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제 발언 역풍 속 언론에 '분풀이'.. 척 슈머 "돌팔이 약장수 같아"
경악할 트럼프 발언 "살균제 주입해 코로나 치료" 발언 이후 언론들 돌아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휴일인 26일(현지시간) 오후 자신에 적대적인 언론을 공격하는 분풀이 트윗을 날렸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특히 이날은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50번째 생일을 맞은 날로 언론을 향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역사상 가장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이라고 자화자찬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나를 알고 우리나라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역사상 가장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이라는 것을 안다"라며 "나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며, 아마도 첫 번째 임기의 3년 반 동안 역사상 그 어느 대통령보다 더 많은 것을 이뤄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가짜뉴스들은 이걸 싫어한다”라고 적었다. 또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무역협상 등을 처리하느라 (뉴욕으로 향한 병원선 컴포트호 출항식을 제외하곤) 백악관을 몇 달째 떠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백악관 나홀로: 심통난 대통령, TV를 변함없는 벗 삼아]라는 제목으로 낸 기사를 겨냥했다.

NYT의 보도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국면인 요즘(비상시국이라는 의미) 오전 5시에 일어나 관저 침실에서 폭스뉴스, CNN, MSNBC 등을 몇 시간 동안 마라톤으로 시청한 뒤 낮에서야 집무실에 도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브리핑이 끝나면 감자튀김과 다이어트 콜라와 같은 '위안이 되는 음식'이 언제나 준비된 집무실 밖 사적인 식사 공간에서 여러 명의 참모와 함께 또다시 TV를 시청하며, 브리핑 결과에 대해 평가하곤 한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예민한 반응을 나타낸 트럼프 대통령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삼류기자가 쓴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화는 자신이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있다. 살균제 인체 주입이라는 전 세계가 경악한 발언을 하면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를 향해 “TV에 돌팔이 약장수가 나온 것 같다"라며 '폐에 살균제를 주입하자고 떠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브리핑 참석을 줄이라고 촉구할 지경에 이르렀다.

트럼프는 지난 23일 코로나19 브리핑 당시 국토안보부 관계자가 바이러스가 고온 다습한 환경에 약하고 살균제에 노출되면 빨리 죽는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받고 “(살균제를) 몸 안에 주입하는 것 같은 방법은 없을까? 그게 폐에 들어가서 엄청난 일을 하는지 확인해보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트럼프는 그다음 날 언론을 향해 비꼬는 투로 발언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날 오후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은 질문을 받지 않은 채 22분 만에 끝내고 퇴장해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1일 이후 코로나19 브리핑을 직접 열고 있다. 이 자리에서 여러 차례 실언과 허위 주장을 했지만, 살균제 발언 충격파가 가장 컸다.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의 기괴한 살균제 발언이 그의 행정부에 충격을 줬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는 브리핑에 매일 참석하지 않거나 참석하더라도 잠시 머물다가 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살균제 인체 주입’을 코로나19 치료법의 하나로 최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해 거센 역풍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언론을 공격하는 분노의 폭풍 트윗을 했다. ⓒ트럼프 트윗
살균제 인체 주입’을 코로나19 치료법의 하나로 최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해 거센 역풍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언론을 공격하는 분노의 폭풍 트윗을 했다. ⓒ트럼프 트윗

"코로나에 효과" 한마디에.. 말라리아약 처방·살균제 복용 속출

지난달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말라리아 치료제의 처방이 100배 이상 급증했으며 특히 며칠 전 23일 브리핑에서는 표백제와 살균제가 바이러스를 없앤다는 연구 결과를 거론하며 살균제를 인체에 주입하는 방안을 권하기까지 했는데 곧이곧대로 따라 한 사람들이 속출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보건당국에 살균제 관련 전화 문의가 빗발쳤다. 살균제를 잘못 먹었다는 사람,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까지 다양했다.

뉴욕시 보건·정신 위생국의 독극물 관리센터에 따르면 대통령의 발언 이후 18시간 동안 30건의 문의 전화가 걸려 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건에 비해 2배 넘게 는 것이다. 독극물 센터 관계자는 “문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가정용 소독제 노출 9건, 표백제 10건, 기타 가정용 청소제 11건”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살균제를 몸에 주입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한 발언의 후폭풍이다.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급기야 관련 부처인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환경보호청(EPA)이 살균제를 인체에 사용하거나 삼키면 안 된다는 경고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살균제 브랜드인 리졸과 데톨을 생산하는 영국 회사 레킷벤키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살균 제품이 인체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공화당 소속의 래리 호건 주지사도 26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3일 발언이 있은 이래 메릴랜드주의 응급 상담전화 코너에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살균제 제품을 인체에 주입하거나 복용하는 게 가능한지 등 관련 지침에 관해 묻는 전화가 수백 통 걸려왔다고 밝혔다.

호건 주지사는 "그릇된 정보가 나가거나 머릿속에 튀어나오는 것을 그저 이야기한다면 틀린 메시지를 줄 수 있다"라며 "나는 대통령이 메시지에 집중하고 기자회견이 사실에 기반하도록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는 호건 주지사는 최근 50만 회 분량의 진단키트를 한국으로부터 공수한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는 등 코로나19 국면에서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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