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위원장 윤진수)가 어버이날인 8일 우리 민법상 ‘부성(父姓) 우선주의’ 원칙 폐기를 정부에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부성 우선주의란 민법 781조 1항에 따라 자녀 출생 시 아버지 성을 우선 따르도록 하는 원칙을 뜻한다. 위원회가 ‘부성(父姓) 우선 주의’를 권고한 이유는 “여성·아동 권익 향상과 평등한 가족문화 조성을 위해서”라고 했다.

현행 민법 781조 1항은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만약 부성주의 원칙이 폐기되면 현행 민법 781조는 ‘자의 성과 본은 부 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누구의 성과 본을 따를지는 부모가 협의해 정한다’는 정도로 수정하지 않을까? 유럽을 비롯한 서양은 여성이 결혼 후 남편의 성으로 바꾸는 부부 동성제를 오랫동안 관행으로 유지해왔다. 자연히 부부 사이에 태어난 자녀도 남편, 곧 아버지의 성을 물려받는 것이 보통이다.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5월 8일 ‘부성주의 폐기, 법무부와 국회는 조속히 추진하라’는 성명서를 내고 ‘부성주의가 문화 또는 관습이었다고 하더라도, 부성을 사용할 것을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성평등의 이념에 맞는다고 보기 어렵다. 부성주의로 인하여 부부와 친생자로 구성되지 않는 예외적인 상황에 처한 가족의 구성원은 구체적이고도 심각한 불이익을 겪어왔다.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성평등 보장을 위하여 부성주의는 조속히 폐기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아선호를 부추기는 사상의 뿌리는 아버지의 성을 이어받는 남계혈통 위주 호주승계제도다. 이러한 악습을 개선하기 위해 1996년 여성계에서 “부모성같이쓰기운동”을 시작했다. 초대 여성부장관을 지낸 한명숙 환경부장관은 85년 낳은 아들 이름을 ‘박한길’로 정했다. 남편 성인 ‘박’ 다음에 자신의 성인 ‘한’을 집어넣은 것이 최초의 부모 성 함께 쓰기의 원조인 셈이다. 그 후 ‘공자를 울린 여자’의 저자 신정모라씨는 PC통신공간에서 ‘엄마 성 함께 쓰기’운동을 처음으로 제안, 2001년 법원에 개명신청을 해 호적상 이름도 바꾸기도 했다.

자식은 아빠 성 ‘원조’는 중국이다. 원조의 나라인 중국에서는 벌써 40년 전에 부성주의가 폐지 됐으며 우리나라도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장(家長)이 되는 ‘호주(戶主)제’는 2008년 폐지됐다. 우리헌법 제 11조 ①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호주제와 함께 부계혈통주의의 또 다른 한 축인 ‘부성(父姓)원칙’은 여전히 우리 법에 그대로 남아 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의 저자 김경일교수는 유교문화가 부모에 대한 효도와 국가에 대한 충성을 동일선상에 놓고 무조건 복종하기를 강요함으로써, 힘 있는 사람이 마음대로 주무르는‘인치(人治)문화’를 낳았으며 ‘주검숭배문화’인 분묘 치장과 제사중시 관습은 우리 사회를 ‘권위주의와 가족주의와 연고주의로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가부장문화, 호주제도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부성(父姓) 우선주의’는 위헌입니다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명당 의원실(?) 찾기가 한창이다 ‘대통령을 배출한 자리에 대한 선호’와 ‘낙선 의원실 기피’라는 웃지 못할 자리싸움이 한창이라는 보도다. 국민들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조차 명당자리 선호가 뜻하는 의미가 무엇일까? 오늘날 명당문화를 비롯한 허례허식과 체면문화, 제사문화, 장유유서, 권위주의, 사농공상의 직업에 대한 차별의식 등 전근대적인 문화는 사회 구석구석에 남아 있다. ‘부성우선 주의’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알파고시대 아날로그 문화가 한지붕 두 가족처럼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성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했다. 알파고시대 성평등을 차별화하는 법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더구나 민법 781조는 헌법 11조의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고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했다. 상위법우선의 원칙에 상충되는 위헌이다. 부성우선주의는 이제 진보적인 여성단체들의 양성평등 운동 차원이 아닌 위헌차원에서 민법개정을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회적 악습이 되고 있는 권위주의와 제사문화 등 유교문화의 악습도 함께 개선하는 운동이 전개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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