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부동산 '페이퍼 컴퍼니' 설립 악용 탈세 제재.. 전수 검증 돌입
부동산 시장의 불합리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발화점'에 와있다는 지적

[뉴스프리존=정현숙 기자]  수백억 건물을 소유한 유명 연예인들이 가세한 부동산 '유령 법인' 세금 회피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법인이 거래하면 양도세 중과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연예인들의 부동산 법인 거래가 그 배경이다.

6일 국세청,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3일 "기획재정부에 부동산 법인도 아파트 양도차익에 대해 중과세율을 중과 적용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건의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올해 법인을 이용한 편법증여·탈루 의혹이 있는 27개 법인에 대해 세무 조사에 착수했으며, 1인 주주 부동산 법인 2969곳과 가족 법인 3785곳 등 총 6754개 법인에 대해 전수 검증에 돌입했다.

부동산 법인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적용이 정부 내에서 검토되면서 올해 세법개정안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동산 법인을 설립한다고 해서 세원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엄격하게 관리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최근 한류 문화의 강세와 더불어 부를 축적한 연예인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 5년간 건물을 매입한 연예인은 총 55명이었다. 이들은 건물 63채를 매입했고, 매매가 기준 액수가 무려 4700억 원에 달했다.

국세청이 칼을 빼게 만든 계기가 된 MBC 'PD수첩'이다.  방송에서는 '연예인과 갓물주'라는 주제로 연예인들의 건물 투자 방식을 파헤쳤다. '갓물주'는 '신'을 뜻하는 'GOD'과 건물주의 합성어다. 방송에서는 건물을 매입 후 큰 시세차익을 얻어 화제가 된 연예인들의 실사례를 조목조목 따졌다.

배우 권상우(43) 씨와 한효주(33) 씨, 이병헌(50) 씨, 김태희(40) 씨 등은 본인 명의로 건물을 구입하지 않고 유령 법인을 설립해 건물을 매입, 임대 소득세 등에서 이익을 취했다는 내용이 방송됐다. 

아울러 법인으로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취득세, 양도소득세, 임대소득세 등 억대의 세금을 피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와 달리 종부세도 내지 않는다. 이를 두고 절세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붙인다. 엄밀히 탈세와 다름없다는 소리가 나온다.

서민이 전기세 등을 아끼는 차원이 아니라 상위의 부자들이 어마어마한 소득을 취하면서 유령 법인을 세워 억대의 세금을 피하는 것으로 불법은 아니지만,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행태다.

단지 불법의 경계만 넘었다고 해서 모두 옳은 일은 아니다. 이들이 법망을 피해 올린 시세 차익 뒤에는 어마어마한 임대료 상승이 뒤따른다.

특히 PD수첩은 다수의 연예인들이 자신의 명의가 아닌 법인 명의로 매입하며 수억을 탈세한 것을 집중 조명했다. 연예인들은 가족 등의 명의로 회사를 설립하고 법인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해 취득세, 양도소득세, 임대소득세 등에서 세금을 피했다.

PD수첩은 또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부동산 구매를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가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 즉 유령회사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법인 주소지를 서울이 아닌 지방에 둬 세금을 추가로 감면했다고 설명했다.

이병헌씨 같은 경우는 " 서울 영등포구의 260억 원대의 건물을 매입하면서 이 씨 어머니 명의로 돼 있는 법인의 경우 서울이 아닌 경기도 안성시로 주소가 설정돼 있다"라며 "하지만. 법인 주소지에는 아무도 없었다. 건물 관리인에게 문의한 결과 해당 법인은 부동산 관리업을 하는 곳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김태희 씨에 대해서는 "김 씨가 강남역에 위치한 건물을 매입할 때 당시 본인이 대표, 언니가 이사인 법인 명의로 매입했다"라며 "경기도 용인지역이 법인 주소지였으나 공유 형태로 70여 개 사무실이 입주해 있었고 김 씨의 경우 책상 하나만 배정돼 있었다"고 했다.

김 씨는 법인으로 서울 강남의 132억 원 대의 건물을 매입하면서 약 10억에 이르는 9억8200만 원의 취득세를 피했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 법인을 세우는 이유는 취득세 중과를 면하기 위함이었다.

한효주 씨에 대해서는 "서울 은평구 소재 건물을 법인 명의로 매입했다. 이 법인 대표는 한효주 씨 아버지였다"라며 "실제로 법인 주소지로 찾아갔지만, 사람이 있는 흔적조차 없었다. 이 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권상우 씨도 법인 소유로 강남 소재 건물을 매입했다. 이와 관련해 권 씨 측은 “본 법인은 연예 매니지먼트업, 영화 기획 홍보 제작, 부동산임대업, 세차장 영업을 영위하고 있다”라며 “관리 효율과 투명성을 위해 주식회사 법인으로 설립했다”라고 주장했다.

대출은 '건물주'로 등극할수 있는 최고의 무기.

그들이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대의 건물주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대출'에 있었다. 그들은 일반인들과 비교할 때 훨씬 더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PD수첩' 측은 권상우, 하정우, 공효진 등 일부 연예인들의 실명을 공개하며 이들이 건물을 매입할 때 대출 비율이 높다는 점을 밝혔다.

배우 공효진 씨는 37억원에 인수한 빌딩의 매매가 중 26억원은 은행 대출로 충당했다. 자기 자본은 약 8억 원만 들어간 것. 이후 4년 뒤 해당 건물을 60억 원에 팔아 23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공씨는 같은 해 상권이 발달한 마포구의 한 건물을 하나 더 매입했다. 매매가 63억 원에 달한 해당 건물 역시 대출만 50억원으로 금액의 79%를 대출로 해결했다.

권상우 씨는 경기 성남시 분당, 서울 청담동, 성수동에 이어 등촌동에 위치한 지상 10층짜리 대형 빌딩을 매입했다. 그는 매매가 280억 원짜리 빌딩을 구매하면서 24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런 대출은 권 씨가 은행 신용등급 VIP이기에 가능했다.

하정우 씨는 2018년 종로에 81억 원짜리 건물을 매입했는데 57억 원이 대출금이었으며, 이어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127억 원 상당의 건물을 하나 더 매입했는데, 이때도 99억 원을 은행에서 빌렸다.

손예진 씨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각각 40억 원 상당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또 자신의 건물에 스타벅스를 입점 시켜 17억 원 시세 차익을 얻은 박명수 씨의 부인 한수민 씨를 두고 '재테크 여왕'이라고 추켜세우는 현실을 조명했다. 연예인의 이런 행위가 일반인보다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들이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공인이기 때문이다.

스타 연예인이 법망을 피해 시세 차익으로 큰 이득을 본 사례가 알려지면서 대중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투기성으로 건물 재테크에 가지는 관심이 높아졌다. 평생 일해도 내 집 한 채 사기 어려운 시대에, 수십억을 불로소득으로 가만히 앉아서 버는 모습을 보고 어느 누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대중의 사랑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한 연예인들이 대중의 눈에서 피눈물을 뽑는 현실이다. 이익과 피해를 보는 사람이 따로 존재하는 우리 부동산 시장의 불합리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발화점에 와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PD수첩  제작진은 "취재한 연예인 대부분 '문제가 될 줄 몰랐다'는 식의 반응이었다"라며 "청소년이 부러워하는 직업이 연예인과 건물주라는 점을 되새겨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예인들은 영향력이 큰 공인이고,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라며 "돈이 돈을 버는 세상보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소외받지 않는 세상이 돼야한다"라고 메시지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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