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st 2020 서울연극제

"죽음의 집"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죽음의 집" 커튼콜 사진_강문실(문현정), 황상호(이강욱), 이동욱(백석광), 박영권(심완준)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죽음을 탐험하며 역설적으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의 흐름 흐름이 계속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연극 “죽음의 집”이 지난 2일부터 13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열띤 호응을 받으려 서울연극제에서의 무대가 막이 내렸다. 그리고 오는 7월 좀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창작산실의 작품으로 재단장하여 7월 2일부터 12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다시 만날 예정이다.

"죽음의 집" 공연사진 | 홀로 거실에서 눈을 뜬 상호는 왠지 불안해 보인다. 바깥의 소리가 불편한지 창문을 닫고, 작은 소리조차 신경쓰이는지 시계의 건전지를 빼버리고, 냉장고의 전원마저 꺼버린다. 그리고 형광등의 불까지 꺼버린다. /ⓒ이강물(제공=아어)
"죽음의 집" 공연사진 | 홀로 거실에서 눈을 뜬 상호는 왠지 불안해 보인다. 바깥의 소리가 불편한지 창문을 닫고, 작은 소리조차 신경쓰이는지 시계의 건전지를 빼버리고, 냉장고의 전원마저 꺼버린다. 그리고 형광등의 불까지 꺼버린다. /ⓒ이강물(제공=아어)

이동욱은 친구인 황상호의 초대를 받고 그의 집으로 간다. 황상호는 이유 모를 걱정과 불안 때문에 제대로 된 대화를 하기 힘든 상태이다. 친구를 달랜 끝에, 이동욱은 황상호가 본인이 현재 죽어버린 상태라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때, 황상호와 이동욱의 동창인 박영권이 그의 아내인 강문실과 함께 도착한다. 박영권 부부 역시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집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한다. ‘죽음의 집’의 비밀을 알게 된 동욱은 선택을 해야 한다.

공연사진 /ⓒ이강물(제공=아어)
공연사진 | "내가 죽었는데 살아있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네 사람은 죽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그렇기 때문에 다시 죽음이 무엇인지 좀 더 들여다봐야 하는 여행을 관객들에게도 같이 가자고 제안한다. /ⓒ이강물(제공=아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서 모순과 아이러니를 독특하고 영리하게 풀어내는 故윤영선 작가의 작품은 미지의 장소에 여행을 온 느낌을 선사한다. 이번 작품 “죽음의 집”은 사유하는 작가이며 인간에 관해 노래하는 시인이자 철학자로서 깊은 울림이 시처럼, 노래처럼 압축미가 담긴 간결한 언어로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공연사진 /ⓒ이강물(제공=아어)
공연사진 | 천장이 닫힌 상자같은 구조의 미니멀한 무대 위에서, 배우들은 간결하고 여운 가득한 대사들을 이어간다. /ⓒ이강물(제공=아어)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미스터리한 극적 구조를 통해 환상적인 리얼리즘이 담긴 희곡을 재밌게, 슬프게, 심각하게, 분석적으로, 직관적으로, 신나게 만드는 목표를 가지고 무대에 작품을 올린 윤성호 연출은 그의 예전 작품에서 계속해서 이야기해오던 인간의 감정과 삶에 대해 더욱 미니멀하고 간결하게 이야기를 끌어갔다.

인간에게 죽음은 해결 불가능한 문제임과 동시에 필연적으로 풀고 싶은 숙제이다.

철학자 강신주는 “철학자의 입장에서 인간이 다른 동물들보다 지혜롭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인간은 나약하고 겁도 많고 소심해서 모여 살며 옷을 만들고 무기를 만들며 문명을 만드는 것입니다. 죽음에 관한 시선도 마찬가지입니다.”라며 인간이 죽음에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나약함 때문이라 이야기하며, “꽃이 지는 것을 무서워하지 마세요. 꽃은 피우지 못하는 것을 무서워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것이 피어 있을 때, 나 때문에 빨리 지게 하지 말고 그 꽃이 더 오래 필 수 있게 해야 합니다.”라고 전한다.(NEWSRO “철학자 강신주,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직면하세요“ 최영무 기자 기사 발췌)

“나 시끄러운 알람소리 들으면서 아침에 신경질 내면서 일어나고 싶어.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데 그 햇살을 잔뜩 받고 싶어.”

공연사진 /ⓒ이강물(제공=아어)
공연사진 | 유한하기에 아름답다는 말이, 망각을 하기 때문에 인간은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가슴 사무치게 슬퍼진다. /ⓒ이강물(제공=아어)

작품 “죽음의 집”의 동욱의 대사처럼, 보통의 우리는 일상의 작은 아름다움을 쉽게 잊고 지낸다. 그리고 생과 사의 기로에 섰던 이들의 경우, 인생에 대한 신념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은 죽음을 편하게 여기게 되어서라기보다는, 차갑고 냉철한 시선으로 인식하게 되어서일 것이다. 우리의 시간은 끝이 있어 더욱 아름답기에, 한 걸음만 떨어져서 ‘나’를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며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진정으로 나를 아끼고 세상을 아끼는 일이 되지 않을까?

무대사진 /ⓒAejin Kwoun
무대사진 | 모두가 떠나고, 덩그라니 남은 술잔만이 그들의 존재를 느끼게 만든다. /ⓒAejin Kw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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