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6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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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67회
  • 한애자
  • 승인 2017.09.2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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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67회

방문

“교수님은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많이 한 여자를 구하시죠?”

아까처럼 장난스런 청년이 또 나서서 말했다.

“글쎄요… 저도 어떤 여잔가 궁금하군요!”

“아냐, 교수님은 미모보다 좀 철학적 의미를 가진 여자를 좋아할 것 같아요!”

“그럼 철학과 출신 여자가 후보네요.”

모두 와-하고 또 웃었다. 아마 자기들과 같이 젊은 세대라서 그런지 스스럼없이 그를 대하는 듯했다. 그는 적절한 유머 감각도 있었고 오빠와 같은 그런 친밀감이 있는 첫인상이었다.

강의를 마치자 사람들이 한두 사람씩 각기 제 갈 길로 흩어졌다. 그는 하얀 와이셔츠에 연두색 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한 채 간부들의 인사와 수고에 대한 치하를 받으며 상큼한 인상을 남기고 출입구로 향했다. 그는 겉옷을 들고 조그만 수첩을 꺼내들고 도서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선도 강의를 마치고 도서관 쪽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가고 있었다. 아마 두 사람은 에레베이터를 선호하지 않고 항상 계단을 오르내리는 건강관리파인 것 같았다. 그가 계단을 오르려다 초록색 가디건을 걸치고 찰랑거리는 머릿결에 청순하며 지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한 여인과 마주쳤다. 맨 뒷좌석에서 수첩에 뭔가를 기록하며 자신의 강의를 듣던 그 여자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먼저 가라고 잠시 멈춰서 길을 비켜주었다. 이때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지선이 미소를 지었다.

“강의 너무도 훌륭하고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용히 살며시 목례를 하며 그녀가 올라갔다. 송문학이 뒤따르며 대답했다.

“아, 그렇습니까, 그저 감사합니다!”

남자의 목소리가 좀 떨리고 있었다. 그 여인은 급히 빠르게 2층으로 오르면서 남자의 음성이 마치 바람처럼 자신의 가슴을 흔드는 듯했다. 남자는 그녀에게 때 묻지 않은〈순수함〉과〈지성미〉를 발견하며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송문학은 순간 자신의 여자라는 확신이 스치고 지나갔다. 도서관을 향하는 그녀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아까 뭘 그렇게 열심히 적고 있었나요. 별로 어려운 것도 없는데 말이죠!”

“아뇨,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말씀들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시선이 마주쳤다. 지선이 먼저 시선을 돌리고 2층의 열람실로 향했다. 지선은 2층의 도서목록을 훑어보았다. 그러나 그가 찾던 도서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3층의 열람실로 향했다. 심리학 분야에 빅터 플랭클린의 '의미요법'과 칼 구스타프 융의 저서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그 때였다. 그녀의 시야에 조금 전 마주친 송교수가 저쪽 편에서 책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가 지선이 있는 쪽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기 있구나!'

하고 찾던 책을 꺼내려 하자 그도 그 책을 잡으려 하다가 두 사람은 손등을 스쳤다.

“아, 여기 있군!”

좀 무안했는지 그는 먼저 책을 꺼내 들었다.

“잠깐만요!”

꺼낸 책을 넘기며 한 부분에 대해서 그는 급히 수첩에 메모했다. 지선은 자신이 찾던 다른 책도 한권이 있나 살펴보았으나 단 한 권뿐이었다. 지선이 안타까워 돌아서려 했다.

“자, 전, 다 보았습니다!”

힘차고 들뜬 목소리로 책을 내밀며 외쳤다. 그의 얼굴은 뭔가 들떠 있는 유쾌함이 빛나고 있었다.

“어머! 벌써….”

“잠깐 보고 싶었던 부분을 이제 찾아 적었습니다. 이 책을 빌리려 하는 것이죠?”

“네!”

“수준이 대단하십니다!”

그의 한쪽 손에는 벌써 또 하나의 책이 쥐어져 있었다. 바로 지선이 다음에 찾아 볼 칼 구스타프 융의 저서〈무의식의 분석〉이었다. 지선은 너무도 놀랐다. 이 남자! 아니, 이 사람? 자신의 속마음을 알고 따라다니는 듯, 그림자처럼 섬뜩하고 우습기도 했다.

“여자가 무슨 심리학서나 철학서를 그렇게 열심히 보십니까? 딱딱하게 말이죠!”

“여자는 그럼 철학이 필요 없나요?”

“아니… 뭐…, 문학적이라면 몰라도… 그런 것이 여성스럽고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그들은 어느덧 애인이 서로 말다툼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해서 만난 송문학과의 만남과 결혼! 그것은 참으로 운명적이었다고 두 사람은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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