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안데레사기자] 240번 버스에서 아이만 두고 버스를 출발시켰다는 의혹을 받은 버스 운전기사, 오해는 풀렸지만 상처는 깊게 남았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인터넷에 유통되며 애먼 사람이 피해를 당하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대책은 없는,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올리는 이른바 '내 멋대로 범죄 가해자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급증하면서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흐른 뒤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 장면이 공개되면서 정세는 급변했다. 서울시 조사 결과 버스 기사는 아이가 내린 정류장에서 16초간 정차했다가 출발했고, 엄마가 뒤늦게 하차를 요구했을 때는 이미 3차로에 진입한 상태였다.

결국 버스 기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던 A씨는 부랴부랴 자신의 게시글을 삭제하고, 12일 밤 사과의 글을 올렸다. 자신이 버스 기사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누리꾼 A씨가 지난 11일 한 여초(여성 초과) 커뮤니티에 "240번 서울 시내버스에서 아이만 내리자 엄마가 문을 열어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는데도 버스가 계속 운행했다"는 글을 올렸었다.

억울한 누명을 쓴 버스 기사는 자신을 향한 오해 섞인 비난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면서 휴가를 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 마녀사냥'의 문제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은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다. 이곳에서 의사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무책임한 행태까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SNS의 유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고, 버스 기사에게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버스 기사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최근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내용의 게시글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면서 관계자들이 '신상털이'를 당하거나, 전혀 관련 없는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2일 커뮤니티와 SNS에는 '240번 버스'가 뜨거운 이슈로 급부상해 사진이 온라인상에 퍼졌다. 240번 운전기사 사건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다. 목격자가 최초로 인터넷에 글을 올린 지난 11일, 네티즌들은 ‘버스 기사를 해고하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셋째날 CC-TV가 공개된 이후엔 최초 유포자를 처벌하라며 돌변했다.

비슷한 일은 과거부터 반복됐다.

5년 전 임산부가 종업원과 다투다 배를 걷어차였다고 주장한 ‘채선당 사건’과 아이가 뜨거운 국물에 데였는데 가해자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던 사건 모두 반전이 있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대 생산되는데는 성숙하지 못한 인터넷 이용 문화가 한 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건'은 SNS에 올라온 사연과 동영상이 검거를 도운 일도 있었다. SNS를 통해 사건이 알려지면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일부 게시자의 주관적인 시각만을 반영해 사실왜곡과 객관성 결여 등 인권침해 및 명예훼손의 우려도 낳고 있다. 또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통상 공개수배는 지명수배나 지명통보를 한 후 6개월이 지나도 주요 피의자를 검거하지 못할 때 경찰청장이 할 수 있다. 또 사형이나 무기징역, 장기 3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을 때 경찰관 서장이 공개수배를 할 수 있다. 단순사건은 물론 경찰관 단독으로도 공개수배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인터넷 동향에 민감한 일부 언론들이 제대로 된 사실확인 없이 기사화 하는 것도 마녀사냥의 억울한 피해자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NS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소통 수단이다. 다채로운 의견과 견해 그리고 정보를 교환하며 간편하게 많은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잘못 이용하면 생각지 못한 법적 책임을 물게 될 수도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 240번 버스 최초 유포자를 잡아내자는 이들도 등장했다ⓒ 화면캡처

익명성을 역으로 이용해 타인의 인격을 모독하고 위협하는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다. 악플(악성 리플)에 상처 받아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사회가 불안하면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워져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으며, 글에 동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합리적 토론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건의 가해자는 최초 유포자도, 엄마도, 버스기사도 아니다. 인간 대 인간의 마음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려는 마음 없이 평범한 누군가의 실수를 용납하기 힘든 사람들의 좁은 마음이 문제다. 각자 다른 잣대로 서로를 증오하고 있는 모두가 가해자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엄격하게 심판하며 처벌을 내리는 행위는 정의로운 행동이 아니다. 우리가 손가락질 하는 그 사람이 사실은 나처럼 평범한 사람임을 기억하자. 증오의 에너지를 거두자. 이제 그만 240번 버스는 잊자. 대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 기형적인 폭력성에 대해 240번씩 성찰해보자. 잘잘못을 가려 정의를 실현하는 일보다 따뜻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왜곡된 특정 장면만 보고 흥분해 글을 올리고 퍼나를 경우 확산 속도도 빨라진다며 특히 영·유아가 관련한 사건은 시민들의 동정심이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 쉬워 여론이 갑자기 들끓을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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