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 시절 '긴급조치에 국가배상 불가' 판례에 반기
서울중앙지법 "발령 자체가 위법.. 수사·재판·징역형 모두 위법"

[뉴스프리존=이명수 기자] 박정희 정권 시절 위헌적인 긴급조치 1호 위반자로 옥고를 치른 고 장준하(1915∼1975) 선생의 유족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그가 숨진 지 45년 만에 나왔다.

사진: 재판부는 "당시 대통령은 긴급조치 1호 발령이 유신헌법에 부합하지 않고, 국민들의 기본권이 직접적으로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의 저항을 탄압하기 위해 발령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사진: 재판부는 "당시 대통령은 긴급조치 1호 발령이 유신헌법에 부합하지 않고, 국민들의 기본권이 직접적으로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의 저항을 탄압하기 위해 발령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는 장준하 선생이 숨진 지 45년 만인것.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장준하 선생의 유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총 7억8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해 행한 것”이라고 판단하며 “긴급조치 1호 발령 행위와 장 선생에 대한 수사, 재판, 징역형 집행은 모두 헌법에 반하는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고 장준하 선생은 나라의 독립과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일생을 헌신하며 1973년부터 유신헌법을 반대하며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다가 개헌 주장 자체를 금지한 긴급조치 1호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영장도 없이 체포·구금됐다.

장준하 선생은 이후 같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공소제기부터 확정판결까지 6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절차가 진행됐다. 그는 협심증에 따른 병보석으로 석방됐으나 1975년 경기 포천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의문사로 생을 마감한 장준하 선생에게 재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39년 만인 지난 2013년 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에는 장 선생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7억 8천여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의 주요 쟁점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는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대법원은 긴급조치 발령 자체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여서, 국민 전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손해배상 청구 대상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사진: 뉴스영상 갈무리
사진: 뉴스영상 갈무리

하지만 이번에는 재판부가 장준하 선생 유족의 소송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과거 양승태 대법원 판례와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제시됐던 대법원 판단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와관련하여 헌법에 반하는 긴급조치 1호로 국민의 기본권이 심각히 침해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대통령은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해 이를 발령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 행위로 장준하 선생과 그 가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분명하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에 근거한 위법 수사 등으로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은 어느 누구도 지지 않게 된다면, 이는 정의 관념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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