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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선택, 정당별 공약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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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선택, 정당별 공약 살펴보기
그런데 누가 무엇을 약속하나..
  • 김예정 기자
  • 승인 2020.04.27 0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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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각 정당의 패가 활발히 홍보되지 못하면서 ‘깜깜이 총선’의 위기에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 지역구 후보는 누구인지, 공약과 지형이 어떤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선거법 개정은 혼란을 더하는 또 다른 악재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라 미래통합당(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내놓은 데 이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도 진보 군소정당과의 연대 대신 당의 이익을 좇아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혼란스러운 형국에서 각 정당이 내놓은 공약은 당의 이해관계와 정체성을 확인하는 그나마의 통로가 된다. 9개 영역에서 민주당, 통합당, 민생당, 정의당, 국민의당의 공약을 비교했다. 어느 당의 약속에 손가락을 걸지는 유권자의 몫이다.

#보건_코로나19가 깨운 보건감각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응급대응체계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은 일제히 응급상황 시 이상적인 정부가 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통합당·민주당·국민의당은 모두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해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외 공약에서는 정당별 차이를 보인다. 통합당의 카드는 세액공제다. 이를 통해 마스크 등 위생용품 구입비에 대해 1인당 연 50만 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의료 인력 충원에 집중했다. 보건복지부에 ‘보건’과 ‘복지’를 담당하는 차관을 따로 두고, 의료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취약지역을 시작으로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상황이다. 정의당은 가장 적극적인 대안을 내놨다. 코로나19로 입은 피해에 대해 ▲전국민 마스크 전면 공적공급 및 감염병 지원대책 최우선 ▲1,200만 노동자·자영업자·돌봄취약계층 피해 지원 ▲510만 대구·경북 주민 대상 재난기본소득 100만 원 지원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민생당도 전국민에게 ‘코로나 극복수당’을 50만 원씩 1회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거대 양당에 대해 2009년 신종플루와 2015년 메르스 등 감염병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제시된 공약을 재탕했다는 비판이 있다. 나아가 통합당은 여당의 공약을 베끼며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20대 국회에서 번번이 좌절시켰던 ‘검역 인력 확충’을 비롯해 ‘저소득층 마스크 보급 대상 확대’ 등을 이번 공약으로 내놨기 때문이다.

#여성_‘지켜주겠다’는 말만으론 부족하다

여성 대상 범죄가 끊이질 않는다. 강간미수 적용 논란이 일었던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과 디지털 성폭력의 극단인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은 일상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연이은 사건에 따른 여성의 권리와 안전을 보장하라는 목소리에 정당들은 공약으로 답했다. 우선 다섯 정당 모두 ‘스토킹 방지법’의 도입과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통합당과 정의당은 여성 1인 가구의 안전에 초점을 맞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정의당·국민의당은 강간죄의 구성요소 중 ‘폭행 또는 협박’을 ‘동의 여부’로 대체하는 법 개정을 공약했다.

여성에게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공약들도 제시됐다. 정의당은 ▲‘성별임금격차해소법’ 제정 ▲안전한 일터 보장 ▲여성대표성 확대와 성평등 추진 체계 강화 등 여성이 처한 현실을 입체적으로 진단하고 극복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의당도 성평등 교육을 강화해 종합적 여성폭력 예방 및 지원체계를 보완하고 성평등-인권 통합교육을 정규교육과정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 복귀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이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운영 등 여성폭력 자체의 근절을 위한 공약까지 제시했지만 통합당은 제시하지 않았다.

#교육_제2의 ‘조국 사태’ 막으려면

지난해 ‘공정성’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대학 수시 전형의 불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국민의당과 통합당은 점수에 따른 줄세우기를 택했다. ‘부모찬스’가 불평등을 낳지 않도록 정시 모집인원의 비율을 각각 70% 수준과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안이다. 정시 확대의 공정성 제고 효과는 불확실하다. 계층별 교육격차가 심각한 상황에서 수능 점수의 공정성에 의문이 따르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역으로 간다. 정시와 수시를 통합하고 학생부 전형과 수능 전형으로 대입전형을 단순화하겠다는 것이다. 수능 자체를 ‘자격고시화’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2025년 일괄 폐지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지난 2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대상 학교들은 해당 시행령이 공포되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며 반발했다. 국민의당과 통합당은 특목고·자사고를 존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효율적인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잘하는 학생을 지원하는 방식이 서열화된 ‘분리교육’의 형태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통합당이 외친 ‘공정성’이 분리교육에서 담보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의당은 이번에도 반대 방향이다. 모든 특목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고교평준화를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의무교육까지는 사교육을 중지시키자’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고도 선언했다. 정의당이 공약과 함께 제시한 ‘국공립대학네트워크’ 모델은 국립대와 공영형 사립대를 중심으로 공동전형, 공동교육과정, 공동학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협력을 증진시켜 서열화된 대학체계를 허물겠다는 취지다.

국민의당은 사법시험을 부활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로스쿨과 의전원의 존재가 ‘현대판 음서제’나 다름없다는 판단에서 이들을 폐지하기 위함이다. 정시 확대의 이유와 같다. 민주당은 로스쿨의 문을 넓히겠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대·야간 로스쿨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다. 이에 진입장벽이 있다는 현 로스쿨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외면한 채 민주당이 ‘총선용 공약’을 제시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경제_누구와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2%선에 그쳤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과 달리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포괄적인 경제정책 및 재정운용에 관한 담론은 내놓지 않았다. 이번에 민주당이 내세운 구호는 ‘글로벌 4대 제조 강국’이다. 경제 발전의 근간이자 일자리 창출의 원천으로서 제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2030년까지 중소제조업체 스마트공장 보급률 100% 달성 및 유망스타트업·벤처기업 발굴 등이 주요 목표로 꼽혔다.

통합당은 대한민국 경제를 ‘빈사 상태’로 진단하며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비판했다. 통합당이 제시한 ‘재정건전화법’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40% 이하 유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2% 이하 유지 ▲직전 3년 평균의 0.5% 이하로 국세감면율 인상폭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또한 통합당은 경기 침체의 원인을 현 정부의 ‘반기업적 규제’로 지목해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법인세를 인하하고 자유시장경제를 활성화해 기업의 투자와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주장이다. 시장논리에 수반되는 시장 내 ‘빈익빈부익부’ 양극화를 완화할 마땅한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투자가 촉진될수록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에도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현재 자문기구로서 존재하는 규제개혁위원회를 장관급 기구로 승격시켜 정권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가칭 ‘규제개혁처’를 설치하겠다고도 공언했다. 더불어, 새로운 규제 1개가 만들어질 때마다 2개 이상의 규제를 개선하도록 하는 ‘One in, two out’ 정책을 시행해 규제 개혁의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4차산업 일자리특별법’을 제정해 ‘양질의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구체적 계획은 제시된 바 없다.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한 통합당의 반대편에는 ‘기업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의당이 있다. ‘재벌개혁’을 구호로 내걸며 한국 경제의 친기업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정의당은 관행화된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의 전속거래 구조와 대기업의 부당한 횡포가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업체와 공유하는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총수 일가의 ‘황제 경영’도 문제 삼았다. 지배주주의 지분을 제외한 주주들이 총수 일가의 이사와 임원 임명 등에 대한 사안을 다수결로 의결하는 ‘MOM(Majority Of Minority)’을 사내에 도입해 경영의 민주성을 제고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를 재도입하겠다는 정의당의 주장은 기업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통합당의 입장과 상반된다.

미래세대와 환경을 고려한 성장을 목표하는 공약도 다양하게 등장했다. 통합당과 국민의당은 현 정부가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탈탄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원자력 발전을 택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및 월성 1호기 재가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또한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4세대 원전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정의당과 민주당은 녹색혁신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두 당은 경제성장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그린뉴딜경제’ 실현을 약속했다. 정의당은 기후위기 극복과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 자동차로 대체 ▲그린뉴딜에 따른 피해 노동자, 협력업체 및 지역경제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 대책 수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그린뉴딜 달성을 위한 단계로는 ▲중장기적 탄소세 도입 검토 ▲지역에너지전환센터 설립을 통한 녹색일자리 교육 ▲기후위기 취약계층 에너지 복지 강화 ▲미세먼지 농도를 40% 이상 절감해 2040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인하 등이 제시됐다. 민생당은 '기후위기대응법' 제정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뉴딜 사업의 시행기간에 대해선 정의당·민생당은 10년, 민주당은30년으로 두며 현 세대의 중장기적 과제로 삼았다.

#노동_누가 노동자의 편에 서 있나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했다. 노동 시장 개혁의 의지도 내비쳤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최저임금 인상’,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이 구체적인 사례다. 대통령 임기가 3년이 지난 지금, 노동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를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간접고용하는 ‘꼼수’가 발생했다. 하청업체를 통한 고용과 다름없는 열악한 처우가 유지된다고 지적받는 방법이다. 공공부문에서의 변화가 노동시장 전체의 구조를 개선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정부의 약속과 달리 노동시장 개선의 흐름이 민간으로 확산될 기제도 없었다. 노동계가 희망을 건 정책들이 사실상 증발하면서 비판이 잇따랐다.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태에서 노동공약들이 앞다투며 제시됐다.

민주당은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갈 것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3월 10일 열린 정책협의회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손을 잡았다. 이들이 체결한 ‘노동부문 5대 비전·20대 공동약속’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정리해고 요건 강화 ▲1년 미만 근속 노동자 퇴직 급여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고용원칙의 제도화와 비정규직 및 소규모기업 노동자 ‘차별 제로화’를 추진하는 방안도 내놨다.

정의당의 공약은 파격적이다. 연 1,800시간대 이하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현재 노동제한시간인 주52시간을 단계적으로 주35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공약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보장 입법을 위한 정책협약을 맺고 ‘비정규직 7법’추진을 알리기도 했다. 이는 ▲상시, 생명·안전 업무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초기업 단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노동관계법상 근로자 개념 확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골자로 한다. ‘노조할 권리’ 실현을 위해서는 노동조합(노조)의 쟁의권 제한(쟁의행위 요건 및 사업장 점거 제한)을 폐지하고 노조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및 손해배상가압류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줄이고 정규직화를 확대하는 ‘정규직 채용 및 전환법’ 제정과 노조가입률 20% 달성도 정의당의 목표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를 걷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가 대표적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노동법에 명시된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나섰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의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이에 따른 사업주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고용장려금 등을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함께 냈다. 두 당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기 어려운 택배기사 등의 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자성을 인정해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점에서도 같은 노선에 있다.

‘시장경제 질서를 토대로 한 자유·공정의 경제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는 통합당과 ‘혁신주도성장경제’를 주장하는 국민의당의 노동 정책은 닮았다. 두 당 모두 대기업 ‘강성 노조’의 불법 파업 행위를 근절하고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보호해 노사 관계를 ‘대등하고 협력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경직된 주52시간제가 문제라는 입장도 같다. 두 당 모두 주52시간제로 인해 벤처업계의 경쟁력과 열정이 저하되고 있다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통합당은 벤처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주52시간 적용 예외 인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주52시간제를 연간 근로시간 총량제로 대체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제약을 완화하는 등 근로규제를 유연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공기업정책학과)는 “우리나라의 1인당 GDP 수준에선 주52시간도 지나친 것”이라며 “(노동시간을) 차등적용하자는 말은 결국 (노동자 보호를) 안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통합당과 국민의당은 주요 노동 쟁점으로 꼽히는 최저임금 인상에도 부정적이다. 통합당은 소상공인들이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과 경제상황 등을 고려한 업종별·규모별 구분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당시 경제성장 정책으로 내세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겠다며 현재 최저임금을 문재인 정부가 끝날 때까지 동결하고 장기적으로는 업종 등 특성에 맞게 다원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구분적용이 근로자에게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한다는 최저임금제의 취지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동산_부자의 ‘내 집들’ 마련 막으려면

통합당의 혁파 대상엔 부동산 규제도 포함됐다. 부동산 증식과 투기에 대한 규제를 풀겠다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주택 보유세를 대폭 낮추겠다고 밝혔다. 중산층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는 방안으로는 대출기준의 완화를 제시했다. 현재는 주택담보대출 시 9억 원 이하 주택은 주택가의 50%까지, 9억 원 초과 주택은 3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통합당은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주택가의 60%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약속했다. 박상인 교수는 근본적으로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중산층이 아닌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나치게 낮은 부동산 소득세율을 근로소득세율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정의당은 반대 노선이다. 투기가 만연한 부동상 시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정의당은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해 중과세와 보유세를 높이고 고위공직자는 1가구 1주택만 허용해 부동산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민생당 역시 1가구 1주택자는 보유세를 면제하고 주택을 많이 보유할수록 중과하는 누진적 구조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한 발 더 내딛는다. 월마다 임차료를 지급하는 주거급여 선정 기준을 완화해 기존보다 약 2배에 달하는 가구에 월 평균 20만 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동시에 장기공공주택 200만호 확보를 위해 매년 ‘반의 반값 아파트’를 제공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공공택지를 민간이 아닌 공영으로 개발해 토지비 거품을 제거하고 분양원가를 공개해 건축비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정의당과 함께 임대료에 상한선을 두고 임대차 계약갱신을 보장해 세입자가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국방_북한과 병역을 대하는 자세

대부분의 당은 평화를 위해 창끝을 벼리겠다고 나섰다. 민주당은 스마트 정예 강군 육성으로 세계 5위의 국방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탄도탄 탐지체계와 미사일 요격체계를 강화해 전략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남북의 평화협력을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통합당은 현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미동맹을 강화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군사대응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핵전력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배치하고 한미 공동 전시작전권 범위의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으로 운용하는 작전을 포함시키는 등 ‘핵공유협정(핵동맹)’을 맺겠다는 파격적인 공약까지 내놨다. 예비군에게는 훈련수당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지급하고 현역 군인에게는 매달 2박 3일 외박을 제공하는 등의 처우 개선도 약속했다. 국민의당도 미국의 핵무기를 공유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나토(NATO)형 한미 핵공유시스템’을 구축해 핵전쟁 발발시 미국의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정예 스마트과학군을 육성하고 병역자원 감소를 대응해 전문부사관제를 국병력의 50%까지 확대하는 등 군 개편 계획도 있다. 전역장병들에겐 사회진출을 위한 장려금으로 2천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창을 내려놓자는 입장이다. 한반도가 비핵화·평화체제의 상태가 될 때까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단계적인 틀 내에서 남·북·미 공동합의를 추진하겠다고 말한다. 징병제를 완화하려는 공약도 있다. 징병제 기본틀을 유지하되 모병과 징집으로 구분하는 ‘한국형 징모혼합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2025년까지 군 병력을 40만(간부 20만, 병사 20만) 수준으로 감축할 것을 목표로 기술전문병사 10만 명은 4년을, 일반병사 10만 명은 6개월을 의무복무기간으로 설정했다. 처우 개선도 빼놓지 않았다. 병사 월급을 최저임금과 연동해 100만원부터 지속적 인상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이다. 한편 민생당은 현역 군인의 월급을 최저임금의 1/2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언했다.

#검찰_서로 다른 권력 구도 그리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이후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며 지난 11월 한국사회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71%의 높은 국민 지지를 받았다. 해당 법은 12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공수처를 올해 안에 설치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공수처를 ‘무소불위’라 칭하며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공수처장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므로 대통령을 포함한 정권의 비리의혹을 수사하기란 불가능하며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는 공직자가 보복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합당이 공수처의 대안으로 제시한 검찰개혁안은 검찰총장의 임기 연장이다. 검찰총장의 임기를 현행 2년에서 대통령 임기인 5년보다 긴 6년으로 연장해 검찰총장을 대통령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통합당은 이를 통해 검찰이 권력형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검찰의 예산 편성을 법무부에서 독립시키고 인사권을 법무부에서 대검찰청으로 옮겨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그러나 공수처가 폐지되고 검찰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경우 검찰이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다는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의당 또한 현 공수처법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공수처장 임명절차를 개선하고 공수처의 기소권을 폐지하는 등 개정 의지를 밝히는 데 그쳤다. 검경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위해선 경찰의 수사 종결권을 검찰에 이관하고 수사 개시권은 경찰과 전문수사기관에만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시장 관권선거, 공작선거 논란에 대해 ‘청와대 선거개입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탄핵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여당과 행정부를 심판해 사법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얘기다.

#국회_‘미워도 다시 한 번’ 믿어달라는 국회

국회 본회의는 국정전반에 대한 토론의 장으로서 국회의 의사를 최종 결정하는 단계다. ‘법률소비자연맹’이 2000년 이후 국회(16~20대)를 비교한 결과, 20대 국회의 본회의 시간이 가장 짧았다. 성실한 일꾼이 되겠다는 말뿐인 약속에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모든 정당은 국회에 실망한 민심을 돌리기 위해 다시 한 번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우선 국회의원을 압박할 수 있는 공약이 제시됐다.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국회 회의에 무단결석하는 국회의원에겐 강력한 징계를 내릴 것을 약속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국회의원이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국민소환투표를 통해 의원을 징계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국민의당 역시 국회의원 출결을 투명화하고 무단결석 시 세비를 삭감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의당은 국회의원의 세비를 30% 삭감하고 최저임금의 일정 배수 이하로 임금을 책정하는 최고임금제를 도입해 국회의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의지까지 내비쳤다.

법안 처리 과정의 개선도 약속됐다. 민주당은 국회를 상시 운영하고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개혁함으로써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본회의에 법률안이 상정되기 위해서는 법사위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국민의당은 2019년 한 해 동안 골치를 썩인 패스트트랙의 남용을 막기 위해 ‘국회선진화법’ 중 신속처리안건 대상을 국가안보·국민경제 등과 관련된 중대한 사안으로만 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나아가 정의당은 선거법 개정 이후 위성정당 난립의 문제를 발생시킨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전환을 약속했다. 선거권을 만 16세까지, 피선거권을 만 18세까지 낮춰 청소년과 청년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겠다고도 주장했다.

박상인 교수는 정치를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는 걸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 말한다. 정치인과 정당, 나아가 정부는 이상을 꿈꾸면서도 현실을 바꿔야 할 의무가 있다. 아무리 좋은 공약이라도 실현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법이다. 유권자들은 ‘높으신 분들’을 손 놓고 구경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는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권력의 오남용을 견제해야 한다. 선거가 끝나도 정치는 끝나지 않는다. 대중의 끊임없는 감시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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