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정은미기자]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보험사 직원이 보험사 건물에서 투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 대형 보험회사 본사 사옥에서 투신한 지점장 출신 50대 A 씨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인 보험설계사의 노동3권 보장 등 ‘노동자성’ 인정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는 주변인들의 증언이 나왔다.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지인들에게 보낸 사진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일 오후 2시 15분께 수서경찰서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푸르덴셜생명 사옥 옆에서 A(58)씨가 숨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A 씨는 A4 용지 1장에 지인 9명의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이들 각자에게 당부할 ‘협조 업무 내용’을 자필로 쓴 뒤 직접 사진을 찍어 사망 당일 오후 1시 19분쯤 지인 B 씨와 C 씨에게 전송했다. A 씨는 B 씨에게 ‘보험금 수령. 산재처리문제’, C 씨에게는 ‘퇴직금 반환 소송 건’이라는 짤막한 메시지를 남겼다. B 씨와 C 씨는 “보험설계사의 법적 지위 보장을 위해 사 측과 오랜 공방을 벌여온 고인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 푸르덴셜생명 본사건물

A 씨는 지난 2001년부터 해당 보험사와 1년 단위로 위탁 계약을 하며 지점장으로 근무해왔다. 그는 해고 근거가 된 올해 상반기 평가가 불공정했다고 회사에 항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고용직은 사업주에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얻은 수입으로 생활한다는 점에서 일반 근로자와 다를 바 없지만,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구분돼 있다.

이 보험사 소속 지점장이었던 A씨는 올해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해고됐고, 이를 비관해 이날 사옥 21층에서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A 씨는 실제로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관련 소송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의 변호인은 “고인의 의뢰에 따라 원래 6일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었는데, A 씨가 5일에 투신해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인은 “고인은 사 측의 일방적 통보로 동료 지점장들이 해촉되는 걸 지켜본 뒤 ‘후배들을 위해 잘못된 것을 고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1996년 이 보험사에 입사한 A 씨는 16년간 지점장을 맡아 오다 지난달 해촉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A씨 가족과 회사 직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오세중 보험인권리연대 대표는 “고인의 투신으로 보험설계사가 노동자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A 씨의 변호인은 “고인은 지점장이지만 계약상 사 측과 위탁계약을 맺은 보험설계사이자 개인사업자”라며 “그러나 실제로는 지점장이라는 이유로 사 측의 지시에 따라 관리 업무를 도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형식상 해촉이었더라도 본사에서 지점 평가점수를 낮게 준 뒤 이를 근거로 계약을 해지한 만큼 해고로 봐야 한다”며 “회사가 고인을 해촉한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A 씨가 이끌던 지점은 전국에서 2∼3위를 할 정도로 실적이 우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 씨를 해촉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점 및 지점장에 대한 평가 조건은 보험사마다 사규에 따라 다르다”며 “고인은 자사 기준에 미달해 해촉됐지만, 어떤 부분에서 평가가 미흡했는지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