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야 800㏊ 가 불타고 주민 1200여 명이 대피하는 큰 피해를 내
발화지점 7.2km에서 식사한 이철우 도지사, 다음날 오전에 현장 찾아

지난 24일부터 26일 오전, 40시간의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산림 800㏊를 태운 경북 안동 산불이 발생한 이날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미래통합당 소속 국회의원 당선인이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 자리를 가진 사실이 28일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 한 농가에서 한 주민이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산불로 불에 타버린 집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 한 농가에서 한 주민이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산불로 불에 타버린 집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이날은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인 데다 강풍을 탄 산불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주민 1200여명이 대피할 정도로 큰 산불이 난 상황에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도지사와 국회의원 당선인들의 부절한 처신에 비난이 쏟아졌다.

27일 '세계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6시 30분께 경북 안동시 풍천면 갈전리의 한 식당에서 이철우 도지사와 일부 간부 공무원들, 김병욱·김희국·정희용 미통당 제21대 경북 지역 국회의원 당선인이 만나 저녁 겸 술자리를 했다.

하지만 이철우 지사와 김병욱 의원 등이 모인 시각에, 식당과 직선거리로 불과 7.2㎞ 정도 떨어진 풍천면 인금리 주변은 산불로 비상사태였다. 당일 오후 3시 40분부터 인금리 야산에서 발생한 불은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졌다.

불이 나자 소방헬기 10여대와 소방차 수십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등이 현장에 투입됐지만 초속 10m 안팎의 강풍이 불어 진화에 애를 먹었다. 이에 안동시는 오후 4시4분쯤 인금리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주민 300여명은 마을회관과 청소년 수련관으로 긴급 피신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지사는 당선인들과의 술을 곁들인 식사자리를 이어간 셈이다. 이 지사는 저녁자리를 다 마치고 이튿날인 25일에야 진화 현장을 찾았다.

불길은 잡힐 듯하다 강풍에 다시 살아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결국 산불은 축구장 면적의 1100배가 넘는 800㏊의 산림을 태운 뒤 사흘 만인 26일 오후 2시30분쯤 진화됐다. 사흘간 대피령이 확대되면서 주민 1270명가량이 안전지대로 몸을 피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안동 시민들은 “부적절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모(31·여)씨는 “첫날 산불로 주민들이 대피까지 하는 상황에서 도지사가 코빼기도 비치지 않은 채 한가롭게 국회의원 당선인들과 술과 저녁을 먹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냐”라며 눈쌀을 찌푸렸다.

대피했던 풍천면 한 주민도 “(이 지사에게) 주민들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게 국회의원 당선축하인지 묻고 싶다”라며 “대피한 주민들은 그날 뜬눈으로 밤을 설쳤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26일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의 산불피해를 본 한 양돈장에서 불을 피해 살아난 새끼돼지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의 산불피해를 본 한 양돈장에서 불을 피해 살아난 새끼돼지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북도 측은 당시 저녁모임은 간단하게 1∼2잔 반주를 곁들인 식사자리였고 금방 마쳤다며 절차에 따라 산불통제를 했다고 해명했다.

최대진 경북도 환경산림지원국장은 “(안동)산불 초기에는 권영세 안동시장이 총괄 지휘를 했고, 첫 대피령 문자메시지도 안동시가 인금리 주민에게 보낸 것”이라며 “(지사님도) 저녁 식사 당시 권 시장으로부터 산불 진행 상황을 전화로 보고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불이 확산하면서 도 행정부지사가 산불 현장을 찾아 상황을 판단한 뒤 당일 오후 8시쯤 도가 산불통제권을 안동시에서 넘겨받았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저녁자리에 동석했던 한 당선인은 “첫날은 산불의 심각성을 몰랐다”며 “이 지사가 다음날 산불 현장을 간다고 해 서둘러 해산했다”라고 전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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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이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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