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범기업 국내 자산 강제매각 절차 돌입에 모테기 외무상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
"두 자릿수 보복 준비.. 징용기업 자산 현금화시 심각한 상황 초래"
지지율 최저 수준 아베, 한국과의 갈등 키워 국면 전환 노릴 가능성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내 일본)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이뤄지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사실상 협박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서울 수유재래시장에 걸린 일본제품 불매운동 관련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서울 수유재래시장에 걸린 일본제품 불매운동 관련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3일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날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한국 측의 '신중한 대응'을 거듭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보수매체는 단, 한 줄의 기사도 없었다.

한국 대법원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었으나 피고 측인 일본 기업들은 판결에 불복해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초 일본제철의 국내 합작사 주식을 압류하고, 이를 매각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일본 외무성을 통해 압류 관련 서류를 보냈지만, 반년 만에 반송됐고, 다시 보낸 서류도 일본 외무성에 도착한 후 행적이 불분명해졌다.

결국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 1일 일본제철에 대해 압류명령 서류 등을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가라며 '공시송달' 결정을 내렸다. 공시송달이란 상대방에게 서류 송달이 되지 않는 경우, 법원이 서류를 보관한다고 알리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류가 상대방에게 전달된 거로 보는 예외적 송달 방식이다.

법원이 지정한 공시송달 기간은 8월 3일까지로 일본 전범기업들의 자산 매각 절차와 관련해 법원이 공시송달 결정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시송달 결정은 사실상 국내 절차만으로 대법원판결을 집행하겠다는 판단으로 이후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을 매각하는 현금화 절차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시송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결정으로 미쓰비시중공업 등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난 다른 일본 기업들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공시송달로 집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상당 기간 멈춰 있던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일본은 현금화 조치가 더 진행되기 전에 한국 사법부 판단을 뒤집으라는 압박성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해 왔다. 일본 외무상도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자산이 현금화되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된다"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공시송달 기간이 끝나면 현금화가 한국 내 절차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 전에 최대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아베 총리도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검토해 왔다"라고 실토한 바 있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30%대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한국과의 갈등을 키워 국면 전환을 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두 자릿수의 보복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예를 들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와 배상 청구, 일본 내 한국 기업의 자산 압류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등이 거론됐다.

특히 아소 부총리는 "금융 제재를 단행하면 경제 규모가 작은 한국이 먼저 피폐해질 거"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최대 현안은 한국과의 관계로 한국이라는 국가보다도 국제법을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자세"라고 주장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강경화 외무장관과의 3일 전화 통화에서 '심각한 상황 초래'라는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자국 기업이 입은 경제적 손실에 상응하는, 또는 그 이상 피해를 한국에도 입히겠다는 협박성 발언이다.

이런 보도를 접한 시민들은 당장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하자는 반응을 보인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처로 지난해 7월 시작한 불매운동을 더 공고히 하자는 취지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는 상당히 큰 편이다. 지난달 일본산 소비재 수입액은 담배와 맥주, 자동차를 중심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일본 3대 자동차 기업 닛산은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올 12월 한국에서 철수한다.

특히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63만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87.8% 급감했다. 2018년 기준 한국은 일본 맥주 업계의 최대 해외시장이었다. 그러나 수출규제 조치가 단행된 작년 7월 이후부터 급감으로 돌아섰고, 올해도 2월 -92.7%, 3월 -87.1%의 감소세를 이어갔다.

리얼미터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제4차 일본제품 불매운동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64.4%)이 현재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19세 이상 성인 4320만 명 중 2780만 명에 이르는 수치다.

이번 일본 고위 관료들의 협박성 발언에 따라 일본불매 운동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사진: 지난해 7월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일본산 소비재 수입액이 담배와 맥주, 자동차를 중심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사진: 지난해 7월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일본산 소비재 수입액이 담배와 맥주, 자동차를 중심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일제만행 얽힌 충주 호암지 일본인 수리조합장 기념비 제자리로"

▶지난해 훼손 후 이전…환경운동연대 "안내판도 세워 아픈 역사 알려야"

충북 충주시민들의 쉼터인 호암지 산책로에 있던 일본인 수리조합장 기념비가 인근으로 이전된 것을 놓고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7일 충주시에 따르면 호암지 산책로에는 일본인 수리조합장 스즈키 마사이치(鈐木政一) 사업 성공 기념비가 있었다.

1922∼1932년 호암지를 조성한 스즈키 조합장을 친일파들이 칭송하는 내용이 적혀 있는 이 비석은 1933년에 세워졌다.

그러나 군량미를 수탈하기 위해 저수지를 축조했고, 11년간 변변한 장비 없이 주민들을 강제 노역시켰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때문에 비석을 없애거나 안내판을 설치해 후세에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문제의 비석은 지난해 9월 초 훼손됐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 조선인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강행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던 때여서 누군가가 고의로 쓰러뜨린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충주시는 비석 처리를 두고 호암지 관리 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와 협의했다.

호암지 주변에 이전 설치된 일본인 수리조합장 비석 [박재천 기자 촬영]
호암지 주변에 이전 설치된 일본인 수리조합장 비석 [박재천 기자 촬영]

결국 농어촌공사가 비석을 수습해 인근의 일본인 잠수부 위령탑과 2명의 한국인 조합장 공덕·공적비가 있는 곳에 다시 세웠다.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기 위한 취지인 듯 비석 머리는 얹지 않고 바닥에 두었다.

일본인 수리조합장 기념비 이전 설치는 그동안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다.

충북환경운동연대(대표 박일선)는 이와 관련, "비석 설명판을 달아 달라고 시에 반복적으로 요청했으나 아예 치워버렸다"며 "역사의식의 결여이며, 아픔의 시대를 헤쳐나간 조상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애초 비석이 있던 자리 [박재천 기자 촬영]
애초 비석이 있던 자리 [박재천 기자 촬영]

박 대표는 "치욕스러운 역사도 역사인 만큼 후세에 바로 알려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며 "비석을 원위치해 (호암지와 비석이 무슨 이유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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