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 그리고 마음 속 거리에 대한 사소하고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 연극 “어슬렁”이 지난 14일부터 24일까지 아는 사람만 아는 ‘은밀한’ 극장, 신촌극장에서 소수의 관객들에게 어슬렁거리며 다가와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관계의 시작은 누구나 어색하고, 누구나 서투르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본인에게 너무나 어려운 숙제이지만, 그 서투름을 바라보는 이가 짓게 되는 웃음은 서로의 거리를 오히려 좁혀주기도 한다.
처음 만났을 때 물과 기름같이 섞이지 않을 듯 어색하기 그지 없던 두 사람은 깊은 속 마음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오르며 서로의 거리를 좁혀간다. 코로나로 야기된 펜데믹은 우리의 사이들에 물리적 거리 뿐 아니라 마음의 거리까지 벌려놓았다. 그리고 그 간극들은 쉽게 다시 돌아오기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쩌면 별 것 아닌 작은 관심과 말들로 '어슬렁'거리며 쉽게 좁혀 나갈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달려들 듯 장난치고, 진심으로 힘줘서 따뜻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
공연에 임박해서 하영미 역과 배우 서영미 사이에서 헤매고 있을 때, 설유진 연출이 핸 준 말이라 한다. 그 말을 듣고서야 서영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말한다.
엉금엉금 '찰나'를 지나고, 시간의 중간 즈음에서 지나온 '찰나'를 곱씹는 서영미의 시간은 남들보다 더디며, 그래서 짧다. 그렇기에 그녀의 몸은 끌림이 있는 곳에 머무르고, 그 곳에서 소중하게 인연을 맺으며, 상대에게 무엇이라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다. 이런 서영미를 깊이 만나는 과정은 스스로를 성찰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들여다 볼 수 있는 온기 가득한 시간을 선물받은 그녀의 표정은 행복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