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집단 뚱딴지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 AND 극발전소 301 "시체들의 호흡법"

'공상집단 뚱딴지' & '극발전소 301' 신입단원 워크샵 포스터 /(제공=각 극단)
'공상집단 뚱딴지' & '극발전소 301' 신입단원 워크샵 포스터 /(제공=각 극단)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사막의 전쟁터에도 장미꽃은 핀다”는 이라크전쟁 반전메시지를 담은 책 제목처럼 관객과 ‘함께’ 만들어 내는 공연계는 covid-19의 전쟁터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공연을 이어가기 위해, 극단과 함께 할 새얼굴을 찾아 차세대 공연계를 이어가기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대학로의 개성 강한 극단으로 손꼽히는 ‘공상집단 뚱딴지’와 ‘극발전소 301’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나이가 30세를 넘은 세태에 발맞춰, 연령상한선을 각각 35세와 30세로 상향조정하여 신입단원들을 맞이하였다.

공상집단 뚱딴지 2020 신입단원 워크샵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

‘연극적 이야기’를 찾아 고민하는, 공상집단 뚱딴지의 신입단원을 뽑는 기준은 “극단은 학원이 아니다”가 가장 큰 기준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신입단원들의 워크샵은 기존극단의 신입단원 워크샵과 달리 무게감 있는 이야기로 진중함을 더하였다.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는 ‘2005 시선집중-극작가전’에서 첫선을 보였던 최원종 작가의 열정(熱情)시리즈 완결판으로 10년 전인 2010년 문삼화 연출이 괴팍하지만 고고한 인간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뚱딴지스럽게 풀어낸 바 있다.

#01.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질러 공항과 기차 화장실로 숨어버린 각자 다른 공간 속에서의 17살 소년과 소녀 /ⓒAejin Kwoun
#01.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질러 공항과 기차 화장실로 숨어버린 각자 다른 공간 속에서의 17살 소년과 소녀 /ⓒAejin Kwoun
#2. 무단횡단을 실행으로 옮기려 하는 의족남과 비만녀 /ⓒAejin Kwoun
#2. 무단횡단을 실행으로 옮기려 하는 의족남과 비만녀 /ⓒAejin Kwoun
#03. 부모의 자살로 갑지 공황상태에 빠진 상복 입은 소년과 소녀 /ⓒAejin Kwoun
#03. 부모의 자살로 갑지 공황상태에 빠진 상복 입은 소년과 소녀 /ⓒAejin Kwoun
#04. 냉동 닭이 실려 있는 트럭을 몰고 한밤에 배달하는 커플의 사고 /ⓒAejin Kwoun
#04. 냉동 닭이 실려 있는 트럭을 몰고 한밤에 배달하는 커플의 사고 후 거대한 비가 쏟아진다. /ⓒAejin Kwoun
#05. 사막에서 외계인을 기다리고 있는 벌레들 /ⓒAejin Kwoun
#05. 사막에서 외계인을 기다리고 있는 벌레들 /ⓒAejin Kwoun

이 작품은 아무도 타인의 고통에 관심이 없으며, 자신의 고민이나 괴로움은 자기 자신이 아닌 어느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와 함께 신자본주의 끝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출구 없는 모습을 충격적 이야기 구조와 극적 언어의 불순성, 비논리적 구성의 얽힘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공허한 삶과 희망이 없는 삶은 결국 게임과 같이 언제든지 Reset 또는 Retry, Power-Off 같이 비극적 종말론에 몰두하게 되지만, 바로 그 종말론은 새롭게 세상을 시작할 수 있는 우리의 죽지 않는 판타지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공상집단 뚱딴지'의 황이선 연출과 기존단원 그리고 신입단원 /ⓒAejin Kwoun
'공상집단 뚱딴지'의 황이선 연출과 기존단원 일부 그리고 신입단원 단체사진 /ⓒAejin Kwoun

2020년부터 새롭게 공상집단 뚱딴지의 대표를 맡은 황이선 대표가 연출을 맡은 이번 워크샵은 새롭게 시작하는 신입단원에게 끊임없는 자기와의 사투를 벌이게 만들었다. 그들의 피땀 어린 사투를 보여준 이번 워크샵은 언제든 바로 무대에 오를 수 있기를 바라는 극단의 욕심이 욕심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겨주었다.

극발전소 301 2020 신입단원 워크샵 “시체들의 호흡법”

2018년 정단원을 뽑은 이후 3년 만에 신입단원을 맞이한 ‘극발전소 301’의 정단원은 어느 새 50명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 워크샵 공연 대사에도 등장한, 대중성에 치우쳐 연극제 심사위원의 작품성에 못 미치고 있는 게 문제라 말하는 ‘극발전소 301’의 진정성 있는 코미디는 그들만의 내공과 철학이 담겨 있기에 꾸준하게 애정하는 관객들이 존재한다는 항변을 남기고 싶다.

신입단원 워크샵 연습사진 /ⓒ김대흥(제공=극발전소 301)
신입단원 워크샵 연습사진 /ⓒ김대흥(제공=극발전소 301)
신입단원 워크샵 연습사진 /ⓒ김대흥(제공=극발전소 301)
신입단원 워크샵 연습사진 /ⓒ김대흥(제공=극발전소 301)
신입단원 워크샵 연습사진 /ⓒ김대흥(제공=극발전소 301)
신입단원 워크샵 연습사진 /ⓒ김대흥(제공=극발전소 301)
신입단원 워크샵 연습사진 /ⓒ김대흥(제공=극발전소 301)
신입단원 워크샵 연습사진 /ⓒ김대흥(제공=극발전소 301)

극단 ‘시체들’의 연습실. 예상치 못했던 지원사업 탈락 소식에 단원들은 방법을 찾아보고자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곳 단원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연극인로의 삶을 살아간다. 누구는 생활비의 압박에 알바와 연습을 병행하고, 누구는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또 누구는 매체와 무대를 오가며 스케줄 조율에 어려움을 겪는 등 각자의 사연이 있다.

‘시체들’ 단원들은 지원사업 탈락과 각자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공연장을 새로운 곳으로 옮겨 공연을 올리기로 결심한다. 순탄치만은 않은 연습과정에서 좌충우돌 실수와 작품에 관한 의견다툼이 끊이지 않지만 서로 화해하고 안아주며 열정 하나로 연습을 꾸려나간다. 드디어 첫공날, 공연 시작 전 마지막 5분을 분주히 보내고 무대에서 함께 파이팅을 외친다.

'극발전소 301'의 정범철 대표와 박복안 연출, 신입단원과 정단원 일부 단체사진 /ⓒAejin Kwoun
'극발전소 301'의 정범철 대표와 박복안 연출, 신입단원과 기존단원 일부 단체사진 /ⓒAejin Kwoun

‘극발전소 301’의 정범철 대표의 위트 있는 대사와 박복안 연출 특유의 웃픈 연출은 그들의 모습이면서 대학로 극단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특히 공연계에 있는 이들의 깊은 공감을 끌어냈다. 공연 내내 반 이상 폭소를 자아내는 ‘극발전소 301’의 명품코미디는 아픔마저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그들의 저력을 응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두 극단에 자리 잡은 신입단원들은 모두 진지한 열의 뿐 아니라 각자의 매력이 넘쳐나기에, 그들이 다음 무대에서 얼마나 많이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는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우리는 연극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 무대에서.

우리가 연극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어쩌면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시체들처럼요.

하지만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 숨을 쉬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 호흡할 것입니다.

우리만의 호흡법을 익힐 때까지 그렇게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언제나 늘 그래왔듯이. ["시체들의 호흡법" 나연 역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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