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아두뇌발달연구소 전경득 소장

지하 깊은 곳에 있던 암석이 고온으로 가열되어 있다가 변형을 시작하는 것이 화산이다.오랫동안 지하에 괴어있던 상당량의 마그마가 휘발성 성분이 섞여 주위의 암석보다 가벼워진 후 서서히 상승한 뒤 폭발, 지표로 분출하는 것이다.

화산은 일반적으로 급경사를 이루는 광맥이 많으며 지각이 비교적 깊은 곳에서 고온 고압을 받아 생성되는데 고유한 온도가 되면 지금까지 광범위하게 걸쳐있던 규칙적 구조는 급격히 무너지지만 일정 범위안에서는 규칙성이 나타난다.

이렇듯 화산폭발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듯 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마치 힌두교의 시바신처럼 창조와 파괴의 두얼굴을 가지고있다고나 할까...

화산의 폭발은 지구가 탄생한 이래 줄곧 계속되고 있으며 지구자연계를 대표하는 강력한 엔진이라할 수 있다. 이러한 엔진은 육지와 대양을 만들고 지구생명체의 출현과 재생을 지속하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이번 대한민국 4천여 사립유치원 관계자의 폭발은 가히 화산의 그것과 닮아있다.

100여 년 전. 국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할 겨를이 없던 어려운 시기에 유아기의 참교육이 한 국가의 흥망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를 인식한 유아교육자들이 맨몸으로 뛰어들었다.

이른바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이다. 조건없이 사재를 다 털어 교실을 만들고 장난감을 사들이고 천진한 아가들의 코를 닦아주었다.

그러다가 국가의 재정수준이 높아지고 OECD회원국으로서의 위상을 고려한 대한민국 정부는 마치 예고된 수순이라는 듯 사립유치원을 정형화시키기 시작했다.

즉, 2009년 교육부는유아교육선진화방안이라는 정책으로 사립유치원의 자율성을 없애고 통제하기에 이른다. 외형적으로는 민주적이었다. 그러나 교육자는 피교육자의 눈높이에 있듯 그 틀 안에서의 사립유치원장(설립자)에게는 느닷없이 잡힌 발목이었다.

마치 꿩의 목을 비트는 독수리 이빨에 저항없이 주저앉을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또 정부는 현장의 사립유치원측에 바우쳐제도를 제시하고 수혜당사자자인 학부모가 아닌, 유치원에 직접지원을 시작했다. 이에 재정적 어려움이 많은 사립유치원들은 국가가 늦게나마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이해하고 반겼다. 허나 정부는 법인사립학교법에 준한 특정감사와 모든 사립유치원의 교육획일화를 주문하였고 이를 위해 다각적 전략을 펼쳐왔다.

먼저 언론의 긍정적 속성을 등에 업고 신문이나 지상파, 공중파를 가리지않고 마구잡이 영상(유아교육현장의 착시된 장면 등)을 대량으로 내보냄으로써 사립유치원이 마치 유아를 볼모로 돈벌이하는 집단인 양 일관해왔다. 이에 사립유치원의 설립재원을 잘알지못하는 국민들의 공분을 사게되었고 여론은 급격히 냉각된것이다.

미래사회의 키워드는 개별화된 창의적 교육에 있음에도 붕어빵을 찍듯 획일화된 커리큘럼(누리과정)만을 강요하는가 하면 초유의 국가세금이 투입되는 국공립유치원의 전면 확대, 개인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의 재정독립특수성의 몰인정 등이다.

이에 사립유치원의 오랜 휴화산이 드디어 터졌다. 더이상 국가의 유아정책에 신뢰도, 기대도 없다는 대한민국 사립유치원 교육종사자들이 스스로 활화산이 되어 거대한 불기둥으로 분연히 일어선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4천여 사립유치원이 가입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이번에 휴업과 철회라는 서로 배치되는 카드를 반복하며 우왕좌왕하었다. 그것도 두세번 반복함으로서 국민의 신뢰에 금이 가게 되었고 사립유치원측은 오히려 그들의 내밀한 면면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 되었다.

내부적으로 어떤 아픔이 있었던 간에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해서 득은 없고 실만 있었을까. 아니다. 대한민국 사립유치원이라는 현주소를 온 국민에게 알리는 소중한 기회이자 정부의 유아정책에서 제외할 수 없는 공식기관임을 인식시키는데에 일조했다는데엔 반론의 여지가 없기를 바란다.

어느 집단이든 빛과 그림자는 반드시 공존한다 성공과 실패. 득과 실은 암수 한 몸이다. 화산폭발로 얻어진 거대한 광물과 관광자원으로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삶이 낳아지듯이 무심히 지나치던 대한민국 사립유치원 유아들의 천진한 웃음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는 국민적 관심사가 되길 바란다.

◎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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