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부담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없이 검사 받을 수 있다 .. 연락두절 시 자택추적도 불사"
허재현 "이태원 클럽 사고 2차는 '선정적 보도의 언론'이 벌인 일"
용인시 "이태원 클럽 전용전화 개설로 자진검사 신청 늘고 있어"
박원순·이재명 이태원 클럽 이용자 비밀보장, 적극 협조 촉구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주점 방문자 중 3000여 명이 연락이 닿지 않아 ‘코로나19’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병원, 군대, 콜센터 등에서 '2차 확산'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 10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클럽에 '집합금지명령'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 10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클럽에 '집합금지명령' 안내문이 붙어있다.

클럽 방문자들이 대부분 20∼30대로 직장이나 모임 등에서 코로나19를 전파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지하려면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해야 하는데 클럽 방문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 진단검사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점이 골칫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1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태원 클럽 사생활 침해가 나온 데 대해 "4월 24일부터 5월 6일까지 이태원 클럽 인근에 계셨던 분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이미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유 때문에 그 클럽에 왔는지 전혀 안 밝혀도 되고 저희가 일부러 그걸 공개한 이유도 없다"라면서 "그야말로 방역 필요성 때문에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만 받으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본인에게 아무런 부담이나 프라이버시 침해가 없다”라며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무자격 외국인 체류자가 있을 수도 있는데 검사나 치료를 받으면 (의료진의) 신고 의무가 면제된다"라고 누구든 검사받기를 촉구했다.

박 시장은 다만 "광범위한 지역 확산으로 가느냐 마느냐 갈림길에 섰다고 본다"라며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이) 연락이 닿지 않으면 경찰청과 협력해 보다 강력한 추적 조치에 나서겠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신용카드 사용 내역, CCTV, (휴대전화 통신사) 기지국 활용은 물론 자택 방문 추적까지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 수는 전국 75명으로 이 중 서울 거주자는 49명이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오후 10시 기준 6600명 명단을 확보했다.

중복되는 이름을 제외하면 5517명이다. 이 중 2405명은 연락을 받아 코로나19 검진 안내를 했다. 나머지는 명단을 허위로 적었거나 연락을 고의적으로 피한다고 서울시는 보고 있다. 외국인은 28명이 파악됐으며 모두 연락이 닿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4월 29일 이후 논현동, 이태원에 갔다고 얘기하면 그냥 다 검사해주고 있다”라며 “그런 기회를 주는 대신 우리는 엄청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신에 책임은 확실히 묻겠다”라며 “나중에 역추적 결과 드러나서 자신으로 인해 생긴 모든 방역비용을 물게 되면 수천만 원에서 수억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성공적인 코로나 19 방역으로 '사회적 거리두리'를 완화한 후 서울 용산 이태원 일대 클럽에서 발생한 코로나 집단 감염 사태에 2차 확산사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번 일은 코로나 19로 인해 평상적인 사회로 돌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보여준다.

지난 주말 하루동안 29세 남성이 이태원 등에서 5개의 클럽과 바를 돌아다닌 이후 5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이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6일은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날이었다.

이번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사람들이 자신의 신분 노출 우려에 코로나 자진검사를 꺼리면서 음지로 숨어들자 경기 용인시 등 지자체들이 클럽 방문자의 비밀보장을 위해 전용 전화를 개설하자 이를 통한 문의와 자진검사 신청이 늘고 있다.

먼저 용인시가 지난 9일 이태원 일대 클럽을 방문한 시민이 신분 노출을 꺼려 보건소 신고를 기피하지 않도록 직통전화를 개설하자 개설 하루만인 10일 오후 72건이 접수돼 음성이 44건, 양성이 1건, 검사 진행이 27건으로 나타났다.

용인시는 이들을 위한 별도의 전용 전화(031-324-4977)를 개설해 적기에 진단검사를 받도록 했다. 또 자진해서 검체 채취를 하는 클럽 이용자 등에 대해선 역학조사에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철저히 비밀을 보장할 방침이다.

이태원 클럽 사고... 2차는 ' 언론'이 벌인 일”

이번 이태원 클럽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언론의 무책임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보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게이 등 소수 성애자들에 대한 혐오적 보도가 상황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국민일보는 '단독'이라는 타이틀로 “이태원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라고 보도했다. 동성애를 부정하는데 앞장서 온 조용기 목사의 순복음 교회 대변지라는 점에서 이 기사는 선정적인 시선으로 다뤄졌다.

또 조선일보와 한국경제, 뉴스1 등 일부 언론매체가 이태원 클럽을 ‘게이 클럽’으로 묘사해 이들의 성향을 드러내게 하면서 아웃팅이 되는 상황에서 음지로 숨어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런 언론 보도를 두고 허재현 전 한겨레 신문 기자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차 사고는 클럽 자체 내에서 있었지만, 2차 사고는 이를 보도하는 언론사들에서 벌어졌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방역당국을 힘들게 하는건 1차와 2차 사고가 뒤엉켜 벌어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일보가 해당 이태원 클럽을 ‘성소수자 전용 클럽’이라고 처음부터 낙인찍어 보도하지 않았다면, 상당수 클럽 이용자들이 잠적하지 않고 지자체의 전화를 받아 신속한 검사를 받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또 "지난 몇개월간 우리 사회가 얻은 방역 집단지성중 하나는, 코로나 감염자들을 비난하거나 소외시키지 말고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게 하여 격리조처 등 하는게 최선이라는 것이었다"라고 했다.

아울러 “국민일보는 게이 클럽 보도 한 건으로 순간 조회수 빨고 돈 벌었을지 모르나, 지금 보건당국은 클럽 이용자들을 접촉하는 데 큰 애를 먹고 있다”라며 “분통이 터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언론의 선정적 보도는 하등 코로나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 보건 방역을 해치는 장애물”이라고 덧붙였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