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작전 수행 책임자는 중위나 대위 이상의 위관급 장교, 그런 일 벌일 리 없어'

[뉴스프리존,광주=김필수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을 증언했던 故조비오 신부를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에 대한 재판이 재개됐다.

사진/법정 나오는 전 씨와 부인 이순자 씨
사진/법정 나오는 전 씨와 부인 이순자 씨

27일 오후, 전 씨에 대한 재판이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지난해 3월 11일, 전 씨가 광주지법에 출석한지 1년여만의 일이다.

광주지법 정문 앞에는 재판 시작 2시간여 전부터 5.18 주요 3단체와 5월 어머니회, 강제징집 진실규명추진위 등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모였으나 전 씨와 그 일행은 5개 중대 850명 이상의 경찰 경비 병력이 삼엄한 방어막을 친 가운데 법정 동 후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취재진이 후문 출입구로 들어가는 전 씨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냐는 질문을 던졌으나 전 씨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전 씨에 대한 재판이 중요한 것은 사자명예훼손 혐의의 유.무죄에 따라 1980년 5월21일과 5월27일 계엄군의 헬기 사격 사실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헬기 사격은 당시 전두환 신군부 지휘 통제권 아래 놓여있던 계엄사가 ‘자위권 발동’ 차원에서 발포를 했다는 논리를 무너뜨리는 증거이기도 하다.

재판부가 헬기 사격을 인정하게 되면 계엄군이 자위권 차원이 아닌 비무장 민간인들을 타격 목표로 삼은 전시 작전과 동일한 잔학하고도 적극적인 공격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지난 2018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는 5월21일과 5월27일 계엄군의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조비오 신부가 목격했던 5월21일 헬기 사격이 계엄군의 잔학성과 범죄성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 씨는 줄곧 “헬기 사격은 없었다. 조비오 신부 사탄 비유 언급은 자서전의 문학적 표현”이라고 주장해 왔다.

전 씨는 이날 법정에서도 “헬기 작전을 수행하는 책임자는 대한민국의 아들인 최소한 중위나 대위 이상의 위관급 장교다. 그런 무모한 일을 벌일 리가 없다. 아직도 자신은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는 법정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여 변호인의 요청으로 재판부가 휴정한 뒤 재판이 재개되기도 해 재판은 예상 외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재판을 마친 전 씨와 그 일행은 오후 5시 40분에 법정동을 빠져 나와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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