋째, 등급심사마다 각기 다른 결과가 나온다. 구체적인 사례에 대하여 어떻게 판정할지 기준이 없어서 누가 심사를 하느냐에 따라 같은 증상의 장애인이 다른 등급을 받을 수 있다. 분명히 현실에서는 장애인인 사람을 법으로는 장애인이 아니라고 하는 이상한 일이 생겨났다. 법정 장애범주에 해당되지 않는 소화기 장애, 중증 피부질환, 기질성 뇌증후군, 비뇨기계 장애, 학습장애, 알코올 중독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스스로 알아서 고통을 없애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다.

장애인 등급제 폐지가 장애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말고 일반인과 똑같은 복지 혜택을 제공하자는 말은 아니다. 장애인등급제로 그들을 분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떤 도움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가', 삶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등급으로 나눠서 복지를 주면 기준이 명확하여 행정을 하는 입장에서 무척 간편합니다. 하지만 편리성이 복지의 핵심은 아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어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앞으로의 복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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