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와신상담(臥薪嘗膽)’이란 말을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거북하기 짝이 없는 섶에 누워 잠을 자고 쓴 쓸개를 맛본다는 뜻이지요. 원수를 갚으려 하거나 실패한 일을 다시 이루고자 굳은 결심을 하고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말하자면, 자신의 몸을 괴롭히면서까지 원한을 잊지 않는 지독한 모습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지요.
이 말은 《사기(史記)》 〈월왕구천세가(越王勾踐世家)〉에 나옵니다. 춘추시대(春秋時代) 말기에 연이어 패자(霸者)로서 춘추오패(春秋五霸)의 반열에 올라 춘추시대의 대미를 장식한 오(吳)나라와 월(越)나라는 이웃하고 있으면서도 원수처럼 서로 으르렁대며 싸우는 사이였습니다.
오나라의 왕 합려(闔閭)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저자인 손무(孫武)와 충신 오자서(伍子胥)의 보필을 받아 당시의 제후국들을 굴복시키고 춘추 오패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합려 19년(BC496), 합려는 월나라를 쳤다가 월왕 구천(勾踐)에게 패하고, 손가락에 입은 상처가 원인이 되어 그만 죽고 맙니다.
합려는 태자 부차(夫差)에게 “월나라를 절대로 잊지 말라.(必毋忘越)”는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습니다. 2년 후 월왕 구천은 부차가 밤낮으로 병사들을 훈련시킨다는 말을 듣고 대부 범려(范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부차를 선제공격했다가 도리어 대패하고 말았습니다.
부차는 승세를 몰아 월나라의 수도 회계(會稽)를 포위합니다. 구천은 패잔병 5,000여 명을 데리고 회계산(會稽山) 꼭대기에 피신하여, 백비(伯嚭)에게 후한 뇌물을 바치고 강화를 요청합니다. 나라를 바치고 오나라의 신하가 되겠다는 것이 강화의 조건이었지요.
부차는 오자서의 반대를 묵살하고 백비의 계책에 따라 월나라와 강화한 후, 구천을 오나라에 불러 자기의 노예가 되도록 합니다. 이를 ‘회계지치(會稽之恥)’, 즉 회계의 치욕이라 하지요. 구천은 나라의 정치를 대신들에게 맡기고 범려(范勵)와 함께 오나라에 끌려가 3년 동안 부차의 마구간에서 말을 먹이는 일을 합니다. 심지어 부차가 병이 들자 부차의 변(便)까지 맛보아 가면서 몸소 간호하기도 하지요.
결국 부차는 충신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구천을 석방합니다. 월나라로 돌아온 구천은 몸을 수고롭게 하고 속을 태우면서, 자리 옆에 쓸개를 놓아두고 앉거나 누우면 쓸개를 바라보았고, 먹거나 마실 때 또한 쓸개를 맛보며 ‘너는 회계의 치욕을 잊었느냐?’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설욕의 강한 의지를 불태웁니다.
구천은 손수 밭 갈고 부인은 길쌈을 하였으며, 고기를 먹지 않고 현인을 찾고 빈객(賓客)을 우대하면서 백성들과 고락을 같이합니다. 문종(文種)에게는 나라 살림을 다스리게 하고, 범려에게는 군대 양성을 맡깁니다. 구천은 10년 계획을 세워 생산을 장려하고 물자를 모으며 전쟁 준비를 합니다.
오왕 부차가 제(齊)나라를 공격하면서 월나라에 참전을 요청하자, 구천은 군사를 파견하여 오왕을 도와 그의 환심을 사 두기도 했습니다. 그런 후에 구천은 오나라의 내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먼저 뇌물을 좋아하는 오나라의 대부 백비를 매수했으며, 부차에게 저 유명한 미인 서시(西施)를 바칩니다.
자주 충간(忠諫)을 하던 오자서는 부차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결과로 왕의 의심을 사게 된 데다, 백비의 모함까지 받아 왕이 내린 칼을 받고 자결합니다. 그 후 2년 뒤에 오왕 부차가 정예부대를 이끌고 북정(北征)을 하고, 황지(黃池)에서 제후들과 회맹(會盟)하여 한창 그의 위엄을 보이고 있는 동안, 구천은 오나라가 비어 있는 틈을 타 오나라에 침입하여 태자를 잡아 죽입니다.
그 후, 구천은 오나라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쳐 일시 물러 납니다. 4년 후, 월나라는 다시 군대를 일으켜 오나라를 공격하여 도처에서 오나라의 군대를 격파하고, 3년에 걸쳐 오나라의 수도를 포위했습니다. 부차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구천에게 항복합니다. 결국 부차는 자살하고 말지요.
어떻습니까? 와신상담의 고사(古史)를 요약 정리해 보았습니다. 문제는 우리 인간에게는 난제(難題)가 첩첩(疊疊)입니다. 그렇다고 좌절하여 포기하면 안 됩니다. 땔나무 위에 잠을 자고 쓸개즙을 맛보면서도 우리는 이 난관을 이겨내야 합니다.
하루 한 편씩 역사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 코로나 19로 고통 받는 초 여름밤의 즐거움을 이 <와신상담>으로 대신하면 어떨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5월 2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