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논설주간.
김병호 논설주간.

비석에 ‘충절의 고장’이라고 큼직하게 써진 글귀가 영월을 찾는 이방인들 가슴에 애절하게 와 닿는다.

그 비석을 조금 지나 좌측 언덕으로 올라가면 영월군청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약 3만 영월군민들 행정을 전담하고 있다.

지난 5월 6일 오후 1시 30분에 최명서 영월군수를 군수실에서 잠깐 만났다. 필자가 면담을 요청해 만났지만 왠지 마음이 선뜩 했다.

순간 열린 군정이 아쉬웠고 누구나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장(場)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 필자의 언저리를 맴돌았다.

우리나라는 조금만 벼슬이 있으면 행세를 한다. 그 행세 속에 권위주의적인 폐습이 흐르고 그 폐습 속에 갑질이 잉태해 있다. 그 갑질을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피난민 신세가 되기 다반사다.

영월군수 만나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중간에 휴일이 있는 탓도 있겠지만 너무 오랜 시일 같다. 금방 숨넘어가는 것도 아닌데 쉬엄쉬엄 만나는 것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매사가 이렇게 진행되다 보니 영월군은 2016년 4월 19일에 ‘농지불법전용’ 민원을 제기했는데 4년이 지난 지금에야 영월군 공무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다시 민원을 제기 했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절차가 빨라진 것도 아니고 처음 시작하는 모습 그대로 시정 명령부터 시작하고 있다. ‘농지이용 실태조사’ 는 철저히 무시했다. 이런 것이 영월군 행정 집행방법인 모양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 영월에 왔으니 영월 법을 따라야 하지 않겠나? 사실 최 군수에게 사유를 물어 보려고 면담을 요청했다.

면담 시 사유를 조금 설명했더니 최 군수는 “확인해 보겠다.” 사실이면 “책임져야 된다.” 이말 들으려고 일주일이나 기다린 셈이다. 아참 “보고 받아 보겠다.”란 말도 있었다.

필자는 뒷목이 당겨오면서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버렸다. 김삿갓처럼 한 많은 세상 미련 없이 떠나버린다더니 필자도 미련 없이 떠나왔다.

기자 생활 30년 가까이 해오면서 별별 사람 다 만나봤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빨리 나오긴 처음이다. 더 앉아 있으면 복잡해 질것 같아 나온 것이다.

마치 적군 수장을 만나러 간 것 같은 분위기인데 어떻게 더 앉아 있나? 최 군수는 자기방어를 하려고 신중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 같으면 우리 군(郡)에서 약간 불미스런 행정집행이 있었고 그 점에 대해 직원을 대표해 양해를 구한다. 란 말 정도가 있었으면 참 멋이 있었을 텐데 아쉽다.

최 군수 스펙을 보니 부 군수, 도의원등 공직생활로 평생을 보낸 사람 같은데 기자신분으로 취재하러 찾아간 사람에게 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좀 약해 보였다.

그렇다고 주객이 전도되란 말은 아니다. 행정은 소나무 톱질하듯이 싹둑 잘라버리긴 하지만 그래도 미약하게나마 조정을 갈음하는 것이 매력이 있다.

주인은 손님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줘야 대화의 장이 아름답게 열리는데 빗장을 하고 앉았으니 그 빗장을 열고 들어갈 시간이 몹시 부족했다.

여의도 정치와 지방 정치의 온도차가 바로 이런 곳에서 노출된다. 영월군은 민원 제기하면 4년이 걸린다. 기네스북에 기록될만한 내용이며 넉넉하게 가고 있는 영월군 행정이 몹시 부럽기 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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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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