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한국전쟁 70주년'전
획증편향으로 갈등심화 우리사회 돌아보기

[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 올해는 한국전쟁이 일어난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여전히 전쟁은 끝나지 않은 채 우리는 분단이라는 상황에 놓여있다. 지금도 진행형인 이념대립과 갈등은 한국전쟁 당시와 다르지 않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대표; 이수문)은 내달 21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검은 해'에서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반공이념과 진보,보수의 대립, 주입식 교육으로 학습된 고정관념과 편견, 편향된 종교와 정치사상이 만들어내는 상황을 담아낸 6명의 작가 작품을 소개한다.

김영은 '에코 챔버'( 2020, 싱글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9분 27초, 스틸 컷) 

 

김영은은 2016년 광화문 시위현장의 소리와 마이크를 종이로 감싼 소리를 교차하여 들려주면서 진실을 바라보는 균형감각에 대해 질문한다.

김무영은 두 개의 모니터로 반공활동을 하는 한 인물의 삶과 60년대, 70년대 제작된 반공 영화의 몽타주를 병치하여 재현과 폭력의 경험이 만들어낸 ‘반공 국민’에 대해 사고해 보고자 한다.

또 다른 영상작업을 선보이는 송세진은 광화문 시위현상에서 진행한 립싱크 퍼포먼스를 통해 사회를 이끌어가는 다양한 가치, 이념 그리고 집단과 개인, 국가 사이의 불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병래는 이념 대립을 조장하는 텔레비전 속 광고들에 주목하여, 광고 속 희망의 미래를 약속했던 이미지들을 재구성하여 영상을 제작하였다.

공상과학 소설 ‘붉은 별’을 읽고 이를 설치작업으로 구현한 신정균은 책에서 발췌한 문장들을 쓰고 지우는 과정을 반복하여 이 소설에 대해 사회주의적 선입견을 가졌던 본인의 속단을 반영하였다.

마지막으로 진기종은 우주의 생물학적 존재를 부인하는 종교의 입장에 반하여 외계 생물체를 등장시키고 이들과 전투를 벌이는 인간들의 모습을 렌티큘러로 제작했다. 이 이미지는 한국사회에 깊숙이 내재된 혼란스러운 시대상과 다르지 않다.

 송세진 ' LIP-SYNC for your life' ( 2016, 싱글 채널 비디오, 6분 28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현재 한국 사회가 진실되며 옳다고 믿고 있는 이념과 생각이 교육된 편견의 결과일 수도 있음을 거시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전시명인 ‘검은 해’는 해는 붉은 색이라는 고정관념이 어느 날 폴라로이드 사진에 찍힌 해가 검은색으로 나타난 것을 보고 한번 만들어지면 쉽게 변하지 않는 고정관념에 대한 은유로 사용한 것이다.

한번 만들어진 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해는 빨간색이라고 생각한다. 하늘의 해를 눈이 부셔 쳐다보지 못할 때도, 구름 뒤 해를 달이라고 생각했을 때에도 그것은 분명히 빨간색이 아니었는데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빨간 해는 일몰이나 일출 때에나 볼 수 있다. 그것도 노란색이 되거나 주황색이 되기도 한다. 해는 대기의 조건에 따라 다른 색으로 보인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해를 찍으면 검은색이 된다.

신정균 '별 지우기' (2020, 별 모양이 인쇄된 종이에 수정테이프)
진기종 ' U.F.O의 공격을 받은 슈퍼신의 광장'( 2015, 랜티큘러 시리즈, 79×140cm)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짝코’도 상영한다. 6월 18일(목) 오후5시부터 8시까지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의 진행 아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짝코’는 대표적인 분단영화이자 리얼리즘 영화로, 당시 정부가 주도한 국책 반공영화와 달리 남한 사회의 좌/우 이데올로기를 객관적으로 다루고자 시도했다는 점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김무영 '유튜브스타의 관점에서'( 2019, 2채널 비디오, 채널1 10분 7초, 채널2 21분 42초)
박병래 ' nowhere ' (2020, 2채널 비디오, 스테레오사운드, 5분 51초)

 

전시를 기획한 강성은 학예실장은 “우리사회에서 수십만 명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사실을 또 다른 수십만 명은 누군가의 음모라고 믿고 있다. 수없이 많은 정보가 떠돌아다니면서 자신이 보고 싶은 측면만을 보게 되거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 왜곡해서 전달하면서 진실이 흐려지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념 대립과 충돌 상황을 한번쯤은 걸러보고 싶어 마련한 전시”라고 말했다.

특히 강 실장은 “한국전쟁 이후로 계속된 반공사상과 진보, 보수의 대립,경제발전을 위해 주입된 새마을정신, 그 밖에도 주입식 교육으로 학습된 고정관념과 편견, 편향된 종교와 정치사상이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031-992-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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