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교 이틀 날 수능 모의고사 치르는 학교 -

3월 2일, 3월 9일. 3월 23일, 4월 6일, 5월 20일… 80일 만인 엊그제, 고3 학생들이 5차례 연기 끝에 개학은 했지만 등교한 지 이틀째인 어제, 연합학력평가(수능 모의고사)를 치렀다. 교실에는 1차 방역한 상태에서 책상을 최소 1m씩 띄웠고 손 세정제와 알코올 티슈 등을 준비해 놓았다지만 시험에 앞서 여학생 한 명의 체온이 37.5도를 넘어서 집으로 돌아가는가 하면, 개학하기 바쁘게 치른 연합학력평가 도중 확진자 2명이 나오는 등 소동을 빚기도 했다.

개학하기 바쁘게 연합학력평가부터 치른 학교… 온라인수업으로 얼마나 공부를 제대로 했기에 개학하자마자 시험부터 치렀을까? 그것도 예사 평가가 아닌 수학능력모의고사다. 자구대로 해석하면 수학능력고사(修學能力考査)란 고 3학생과 재수생 50여만명이 희망하는 전국의 대학에서 ‘수학(修學) 할 능력이 있는가의 여부를 가리는 시험’이다. 그런데 현실은 수학능력이 아니라 수험생 50여만명을 1등에서 50만등까지 한 줄로 세우기다. 한 개인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험이다.

평가란 ‘학생이 학교교육을 통해 학습한 성과를 확인하고 학생의 교육적 성장과 발전을 돕기 위한 목적과 향후 교수․배움의 과정의 계획을 수립하기 위하여 치르는 교육활동’이다. 이와 함께 ‘학생의 교육 목표 도달 도를 확인하고 교수·배움의 질을 개선하는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시행 하는 것’이 평가라는 시험이 아닌가? 그런데 개학하기 바쁘게 그것도 전국 고 3학생들의 77%만 응시하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수학능력모의고사를 시행하다니… 도대체 이런 평가로 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교육부가 21일 치른 전국단위 모의고사는 전국 2,365개교 중 77%인 1,835개교만 응시했다. 개학하기 바쁘게 치른 모의고사는 ‘코로나 19’ 사태로 미뤄진 학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했다. 앞으로 졸업할 때까지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의수능, 전국연합학력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교육부가 걱정하는 것은 교육과정의 정상화가 아니라 앞으로 남은 모의고사 일정이 제대로 치를 수 있는지 여수를 놓고 전전긍긍이다. 마치 수능이 교육목표라는 투다. 교육부는 고 3학생들이 코로나 확진자가 확인돼 전교생을 돌려보내는 상황에서 공부를 하지 못해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의고사 일정에 차질이 올까 두려운 것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 보다 못한 안철수국민의당 대표가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대학 입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재수생과 고3, 경제적 여건이 좋은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 형평성과 공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면서 “수능 일시를 연기하고 시험 횟수를 2회로 늘려 그 중 좋은 성적을 반영하는 안”을 제시했다. 안철수대표가 주장한 ‘경제적 여건이 좋은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간의 형평성만 문제일까? 재수생은 정상적인 수업 일수를 채웠지만, 현재 고 3학생들은 거의 반 학기를 온라인으로 공부(?)했다.

경제력이야 어차피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니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수업 일수를 다 채운 재수생과 수업 일수를 3분의 1을 채우지 못한 고 3학생과 형평성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부가 온라인으로 수업을 강행한 이유는 학생들이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수업 일수라도 채우기 위해서라면 할 말이 없다. 온라인수업이란 말이 수업이지 공부를 하기 싫어 학교에 등교해도 잠만 자는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를 했다고 믿는다면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차피 소질이나 개성을 무시하고 주요과목과 기타과목으로 공부한 학생들에게 개인 책임으로 돌린다면 할 말이 없다.

교육부에 묻고 싶다. 전국의 고 3학생과 재수생 50여만 명을 한 줄로 세우는 모의고사를 치르는 이런 나라가 이 세상에 또 있는가? 비행기 이착륙시간까지 조정해 수험생뿐만 아니라 학부모까지 수험생(?)이 되는 이런 나라가 또 있는가? 이런 포복절도한 세계토픽감인 수학능력고사란 어차피 시합 전에 승패가 결정난 게임으로 능력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가치를 차등화를 정당화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일고 있다. 놀랍게도 코로나19 학생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른바 ‘야자’(야간 자율학습, 야간 자기주도적학습)까지 진행하겠다는 학교까지 늘어나고 있다니 그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에 포상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다” 교육부가 내 건 슬로건이다. 교육부는 왜 이렇게 뻔하게 속이 보이는 구호를 내걸었을까? 구호뿐만 아니라 교육부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학습사회를 구현하고,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며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을 펴겠다”고 한다. 교육부가 정말 그런 일을 하고 있는가? 그런데 왜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해 안절부절 하는가? 교육부는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행복추구권’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모든 국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키워드
#교육 #시험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