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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봉 시인의 문학추억여행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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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봉 시인의 문학추억여행10
6.10민주항쟁 때 시인다방에서 쓴 필자의 시「다시 그리운 사랑」  
  • 박상봉 기자
  • 승인 2020.06.10 0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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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는 기다림인 것을 / 나는 알고 있다. 더는 찾아올 / 희망도 없는 방은 열려진 채로 / 옛사랑을 그리워하고 / 그리움만으로 가득한 밤이 / 다시 길가로 나아가 / 부질없는 기다림으로 서 있다. / 지금 어디에 있느냐, 너는 / 어디서 무얼하고 있기에 너와 나는 / 만날 수 없느냐, / 불러도 대답없는 사랑. / 숨어서 나누는 사랑은 / 함부로 슬퍼할 수도 없는 /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노래인 것을, / 그러나 누구나 불렀던 / 희망없는 시절의 사랑노래를 / 잊을 수 없어 / 잊을 수 없어 / 나는 여기에 서 있는 것이네, / 더는 찾아올 희망도 없지만 / 더는 실망하지 않기 위해 / 별안간 방 안으로 들어왔을 적에 / 대문 밖 불빛 아래에서 어울렸던 사람들은 / 자정이 훨씬 지나서도 헤어지지 못하고 / 주고 받던 잡담과 불렀던 노래만 /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필자의 시집 『카페 물땡땡』 중 「다시 그리운 사랑」전문

1986년 6월 어느 날 내가 경영하던 시인다방 앞 한미은행 건물 옥상을 학생들이 점령하고 농성을 벌였다. 학생들은 옥상에서 최루탄 2발을 던져 경찰의 접근을 막으며, 「민족자주 쟁취하자」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우리는 왜 한미은행에 들어왔는가」라는 제목의 유인물 수십장을 길가에 뿌리며 미리 준비한 핸드마이크로「민족경제 파탄 시키는 외국자본 몰아내자」는 구호를 외쳐댔다.(1986. 6.18, 19일자 중앙일보 기사 참조)

경찰도 최루탄을 쏘았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길거리에는 최루가스 연기로 자욱했다. 길 가던 학생들이 최루가스를 피해 시인다방으로 다급하게 뛰어들었다. 수 십 명이나 되는 카메라를 둘러맨 기자들도 시인다방 쪽으로 우루루 몰려왔다. 시인다방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한미은행 건물 옥상과 바로 마주 볼 수 있었기에 사진 찍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나는 가게 문 셔터를 바로 내려버렸다. 최루가스로 인한 따가운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에게는 수건을 주고 주방과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그리곤 문 앞을 지키고 섰다가 학생들은 들여보내고, 기자들의 출입은 막았다. 어느 신문사 기자인지 일일이 물어보고 조중동은 무조건 막고, 한겨레신문 기자 딱 한사람만 들어오도록 허락해 옥상으로 안내했던 기억이 난다.

1987년 6월, 전두환 정권에 맞서 전국에서 일어난 6.10민주항쟁 때는 대구 시내에 흔히들 지랄탄으로 불리었던 최루탄을 아무데나 무자비하게 난사해 장사하는 사람들과 시민들의 피해가 매우 컸다. 나는 손님이 주문한 우유 재료가 떨어져 밖으로 사러 나왔다가 전경들이 도로변 가게 유리창을 박살내며 가게 안으로 최루탄을 마구 쏘아대는 모습을 바로 코앞에서 목도하였다.

페퍼포그 차량까지 동원한 전경들의 과잉진압으로 한일극장 앞 중앙로는 순식간에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나도 모르게 짱돌로 경찰의 뒤통수를 조사 버리고 싶을 정도로 격한 감정이 울컥 솟아올랐다. 그날 먼발치에서 학생들의 시위를 묵묵히 지켜보던 시민들이 모두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터이다.

드디어 시민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학생들의 시위대열에 참여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가 직선개헌을 추진하겠다는 ‘6.29 항복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말미암아 1951년 자유당 결성으로 시작된 권위주의 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큰 승리를 거뒀다. 6.10민주항쟁의 정신은 오늘날의 촛불혁명까지 그 맥이 이어져 왔다.

그만 각설하고, 다시 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필자의 시 「다시 그리운 사랑」은 이해인 신경림 박인환 서정주  조지훈 한용운 등 대단히 유명한 시인들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필자의 시 「다시 그리운 사랑」은 이해인 신경림 박인환 서정주 조지훈 한용운 등 대단히 유명한 시인들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필자의 시 「다시 그리운 사랑」은  6.10민주항쟁 당시에 시인다방에서 쓴 시다. 이 시를 동인지 『국시』에 발표하였는데 이종환이 한밤중에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에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낭송되어 숱한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나중에「이종환의 시와 세미클래식이 있는 휴식」이라는 LP판에도 수록되었다.

필자의 시 「다시 그리운 사랑」이 실린 「이종환의 시와 세미클래식이 있는 휴식」 LP판 자켓
필자의 시 「다시 그리운 사랑」이 실린 「이종환의 시와 세미클래식이 있는 휴식」 LP판 자켓

이 LP판에는 이종환이 뽑은 주옥같은 시인들의 낭송시가 수록돼 있다. 아마도 1993년에 나온 판 같은데, 수록된 시는 모두 14편이다. 여기 수록된 시인은 이해인 신경림 박인환 서정주 이수익 김현승 아폴리네르 조지훈 신석정 김남조 한용운 등 대단히 유명한 시인뿐이다. 이런 대시인들과 나란히 무명시인의 시 한편이 껌딱지 같이 붙어있어 심히 부끄럽지만, 개인적으로는 커다란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시가 라디오 방송에서 낭송된 것도 몰랐고, 이종환이 펴낸 LP판에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조차도 까맣게 모르고 지냈다. 5년 전에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알게 되어 딱 한장 남은 이 LP판을 어렵게 구입했다. 그리고 나서도 LP전축이 귀해 어디 가서 들어야할지 알 수 없어 듣지 못하고 오랫동안 보관만 하고 있었다. 그동안 햇빛에 바래고 이사 다니느라 판이 우그러진 상태가 되어도 언젠가 한번은 들을 수 있겠지 싶어 버리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3년 전에 휴대용 미니 LP전축을 선물받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우그러진 판을 돌려가며 몇번 들어보고 나서, 미니 LP전축은 대구경북작가회의 주관으로 열린 지역 문인들의 애장품전에 아낌없이 기증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자랑을 좀 늘어놓는 지겨운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대구지역의 항쟁 역사와 관련된 나만의 사연이 있어 여기에 부끄러운 글을 남긴다.

필자의 시 「다시 그리운 사랑」 이종환 낭송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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