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백조의 호수' 엄재용-황혜민 /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뉴스프리존=이대웅 기자]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황혜민과 엄재용이 은퇴를 발표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1월 24일 개막하는 드라마 발레 <오네긴>으로 수석무용수 황혜민(39)과 엄재용(38)의 마지막 고별무대를 갖는다고 밝혔다.

엄재용과 황혜민은 지난 15년간 환상적인 파트너십을 선보이며 국내외 다수 팬층을 확보해 왔다. 테크닉과 연기력 등 모든 면에서 세계적 무용수의 면모를 갖춘 두 사람은 해외공연의 단골 초청 무용수이기도 하다. 최초의 ‘현역 수석무용수 부부’인 황혜민과 엄재용은 “그동안 보내주신 관객들의 사랑과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하며, “많은 분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마지막 무대에 혼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14년 '지젤' 황혜민-엄재용 /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한국 발레계의 간판 스타인 황혜민과 엄재용은 한국 발레사와 그 발전을 함께 견인해온 무용수들이다. 각각 2000년과 2002년에 유니버설발레단으로 입단한 두 사람은 주역 파트너로서 멋진 호흡을 자랑하며, 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국내외 관객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왔다.

학창시절 서로에게 첫 사랑이기도 한 이들은 프로무대에서 재회해 동료에서 연인으로 다시 부부의 연까지 맺으며, '최초의 현역 수석무용수 부부'로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12년 8월 화촉을 올렸다.

황혜민과 엄재용이 함께 무대에 설 때면, 절대적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폭발하는 특별한 케미가 있다. 이것이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 속으로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비결이다.

▲ 수석무용수 황혜민 프로필 /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황혜민은 선화예술중∙고등학교, 워싱턴 키로프발레아카데미,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를 거쳐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 후 2002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했다. 어릴 적 유니버설발레단은 그녀의 로망이었다. 학창시절 막연히 동경해왔던 발레단이기 때문이었다.

입단 후 ‘호두까기인형’의 클라라 부터 ‘돈키호테’의 키트리까지 그녀의 활약상은 관객들과 평단의 눈과 입을 통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상복도 많았다. 아시아퍼시픽 국제발레콩쿠르 2위(1999), 뉴욕국제발레콩쿠르 동상(2000), 헬싱키국제발레콩쿠르 은상(2001), 한국발레협회 신인상(2001)과 프리마 발레리나(2004) 등 각종 콩쿠르에서 수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입단한 지 1년 만에 황혜민은 수석무용수로 초고속 승격했고, 이후 유니버설발레단을 대표하는 뮤즈로 활약 중이다.

▲ 수석무용수 엄재용 프로필 /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엄재용은 황혜민보다 2년 앞선 2000년 발레단에 입단했다. 두 사람이 선화예술중∙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라는 것은 발레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엄재용은 국민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통상적으로 9세 전후로 발레를 시작하는 남들과 달리, 그는 중학교 2년까지 아이스하키 선수활동을 하다가 부상으로 그만둔 후,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발레를 수학했다.

늦깍이였지만 타고난 승부근성은 그를 최고의 발레 무용수로 만들었다. 귀족적인 외모와 서구적인 체형과 남다른 승부욕의 엄재용은 프로 생활 1년 뒤 <심청> 북미 투어에서 워싱턴포스트를 통해서 “엄재용은 용왕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He was especially impressive as the Sea Prince. 2001. 6. 16일자)”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룩셈부르크 국제무용콩쿠르 은상(2001), 한국발레협회 당쉐르 노브르상(2005), 한국무용협회 연기상(2005), 문화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15) 등 화려한 수상경력은 말할 것도 없다.

▲ '2014년 '지젤' 엄재용-황혜민 /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이번 고별무대에 대해 두 사람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로서의 은퇴일 뿐, 무용 인생을 끝내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우리 부부에게 있어 정말 특별한 곳입니다. 가족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고, 마음을 나눈 동료들이 남아있기에 앞으로도 영원한 고향인 셈이죠"

이어 "이제 발레단을 떠나지만 그렇다고 춤을 그만두는 것은 아닙니다. '최고의 정점에서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어요. 재능있는 후배들이 올라올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주는 것도 선배된 도리이기도 하고요”라며 심정을 밝혔다.

▲ 국내최초 '수석무용수 부부' 엄재용-황혜민 /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황혜민은 무대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관객의 사랑을 먹고사는 존재가 무용수들이니까요. 매일 스튜디오에서 동료들과 연습하고, 멋진 공연을 보여드리는 일은 정말 보람있고 행복했어요. 그만큼 자기절제와 피나는 노력으로 지금까지 제 자신을 통제해 왔기도 하고요. 이제는 조금 편하게 쉴 타임인 것 같아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엄재용은 두 번의 무릎 수술과 한 번의 발목 수술을 이후로 잦은 통증이 늘 족쇄처럼 작용했다. 테크닉이 무엇보다 중요한 무용수에게 정신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남들보다 더 독하게 연습했다. 

그는 "무대에서는 완벽한 공연 외에 어떠한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엄재용은 "앞으로 제 자신을 더 자유롭게 풀어놓고 싶어요. 발레단의 배려로 최근 몇 년간 외부 활동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기에 다양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라며 새로운 활동을 예고했다.

▲ 국내최초 '수석무용수 부부' 엄재용-황혜민 /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은 "황혜민과 엄재용 두 사람은 유니버설발레단과 저에게 있어 너무나 소중한 보물 같은 존재죠. 두 스타가 한꺼번에 떠나기에 아쉬움이 두 배로 크지만, 그들이 수많은 공연에서 보여줬던 감동은 발레 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황혜민-엄재용 두 사람은 오는 11월 24일(금) 개막공연과 26일(일) 폐막공연을 통해서 관객과 작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영원히 기억되는 감동으로 남을 <오네긴>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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