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협회장,칼럼니스트

인재등용 술

나라에 쓸 만한 인재가 없는 것 같습니다. 현 정부 들어와 겨우 4개월 정도 지냈는데 벌써 낙마를 한 인사가 몇 명인지도 잘 모를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임명된 인사들도 예외 없이 문제투성이 인사들이니 국민들로서 이 나라의 인재등용이 걱정이 안 될 리가 없지요.

요순(堯舜)시대에는 인재등용이 탁월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하는 일 없이 보여도(無爲而治) 좋은 정치가 이룩되었습니다. 그것은 인재등용에 뛰어난 인재들을 발탁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현 정부의 인재등용에 허점이 보이면서 사람 쓰는 일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인재 발굴을 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수많은 검증과 경험으로 믿을 수 있는 인재를 골라내면 창의적이고 활발한 인재를 발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엊그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국회인준 부결에 이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 후보자가 또 낙마할 위험에 처한 것 같습니다. 이 박성진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불거진 가장 큰 논란은 ‘창조과학 신봉’과 ‘뉴라이트 역사관’ 두 가지입니다.

그는 창조과학 신봉 논란에 “창조론을 믿는 것이 아니고 창조신앙을 믿는다. 창조론과 진화론 등은 과학의 영역”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또 뉴라이트 역사관 지적에는 “부끄럽지만 건국과 정부수립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뉴라이트를 들어본 적은 있지만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려는 관심도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창조과학이 아닌 창조신앙을 믿고, 역사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 박 후보자의 해명입니다.

박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창조과학이 과연 개인 신앙의 영역인지, 역사에 대한 무관심으로 뉴라이트 역사관을 드러낸 것은 아무 문제가 없는지 제대로 설명이 안 되면 청와대는 박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옛날 삼국지 영웅들의 인재등용 술 7가지가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재등용 술이 너무 안타까워 이 <인재등용 술> 일곱 가지를 알려 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국시대에는 인재들이 많았고, 어진 선비를 추천하는 데도 서로 힘을 쏟았습니다. 사람을 쓰는 것은 개인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거나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삼국은 인재를 등용해서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인재를 등용하는 방법과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인재등용 술 일곱 가지>

첫째, 아랫사람에게도 예의를 갖추는 것입니다.

유비는 인재를 구할 때 명령을 내려 소집하는 방법을 쓰기보다는 직접 찾아갔습니다. 제갈공명을 만나러 갔을 때도 한 번 가서 못 만나지 세 번을 찾아 갔습니다. 세 번째로 찾아갔을 때는 점쟁이에게 길일을 고르게 하고, 3일 동안 목욕재계하며, 새 옷을 입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제갈공명을 얻고 싶은 절박한 심정으로 예의를 다한 것이지요.

둘째, 인재들을 단결시키는 것입니다.

단결이 곧 힘입니다. 하나의 군대는 상하의 힘이 하나로 모일 때 가장 역량이 커지는 것이지요. 그 상하의 힘을 모으는 열쇠는 지도자가 상하를 단결시키는 데 달려 있습니다. 유비는 바로 인재들을 단결시킬 줄 아는 군주였습니다. 그래서 형주의 호걸들이 유비 주위에 모여 큰 뼈대를 형성했던 것입니다.

셋째, 나이가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는 것입니다.

유비는 인재를 알아보고 중용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황제자리에 오른 뒤 나이 많은 사람도 싫어하고 젊은 사람을 경시했습니다. 예를 들면 유비는 나이 많은 황충을 기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육손을 ‘젖비린내 나는 어린 놈’이라고 멸시했습니다. 이 때문에 유비는 이릉전투에서 육손에게 패하는 엄청난 손실을 겪었습니다. 인재를 기용함에 있어 그 사람이 재능이 있고 없음에 중점을 두어야합니다. 나이는 불문입니다.

넷째, 인재를 외모로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용모의 아름다움과 내면의 아름다움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용모가 아름다워도 내면이 추할 수 있고, 용모가 추하다고 해서 내면까지 추한 것은 아닙니다.

다섯째, 쓰디쓴 충고를 달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당태종은 신하의 간언을 잘 새겨들어 당(唐)의 번영을 이루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쪽 말만 들으면 어두워지고, 양쪽 말을 다 들으면 명확해진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통치자들은 남의 의견을 듣지 않고, 듣는다 해도 한쪽 말만 듣고 믿어버리는 오류를 범해 나라를 망치고 자신까지 파멸에 이르곤 했습니다.

여섯째, 속임수를 쓰면 사람들의 마음이 떠납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군주가 성심을 다해 신하를 믿고 신하가 충심으로 군주에게 보답하면 군신 간에 서로 얻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속임수를 쓰면 신하와 군주 모두 서로 믿지 못하고 의심하여 결국 멸망을 초래합니다.

일곱째, 지도자가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제갈공명은 새벽에 일어나고 밤늦게 잠을 자며, 밥맛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공명처럼 지도자가 혼자 모든 일을 도맡아하는 것은 배울 만한 일이 아닙니다. 지도자가 모든 일을 혼자 도맡아하면 첫째, 인재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둘째, 인재가 성장하는 데 불리하며, 셋째,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게 된다는 폐단이 있기 때문이지요.

어떻습니까? 이 일곱 가지를 실행하면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엉터리 인재를 등용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요?「名大實小 後無可觀 最後勝利 實力爲上」이라 했습니다. ‘이름만 크고 실이 적으면 뒤에 가히 볼 것이 없고, 최후의 승리는 실력이 위’라는 말입니다. 부디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실력 있는 인재를 등용해 천추에 빛나는 대통령이 되시기를 축원 드리네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12년 9월 1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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