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세상
공덕 송(功德訟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습니다. 제가 다리가 아파 잘 걷지를 못하고 보니까 더욱 절실합니다. 바람개비가 바람이 불지 않으면 혼자서는 돌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세상 그 무엇도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도 혼자 살지는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함께 만들고 더불어 사는 것입니다.
사랑, 봉사, 희생 이런 마음이 내 안에, 우리 안에 있을 때 사람도, 세상도 더욱 더 아름다워지는 법입니다. 넘칠 때는 모릅니다. 건강할 때는 자칫 잊고 삽니다. 그러나 모자랄 때, 아플 때 비로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한 걸음도 뗄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알게 됩니다.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도반과 동지 그리고 지인이 있기 때문에 보내는 것입니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말은 서로 돕고 살라는 의미입니다. 함께 어울리고, 함께 채워 주고, 함께 나눠 주며, 함께 위로하면서 아름답게 살아가자는 의미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무엇도 혼자서는 살 수가 없습니다. 내가 못하는 일을 다른 사람이 하고,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을 내가 하기도 합니다. 때론 상처를 입고, 때론 손해도 보면서 서로 돕고, 도전 받으며 마음을 나누는 우리네 삶, 그렇게 함께 만드는 세상이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이 되는 것입니다.
화엄종(華嚴宗) < 입법계품(入法界品)> 중에 이런 가르침이 있습니다. 「모든 이웃을 섬기고 공양(供養)하기를 부모같이 하고 스승이나 성자 같게 하라. 병든 이들에게는 의사가 되어주고, 길을 잃은 이에게는 바른 길을 가르쳐주며, 가난한 이들에게는 재물을 얻게 하라.
이와 같이 모든 이웃을 평등하고 이롭게 하라. 이웃의 뜻에 따르는 것이 곧 부처님께 공양하는 일이 되고, 이웃을 존중하며 받드는 것이 곧 부처님을 존중하고 받드는 일이 된다. 부처님은 자비심으로 근본을 삼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웃에 대한 큰 자비심을 일으키고, 그 자비심으로 인해 불가(佛家)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웃이 없다면 우리는 끝내 깨달음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예전에 사람이 죽으면 장례를 지내는데, 이때 죽은 자의 시체를 상여에 싣고 상두꾼들이 관을 메고 나갑니다. 그때 상여 머리의 선두에서 요령을 흔들며 부르는 노래가 ‘향두가(香頭歌)’입니다. 그런데 경기도 지방의 ‘향두가’를 보면 다음과 같이 염라대왕으로부터 심판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 (救難功德)하였는가?
굶주린 이 알곡을 주어 걸립공덕(乞立功德)하였는가?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 (越川功德)하였는가?
이러한 공덕이 없으면 바늘 지옥, 한 빙 지옥(寒氷地獄), 화염지옥, 유황지옥, 독사지옥 등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사람을 육체로만 판단할 때 사후에는 아무 것도 없는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지수화풍(地水火風)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진 이 육체는 미혹(迷惑)한 중생의 마음 상태가 인연이 되어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비록 인연이 다하여 육체는 없어진다고 해도 깨달음을 성취하지 못하는 한 여전히 미혹한 상태는 남는 것이 중생입니다. 그렇지만 미혹한 마음도 본래 없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깨달음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 또한 없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중생은 미혹 상태에 집착하여 육체를 잃은 후에도 여전히 어리석게도 미혹의 세상을 해매이다가 미혹된 몸을 받는 것입니다.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더불어 살지 못하고 제 한 몸, 제 한 가족만 알고 사는 사람은 결코 진리를 깨치지 못해 결국 지옥으로 직행하는 것입니다. 다시 내생에 몸을 받아 이생 보다 더 나은 세상을 살고자 하면 부지런히 공덕(功德)을 쌓아 내생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공덕이란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면서 정신·육신·물질로 보시(布施)를 하고 부지런히 수행을 통해 진리를 확연통철(廓然通徹)하는 것입니다. < 공덕송(功德頌)>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공덕 송(功德訟)>
영겁 다생의 불연으로/ 이 회상에 오시어/ 사심 없는 보시공덕/ 두루두루 베푸시니/ 그 복전 너무도 넓어/ 수많은 재화(財貨)를 거두리이다./ 도반 동지님들 축복 속에/ 신성(信誠) 더욱 깊어지고/ 진리부처님의 자비바람/ 임을 감싸 안으시니/ 공덕 꽃 향기로운/ 일원동산에/ 산새 들새 노래하며/ 춤을 춥니다.
우리 한 번씩 흥얼거리며 더불어 사는 세상에 큰 공덕을 세워 보면 어떨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6월 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