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 뇌물 증언은 검찰이 적어준 거짓말”

조국 전 장관 관련 수사와 청와대 하명수사 등에서 검찰수사가 ‘정치적’이란 비난을 받으며 ‘검찰개혁’ 화두가 최대의 관심인 가운데, 지난 2015년 불법 정치 자금 수수로 구속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핵심 증인이 당시 증언이 모두 거짓이었다고 적힌 비망록이 발견됐다.

14일 뉴스타파는 "나는 검찰의 개였다"는 내용이 담긴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옥중 비망록을 보도했으며, 이를 공동취재한 MBC가 15일 뉴스외전을 통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렇다면 한만호는 누굴까? 그는 13대째 고양시에 살았던 토박이로서 땅 부자로 불린 부친의 배경으로 1994년 건설회사 한신건영을 설립해 2008년 부도가 날 때까지 경영했다. 그리고 이후 2008년 부도가 나면서 사기 등 혐의로 3년형 선고를 받고 징역을 살았다.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보도영상 캡처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보도영상 캡처

이런 그가 당시 대한통운 뇌물사건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던 즈음인 2010년 3월31일 통영교도소에 수감 중 서울구치소로 이감되었으며 그때부터 무려 73차례나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끝에 “한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적어서 준 내용은 “2007년경에 당내 대권 경선 과정에서 도움이 되라는 취지에서 9억 원가량을 3억 원씩 세 차례 나눠서 제공했다”는 것이 핵심이다.지난해 사망한 한만호 씨는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핵심 중 핵심 증인이다.

한 전 총리는 한 전 대표의 증언에 의해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뒤집힌 뒤 징역 2년을 받았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이 형이 확정되어 수감된 뒤 만기 출소했다.

한만호 씨가 감옥에서 작성한 비망록에는 ‘검찰이 적어준 모범답안을 외워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 진술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망록 내용은 충격적이다. “검찰이 조서도 주며 외우게 하고 시험도 쳤다. 방에서도 운동장에서도 혼자 중얼중얼대며 외우니 다른 수감자들이 이상한 사람으로 봤다”, “내가 잘 외우지 못하자, 돈을 전달할 때 한 전 총리와 통화한 횟수를 임의로 고치기도 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한 씨는 당시 순간에 대해 “하늘이 무너지는 공포감”이라고 표현하고 “출소 뒤 사업 재기에 도움이 된다 생각해 검찰에 협조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는 비망록에서 이후 검찰의 지시대로 '3번에 걸쳐 3억원씩 총 9억원을 한 전 총리에게 현금, 수표, 달러를 섞어 전달했다'는 내용의 모범답안을 시험 준비하듯 달달 외웠다고 썼다.

한 씨는 “검찰 입맛대로 잘 하면 특식이 제공됐는데,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넘게 CEO로 재직했는데 저능아 취급을 받았다”며 “한만호는 없어지고 오로지 검찰 안내대로 따라는 강아지가 됐다”고 썼다.

검찰은 이 진술을 바탕으로 한 전 총리를 기소했다. 그런데 검찰의 한 전 총리 기소 하루 전 법원은 대한통운 뇌물사건의 피의자인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당시 언론들은 앞서 자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한 전 총리의 대한통은 뇌물수수건 무죄보다는 한만호 증언에 의한 한 전 총리의 9억 원 수수설에 초점을 맞춘 보도들을 쏟아냈다. 

한씨의 공책 29권, 1200여쪽 분량의 비망록에는 이같이 검찰 조사 내용과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이유, 선거 개입, 언론 플레이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자필 진술서 작성 이후부터는 한만호는 없어지고 오로지 검찰의 안내대로 따르는 강아지가 되었고 매일 점심이나 저녁 식사 때마다 검 수사관들의 립서비스에 마냥 흐뭇해하고 옳고 그른지 판단력은 없어졌거나 마비되어버렸다.”(비망록 1086쪽 중)

“회초밥을 먹었다. 무고한 총리님의 살점을 발라먹고 있다는 생각으로 복통 설사로 무척 고생했다”(비망록 52쪽 중)

“검찰은 선거 전에 계속, 지지율과 여론조사 결과 분석하며 증인의 허위 진술 내용을 언론질 해댔다.”(비망록 1038쪽 중)

“수사 초기에 언론에 악의적 보도 계속 터져나오게 되어 - 수사관에게 노무현 대통령도 저래서 (논바닥에서 시계) 자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총리님도 이러다 그렇게 되시는 것 아닐까요. 정말 걱정됩니다. - 그런 일 절대 없을 것입니다. 한 사장님은 그런데 신경쓰지 마십시오. 우린 그런 걱정 안 합니다. 정말 걱정이 됐고 꿈도 서너 번 비슷한 내용으로 꾸었다.”(비망록 1111쪽 중)

“밖에서 사람들이 조중동이나 일부 언론이 권력의 나팔수라 해서 과장된 말이려니 했는데 제가 직접 당해보니 조금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었어요. 언론의 권력은 견제 감시하는 기관이 아니고 적어도 정치 사건에 관해서는 기관지나 관변 아첨 기관이 되어 있는 것 알 수 있었지요. 조중동과 경제 신문은 충성 다툼이 술집 아가씨 분칠하듯 하구요.”(비망록 1163~1164쪽 중)

“총리님의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왜곡되고 검찰이 언론을 통해 무차별 이미지 훼손 기사 나올 때마다 죄책감으로 가슴 속에 선혈이 터져나올 듯한 고통을 느꼈다. 부관참시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진술을 바로잡아 진실을 밝힐 것이다.”(비망록 7쪽 중)

하지만 한만호 씨는 한 전 총리의 1심 재판에서 자신의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한 씨는 "양심의 가책을 견딜 수 없었던데다, 애초 검찰 진술 당시 내면에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망록에 적었다. 이에 결국 1심은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달랐다. 검찰은 헝소심 재판 당시 한 씨를 부르지 않았다. 대신 한 씨는 위증죄로 처벌을 받는다. 그리고 항소심 재판부는 핵심증인의 증언 없이 한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한다.

당시 항소심 판사가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정형식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이재용 삼선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 ‘적폐판사’로 엄청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한 전 총리는 ‘뇌물 혐의’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후 치러진 선거에서 오세훈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0.6%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이후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다툼 끝에 유죄가 확정돼 2년간 옥살이를 했다. 한만호 씨는 위증죄로 2년간 옥살이를 하다 출소했지만 2018년 건강 악화로 숨졌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MB 정부 5년 검찰보고서’에 따르면 1차 사건의 수사라인은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 김주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권오성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이태관 주임검사였다. 

이미지 출처=참여연대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 출처=참여연대 홈페이지 캡처

참여연대는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초래한 대표적인 사건”이라며 “정부 비판 진영을 억누르기 위해, 한명숙 전 총리를 표적으로 삼아 검찰이 기소했지만 상고심까지 단 한 번도 기소내용이 인정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떤 전개를 보일 것인지 주목된다. 특히 당시 한 씨를 압박하고 회유한 수사 당사자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더욱 주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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