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협회장,칼럼니스트

결초보은

은혜를 입고도 갚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 배은망덕(背恩忘德)한 인간이라 합니다. 이 배은망덕한 인간의 인생이 잘 될 턱이 없습니다. 인생을 성공으로 이끈 사람은 예외 없이 은혜에 보은(報恩)한 사람입니다. 일본의 ‘마쓰시다 고노스께(松下幸之助 : 1884~1989)’의 ‘실패하지 않는 비결(成功秘訣)’이 생각납니다. “실패하지 않는 비결은,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이다.”라고 말한 그는 스스로 3가지 은혜를 입어 성공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아흔 넷의 나이로 운명할 때까지 산하 570개 기업에 종업원 13만 명을 거느린 대기업의 총수였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파산으로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고 자전거 점포의 점원이 되어 밤이면 어머니가 그리워 눈물을 흘리던 울보였답니다.

그러던 그가 85년이 지난 후 일본 굴지의 기업총수가 되었는데, 어느 날 한 직원이 마쓰시다 회장에게 물었습니다. “회장님은 어떻게 하여 이처럼 큰 성공을 하셨습니까?” 마쓰시다 회장은 자신이 세 가지 큰 은혜를 입고 태어나서 성공했다고 대답했습니다.

“나는 가난 속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부지런히 일하지 않고서는 잘 살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았다네. 또 약하게 태어난 덕분에 건강의 소중함도 일찍이 깨달아 몸을 아끼고 건강에 힘써 지금 90살이 넘었어도 30대의 건강으로 겨울철 냉수마찰을 한다네. 또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했기 때문에 항상 이 세상 모든 사람을 나의 스승으로 받들어 배우는데 노력하여 많은 지식과 상식을 얻었다네. 이러한 불행한 환경이 나를 이만큼 성장시켜주었으니 하늘의 은혜가 아니고 무엇인가?”

어떻습니까? 불행까지도 은혜로 돌려 세상에 ‘결초보은(結草報恩)’하려고 노력한 마쓰시다 회장이 어찌 성공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그 ‘결초보은’의 전설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의 <좌전(左傳)> ‘선공(宣公) 15년’에 나옵니다.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위무자(魏武子)에게 후처가 있었습니다. 위무자가 병에 걸려 신음하게 되었을 때 그는 후처의 딱한 처지를 배려하여 자기가 죽고 나면 그녀를 개가(改嫁)하게 하라고 아들인 위과(魏顆)를 불러 명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병세가 점점 위중해지자 다시 아들을 불러 사랑하는 그녀를 자신의 뒤를 따라 순장(殉葬)시키도록 당부합니다.

그 뒤 위무자(魏武子)가 죽게 되자 그의 아들 위과는 서모(庶母)의 처리에 대하여 상반(相反)되는 아버지의 유언(遺言)을 두고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하던 끝에 판단하기를 ‘아버지께서 병이 들었을 때에 분부하신 말씀은 정신이 혼미(昏迷)하여 하신 말씀이다. 평소에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뜻을 따르리라’고 생각하고 그의 서모(庶母)를 개가하도록 하였습니다.

그 후, 진환공(秦桓公)이 진(晉)나라를 침략해 왔습니다. 그런데 진(秦)의 장수 두회(杜回)는 천하에 둘도 없는 유명한 장사였지요. 진(晉)의 장수 위과는 전군에게 진(陣)을 굳게 봉쇄하고 절대 출전하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두회가 삼백의 도부수(刀斧手)를 데리고 진군(晉軍)의 진영 앞으로 나와 삼일 밤낮 욕설을 하며 싸움을 걸어왔지만 위과는 감히 싸움에 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위과는 기회를 보아 군사를 독려하여 두회와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전투 중에 적장 두회가 갑자기 헛발을 내딛고 앞으로 넘어집니다.

진(晉)의 군사들이 지르는 함성을 듣고 위과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진군 (秦)쪽을 자세히 살펴보니 한 노인이 멀리서 보이는데, 도포를 걸치고 짚신을 신은 것이 마치 농부의 모습을 하고, 파란 풀들을 한 가닥으로 묶어 두회의 발목을 걸어 넘어뜨리는 것이었습니다. 위과와 위기의 형제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두회에게 다가가서 창을 겨눠 땅바닥에 쓰러트린 다음에 군사를 시켜 두희를 생포하여 결박을 지우게 하였습니다.

두회가 거느렸던 살수(殺手)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가다가 진(晉) 병사들의 추격에 거의 다 죽고 도망갈 수 있었던 사람은 사오십 명에 불과 하였습니다. 위과가 사로잡힌 두회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스스로 영웅행세를 해 왔는데 어찌하여 포로가 되었는가?” “나의 두 발이 마치 무엇에 걸리는 것 같아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것은 하늘의 뜻이라 내 힘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날 밤이 되어 위과가 막 잠이 들자 꿈속에서 한 노인이 읍(泣)을 하면서 다가와 말을 합니다. “장군은 두회가 어떻게 해서 잡힌 줄 아십니까? 그것은 이 노구(老軀)가 결초(結草)하여 두회로 하여금 발이 걸려 넘어지도록 해서 잡게 된 것입니다.” 위과가 놀래어 노인에게 말합니다.

“나는 본래 노인장과는 일면식도 없는 처지인데 이렇게 큰 도움을 얻었으니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곧 장군의 서모였던 조희(祖姬)의 아버지 되는 사람입니다. 장군이 부친의 명을 받들어 부친이 돌아가신 후에 내 딸을 좋은 배필을 골라 개가 시켜 주어 노구가 구천지하에서 딸의 목숨을 구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가 이번 차제에 미력한 힘이나마 사용하여 장군으로 하여금 군공을 이룩케 한 것입니다.” 이를 일러 후세 사람들은 ‘결초보은’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어찌 한 개인의 은혜만 크다 하겠습니까? 세상의 은혜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 중에 그 은혜를 종합하여 살펴보면 이 세상의 은혜를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 네 가지 큰 은혜를 우리는《사은(四恩)》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천지은(天地恩) ‧ 부모은(父母恩) ‧ 동포은(同胞恩) ‧ 법률은(法律恩)이 그것이지요.

‘천지 은’은 인간이 천지로부터 입은 은혜입니다. 천지가 인간에게 베풀어 주는 은혜인 천지 은이 없으면 생명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부모 은’은 사은 중에서 인간 윤리의 기본이 됩니다. 또한 ‘동포 은’은 동포상호간에 서로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정신으로써 은혜를 베풀어주고 입게 되는 관계를 말합니다. 또 ‘법률 은’이란 법률에 의해서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고 우리가 평화 · 안락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은혜를 말하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누구를 막론하고 은혜를 입었으면 갚아야 합니다. 우리 인간이 한 개인에게 은혜를 입었어도 결초보은을 하거늘, 하물며 이 큰《사은(四恩)》의 은혜를 입고 살아가는 우리가 어찌 보은(報恩)의 길을 가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9월 14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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