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본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소감은 할머니가 매우 지쳐있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30년이란 긴 세월을 하루도 쉴 틈이 없었다할 정도로, 천인공노할 일제의 만행에 대항해 숨 가쁘게 싸웠으나, 여전히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받아내지 못했으니, 신이 아닌 사람으로서 지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침략의 역사를 아예 삭제하려는 일본의 바람대로, 그 기나긴 세월 동안 함께 버텨왔던 할머니들마저 하나 둘 떠나시고 이제는 함께하실 할머니들이 몇 분 남지 않은데다가, 윤미향 당선인마저 중도에 하차하다보니, 서운함을 넘어서, 야속한 마음마저 터져 나왔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시점과 그 배경을 두고 벌어진 논란은 이용수 할머니는 물론, 그동안 정의기억연대와 함께 해온 수많은 관련자들을 당혹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본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전 국민마저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군다나 이용수 할머니가 2012년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했다가 탈락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미향은 되고 나는 왜 안 되느냐?’하는 이 할머니의 노욕이 작금의 사태를 불러일으키고야 말았다는 주장까지 제기 되는가하면, 문제의 한일위안부합의의 당사자인 미래통합당마저 반성은커녕 TF까지 가동하면서 본 사태를 정쟁화 시킴에 따라, 폭로의 시점과 불순세력이 개입했다는 폭로배경을 놓고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일본이 바라는 대로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궁극적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서로 제 입맛에 맞는 억측과 일방적인 주장 보다는 무엇보다도 일반적인 상식에 입각한 논리로 순차적으로 풀어나가야만 할 것입니다.

먼저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은 정의기억연대의 운동방향, 정신대와의 관계, 그리고 모금활동과 관련해서 피해자 중심이 아닌 실무운동가 중심의 활동 등,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일본인과의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침략의 역사를 삭제한 일본인들에게 역사를 다시 가르치자는 운동방향에 대한 문제는, 작금 이 시점에서만 제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3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이 할머니가 언제든 주장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윤미향 당선인이나 정의기억연대에 책임을 묻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근래에 들어서는 일본인 학생은 물론, 다수의 일본인들이 피해자들과 교류하고 있기에 이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면 해결될 문제이기도 합니다.

둘째, 이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가 정신대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용되었다고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정신대 출신중에서도 위안부로 끌려간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했었던 관계로, 위안부 문제가 제기되었던 초기엔 현재와는 달리, 정신대와 위안부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할머니의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정신대 피해자들 또한 일본은 물론, 아시아 각지의 전쟁터로 끌려가, 상당수가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고 귀향하지 못했던, 같은 일제만행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서로 힘을 모으지는 못할망정, 굳이 서로 편을 갈라치기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셋째, 모금활동과 관련해서 피해자 중심이 아닌, 실무운동가 중심의 활동에 대한 이 할머니의 문제제기는 정의기억연대의 설립 목적과 연계해 풀어 나가야만 할 것입니다.

정의연의 활동목적은 피해자 구제활동뿐만 아니라 일제의 만행을 세상에 알림과 동시에 일본을 압박함으로써,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실무진들이 피해자 할머니들을 상대로 한, 활동보다는 대외적인 활동이 대부분이기에 이용수 할머니가 충분히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의기억연대가 정부로 하여금 할머니들의 생계지원을 책임지도록 입법화하는데 일조함으로써, 현재 할머니들이 충분한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음은 물론, 실무진들의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대외적인 활동조차도, 결국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다할 것입니다.

또한 안정된 수익원이 확보되지 못한 불안정한 재정 상태의 시민단체가 지속적인 대내외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모금활동은 불가피한 선택이기에 정의기억연대의 모금활동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만, 모금 과정에서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되었다면, 철저한 진상조사가 진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순리이며, 현재 정의기억연대의 자체조사는 물론, 검찰에서도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차후 수사결과에 따라 책임여부를 가리면 될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세력의 일방적인 비리의혹 제기를 두고, 섣부르게 이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 상대정당을 공격하고, 정의기억연대의 30년 업적을 폄하하는 한편,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윤미향 당선이이나 이용수 할머니를 공격함으로써 더욱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일본이 학수고대하던 결과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본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본 사건의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정의연과의 활발한 소통으로 서로간의 오해를 푸는 것이며, 둘째는 일제의 침략역사에서 비롯된 문제를 국내의 정치적문제로 비화시켜서는 안 될 것이며, 셋째는 정의연의 신속한 내부진상 조사는 물론, 검찰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로 말미암아, 관련자 모두에게 공명정대한 결과를 이끌어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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