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중단 결정은 대선으로 향하는 고도의 전략

여당 등에서 제기하는 책임론에 대해 홍 지사는 "(내가)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느냐. 책임질 일 있으면 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복지 논쟁을 하려면 품격있게 해야지 (골프 등) 개인에 대해 비난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맞받았다.
 

부인 동행과 관련해서는 "나는 정치를 시작한 후 해외 단독출장일 때에는 집사람도 같이 간다"며 "원래 외국에는 부부동반 출장이 공식인데, 우리나라는 국민정서가 달라 여론의 눈치를 보지만…나는 20년 이상 그렇게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선 비즈니스석 탑승 문제와 관련, "공무원 여비규정을 보면 차관급 이상은 비즈니스석을 타게 돼 있다"며 "굳이 이코노미석을 타겠다고 쇼를 하려면 쇼하는 사람한테는 그대로 두고 규정에 따라 비즈니스석을 타는데 개인 비난 소재로 삼는 건 저급한 정치 논쟁"이라고 반박했다.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나아가 무상보육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되짚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건 선별적 무상급식"이라며 "서민들한테는 밥이 돌아가고 나머지 돈 댈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돈을 다시 서민들 교육비로 주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상급식 논쟁을 벌였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해 "무상복지에 대한 거대담론을 던졌더니 어린아이 밥그릇 뺏는다고 접근하는데, 그런 얄팍한 감성으로 접근하는 지도자의 태도가 옳은 것이냐. 이런 접근은 아주 저급한 논쟁"이라며 "차라리 안철수 의원처럼 생산적인 논쟁은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1야당의 대표가 그런 논쟁을 하러 창원까지 왔다는 게…나도 당대표 해봤지만 갈등 현장에 가면 대안을 갖고 간다"며 "서민 행세가 아니라 정말 서민 마인드를 갖고 서민들 어려움을 보살펴주는 게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다는 지적에 홍 지사는 "국민이야 공짜로 주면 좋을 텐데, 그게 여론조사로 결정할 문제인가"라며 "국가·지방의 재정능력에 따라 지도자가 결정해 국민을 설득해 나가야지 여론조사 따라가려면 뭐하러 지도자를 뽑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무상보육과 관련, "일률적으로 한 가정에 20만원씩 준다는 건 사회주의체제의 배급 방식 아니냐"며 "그런 재원이 있다면 가난한 사람을 골라 50만원을 주는 것이 대한민국 빈부갈등을 없애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공개토론을 제안한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서는 "토론은 성남시의회 의원들과 해야지 왜 나한테 하자는 지 모르겠다"며 "지난번 축구연맹 징계 문제로 도와줬다가 오히려 저를 걸고넘어지는 바람에 뒤통수를 맞았다. 얘기를 같이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며 거부 의사를 전했다.

'미래의 지도자' 인식시키는 데는 걸림돌 될 수도…

4월부터 경상남도 지역의 '보편적 무상급식'이 중단된다. 무상급식을 지원하던 도의 예산을 '서민 자녀 교육 지원'에 쓰겠다는 홍준표 도지사의 결정 때문이다. 경남도의회는 3월19일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서민 자녀 교육 지원 사업'으로 돌리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경남도의원 55명 중 홍 지사가 속한 새누리당의 도의원이 51명이다. 조례안을 반대하는 도민과 학부모들의 외침은 도의회 입구에 쳐놓은 경찰 버스 '차벽'에 막혀 부서졌다. 도민의 반발이 차벽 바깥으로 밀린 이날, 홍 지사는 미국 출장을 떠났다. 이제 다음달부터 경남에선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6만6451명)만 국가 보조를 받아 무상급식 혜택을 받는다. 나머지 21만8638명의 경남 초·중·고등학생은 급식비를 내야 한다. 학생이 둘인 가정은 매월 10만원 안팎의 급식비 부담을 지게 됐다. 전국 시도 가운데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한 곳은 경남이 처음이다.

시끄러운 논란을 일으키며 홍 지사는 뉴스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홍 지사는 서민 자녀들에게 교육비를 더 지원하는 조처야말로 친서민 정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 밥그릇을 빼앗아 왕관(대권)을 만들려는 치졸한 정치적 야심의 표출"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그는 결단이라 부르지만, 늘 독단이란 평가가 뒤따른다. 그는 친서민 보수주의자인가, 대중과 언론이 민감하게 반응할 이슈 선점에 능한 우파 포퓰리스트인가, 비주류·변방이란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권력의 중심부를 끊임없이 탐하는 욕망의 정치인인가. 한국 정치의 어떤 표상, 홍준표를 들여다봤다. 홍 지사는 해외 출장 등의 이유를 들어 <한겨레21>의 인터뷰 요청을 사양했다.


 

"최전방 공격수였다가, 미드필더로 빠졌다가, 이젠 오른쪽 윙으로 뛰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수도권 의원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정치 행보를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정치 입문 이후 김대중·노무현의 저격수(공격수)로 배치됐다가, 서민 정책 법안들을 발의하며 중도 지대(미드필더)로의 확장도 꾀했으나, 보편적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보수층 여론을 대변하며 오른쪽 공간으로 이동했다는 얘기다. 경남의 '보편적 무상급식' 중단 결정은 대권으로 향하는 그의 고도의 초기 전략으로 보는 해석이 있다. 이슈파이팅에 능한 그의 정치적 후각이 이번에도 언론이 집중할 곳을 정확히 짚어냈다는 뜻이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멀어진 자신에 대한 언론의 주목도를 높여 '보수 대표 주자'임을 지지층에 각인하는 1차 효과를 기대했다는 것이다. 보수의 대표 선수조차 되지 못하면 지지층 확장이란 다음 단계가 무의미한 탓이다.
 

평소의 소신 "무상복지는 거짓 포퓰리즘"

홍 지사 쪽은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번 결정을 두고 반서민·반복지란 비판이 나오지만 홍 지사는 오히려 "친서민 정책"이라고 반박한다. 재정 여건이 나쁜 상황에선 "돈이 충분한 집의 자녀에게까지 무상급식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며, 그 돈을 서민 자녀 교육 지원에 몰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밟고 올라갈 수 있도록 서민 가정 아이들의 교육비를 지원해 "개천에서 용이 나도록 하겠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의 한 측근은 "예산 범위 내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찾은 것이다. 교육적 불평등을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홍 지사는 "부유층과 저소득층의 교육비 지출이 8 대 1"이란 지난해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들며 이 격차를 해소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측근들은 "무상복지는 거짓 포퓰리즘"이라고 말해온 홍 지사의 소신과 "어렸을 때 어렵게 자란" 홍 지사의 경험이 결합돼 서민 자녀 교육 지원으로의 정책 전환이 이뤄졌다고 말한다. 홍 지사가 의원일 때 가깝게 지냈다는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전국적 관심을 모으려는 의도, 이런 결정이 서민을 위한 것이라는 자기 확신 등이 모두 작용했을 것이다"라고 홍 지사의 의도를 읽기도 했다.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전국적 관심을 모으려는 의도, 이런 결정이 서민을 위한 것이라는 자기 확신 등이 모두 작용했을 것이다."-새정치연합의 한 의원

'개천에서 용이 나도록 하겠다'는 것은 힘겨운 유년을 거쳐 집권 여당의 대표까지 올랐던 홍 지사 본인의 이력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2011년 당대표 선거 연설에서 자신을 "울산 조선소 경비원 출신 아버지의 아들, 고리채 업자에게 머리채를 잡혀 질질 끌려다녔던 어머니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고리대금업자들의 고이율을 낮추는 이자제한법 개정에 집착했던 것도 양은그릇 장사, 달비(머리카락) 장사를 하던 어머니가 당한 수모 때문이라고 기자들에게 털어놓았다. 홍 지사는 2009년 낸 자서전 <변방>에서 "도시락을 싸가지 못한 점심시간이면 우물가에서 물로 배를 채우고 뒷산에 늘 올라갔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교실로 들어오면 반찬 냄새와 밥 냄새 때문에 배고픔의 고통이 더 심했다"고 적기도 했다. 손수레에 짐을 싣고 야반도주하듯 이틀을 걸어 가족이 이사했던 기억, 낙동강변에 있던 집이 물에 쓸려간 일,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병명이라도 알기 위해 대학병원에 가자고 했을 때 "아들(홍준표) 대학 2학기 등록금을 가망 없는 사람에게 쓸 수 없다"며 거절했다는 어머니의 아픔이 홍준표의 과거 속 기억을 채운다. "공부하는 길밖에 없었다"던 그에게 가난은 변방에서 중심으로 향하려는 계층 이동 욕구의 자극제가 됐다. 측근들은 홍 지사의 이런 경험을 거론하며 "서민 자녀 교육 지원은 급조된 것이 아니라 그의 삶과 철학적 기반에서 나온 것"이라고 얘기한다.


 

'부자에겐 자유를, 서민에겐 기회를'
 

홍 지사의 보좌관을 오래 지낸 나경범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은 "홍 지사가 (의원, 원내대표, 당대표를 거치며) 추진한 것들의 일관된 고리가 서민이다"라고 주장했다. '국적법 개정'(병역 의무를 마치지 않으면 한국적을 포기할 수 없도록 한 것), 중소상인을 위한 카드 수수료 인하, 소득수준에 따른 대학 등록금 차등 법안 발의, '아파트 반값 정책' 추진에 나섰던 것이 부유층의 사회적 의무 이행과 서민 지원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는 것이다. 나 본부장은 "(홍 지사가) 의원 시절 어떤 단체가 극빈 가정에 전기히터를 전달하겠다고 연락해와 기분 좋게 의원께 말했더니 '서민들이 전깃값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며 나를 야단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부자에겐 자유를, 서민에겐 기회를'이란 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그는 당대표가 된 직후인 2011년 7월 당내 포럼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는 가난한 사람을 다시 일으켜세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복지정책의 근간"이라고 복지론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는 어떤 행위에 대한 반작용의 해석이 뒤따르는 법이다. 이번 결정을 '서민을 위한 보수 성향 도지사의 결단'이라고 보는 호의적 여론은 광범위하게 형성되지 않는다. 공공 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 폐쇄(2013년)에 이어 보편적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한 그의 행보를 대권을 의식한 존재감 부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는 "마지막 꿈은 국가경영"이라며 "부패공화국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그는 지난 1월 "어느 정도 도정이 궤도에 올랐으니 천천히 대권 준비도 하겠다"며 차기 대선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그의 최근 행보는 이슈화 측면에서 효과를 봤다. 홍 지사가 "4월부터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다음날인 3월10일부터 20일까지 6개 신문(<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서 '홍준표'란 이름이 들어간 기사·칼럼이 60개에 달했다. 같은 기간 박원순 서울시장(51개), 남경필 경기지사(20개), 유정복 인천시장(12개)이 신문에 등장한 횟수를 크게 웃돈다. 그는 2012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30년 공직 생활을 마감한다. 공약으로부터 해방되는 자유를 얻었다"는 말을 남겼고 언론은 이를 정계 은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2012년 12월 경남지사 보궐선거 당선, 지난해 도지사 재선을 통해 재기한 뒤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는 방식으로 "경남에 홍준표 지사가 있다"는 인식을 심고 있다.
 

당내 지지 세력이 없는 단독자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잡음이 생기더라도 존재감을 보이는 것이 전략적 원칙일 것이다. 존재감을 통해 유력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계속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홍 지사가 변방에서 중심으로 가고자 했던 삶을 살아와 언론에서 소외되고 잊혀지는 걸 참지 못한다. (최근의 논란은) 그의 이런 천성과 자신을 뉴스메이커로 만드는 본능적 기질이 결합돼 나타나는 것이다"라고 짚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슬롯머신 대부, 6공화국 황태자, 차기 검찰총장 후보까지 구속시키는 강단을 보이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지만, 검찰 내부의 견제로 1995년 수사권이 없는 법무부 특수법령과로 발령받은 뒤 검사 옷을 벗었다. 검찰의 주류가 되지 못한 채 떠나면서 변방으로 밀리는 것에 대한 자기방어 본능이 더 강해졌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홍 지사의 원래 이름은 '홍판표'였지만 청주지검 초임 검사 시절 '세인의 표상'이란 뜻의 '준표'로 개명했다.
 

홍 지사는 결정에 대한 반발 여론을 '옳지 않은 소수'라며 밀쳐내고 있다. 가난을 극복해온 삶, 검사 시절부터 거악에 맞서 이긴 경험이 홍 지사의 자기 믿음을 공고화했다는 뜻이다.
 

'계파'라고 할 만한 당내 지지 세력이 없는 정치인은 대중과 언론이 예민하게 반응할 이슈를 직접 촉발하고, 이를 끌고 가는 방법을 대안으로 선택한다. 홍 지사가 그런 경우다. 그는 여당 의원 시절 "친박들의 박근혜 우상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친박계를 겨냥하거나,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와 인사를 잘 못하고 있다"고 하는 등 여당 내부의 특정 계파와 거리를 둬왔다. 그가 2011년 당대표가 된 이후 "계파 도움 없이 필마단기로 당선됐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한나라당 의원 비서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태' 등이 터지며 대표 당선 5개월 만에 사퇴했다. 홍 지사는 지난 1월 경남 지역 기자들에게 "세력이 없으니 그때 누구도 날 방어해주는 사람이 없더라"라고 토로했다. 홍 지사의 다른 측근은 "2012년 총선에서 홍 대표 공천의 칼날을 두려워한 이들이 대표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워 물러나게 했다. 이때 홍 지사가 '대표까지 됐지만 난 당의 비주류다'라는 생각을 더 강하게 갖게 됐다"고 전했다. 큰 꿈을 도모하려면 자신이 대중과 언론을 직접 상대하며 돌파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굳어지는 계기가 됐을 수 있다. 그는 의원 시절 여당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원칙을 갖고 있는 포퓰리스트"라고 표현한 적도 있다.
 

그의 '단독 돌파'는 '나의 결정은 옳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란 의견도 있다. 열정과 순수를 상징하는 빨간색을 좋아하는 그는 '화기가 왕성하다'는 화왕산 자락인 경남 창녕군 남지읍에서 태어났다. 강한 확신은 반대자의 목소리를 타협할 수 없는 '불의'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홍 지사는 지난 2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무상급식 지원 중단 등과 관련해 "소수의 강렬한 반대가 있더라도 옳은 정책이라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지사의 결정에 대한 반발 여론을 '옳지 않은 소수'라며 밀쳐내고 있다. 인지과학연구소장인 김윤태 우석대 교수는 "자신이 살아온 삶의 학습 경험을 통해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밀어붙였을 것이다. 이럴 경우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합리화를 하게 되는데, 이러면 대중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가난을 극복해온 삶, 검사 시절부터 거악에 맞서 이긴 경험이 홍 지사의 자기 믿음을 공고화했다는 뜻이다.

각개전투 새누리 대선 주자들을 비집고
 

무엇보다 홍 지사의 최근 행보는 확실한 차기 대선 주자가 없는 여권 내부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 1위에 오르지만,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지지율을 넘지 못하는 등 파괴력이 크지 않다. 김무성, 김문수, 홍준표, 남경필, 원희룡 등이 낮은 수준의 지지율로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다. 친박계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2인자를 키우지 않아 중량감 있는 주자가 보이지 않고, 비박계에선 그간 박근혜란 인물에 가려 존재감을 키우지 못했다. 홍 지사를 포함해 누구든 '보수의 아이콘 자리'를 선점할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복지 요구가 크지만 재정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단계까지 (여론의 흐름이) 진입한 상황이다. 홍 지사가 보편적 무상급식 중단을 통해 강성 보수층의 관심을 얻어 여권 내부의 대권 주자 선두그룹을 차지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민주정책연구원장인 민병두 의원은 "복지 규모를 일정 정도 다이어트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는데, 여권에서 누구도 (무상급식 중단 등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홍 지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뚫려 있다고 본 것이다. (지금은 당대표도 아니니) 정국의 화해·조정자 역할을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한 홍 지사의 결정은 정치적으로 어떤 득실을 가져올까?

윤 센터장은 "이슈의 중심에 서는 것은 성공했지만 대권 주자로서 위상 제고라는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했다. 그는 "홍 지사는 가난한 집의 자녀들에게 교육비를 더 지원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대중은 정교하게 인식하지 않고 무상급식을 중단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국민은 복지를 확장하면서도 재정 상황을 고려하는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지도자를 맡길 가능성이 높은데 양자택일로 하나를 배제하면 미래 지도자로 인식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수석부장은 "대권을 꿈꾼다는 홍 지사가 경남에서조차 조정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자꾸 분란을 일으킨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홍 지사는 이번 논란이 정책의 우선순위 문제라면서도 "무상급식은 좌파의 정치선전" "진보좌파의 편향된 포퓰리즘"이라며 진영을 구분짓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승부수를 던지지 않았다"
 

보편적 무상급식 대신 가난을 증명한 학생에게 교육비를 주는 것이 교육적이라는 홍 지사의 인식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인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얻어먹는다는 수치심과 심리적 위축감이 생길 수 있다. 차별 없이 기회를 보장해 생산적 동기를 극대화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다"라고 말했다.
 

국가경영이란 욕망과 이슈파이터의 기질을 가진 홍 지사는 언제든 정국의 관심 사안을 다시 만들 가능성이 높다. 다른 이슈, 다른 목소리를 내야 언론의 눈길을 끈다는 속성을 아는 그는 보편적 여론의 정서와 또 충돌할 수도 있다. 홍 지사가 당대표이던 시절에 당직을 맡았던 한 인사는 "선별적 무상급식은 홍 대표의 평소 소신이므로 승부수라고 볼 수 없다. (내가 아는) 홍 대표는 아직 승부수를 던지지도 않았다"고 했다. '필마단기의 승부'를 벌이며 변방에서 중심을 갈망했던 홍 지사에게 2017년 대선까지 2년9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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