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는 것을 가까이 보이게 한다.

『손자병법』 「계편」에서 제기하는 ‘궤도 12법’ 중 하나이다. 이 계략 역시 일종의 ‘시형법’이다. 자신의 군사적 의도를 엄폐하기 위해 본래 ‘먼 곳에서 진군해오면서 가까운 곳에서 진군하는 것처럼 꾸민다.’

『백전기법』 「원전 遠戰」에 나오는 관련 대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적과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을 때, 아군이 멀리서 물을 건너러하면, 배를 많이 만들어 가까이에서 건너는 것처럼 꾸민다. 그러면 적은 틀림없이 많은 병력으로 이에 응전해올 것인데, 아군이 그 빈틈으로 가서 물을 건넌다.

또 『역대명장사략 歷代名將事略‧下冊』 「탈험 奪驗」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저쪽이 물을 막고 지키고 있으면 내 쪽에서는 진을 치고 물을 건너는 척한다. 그러고는 몰래 일부 병사를 보내 다른 나루터를 찾게 해서 재갈을 입에 물고 조용하고 신속히 건너가게 한다. 그런 다음 불의의 기습을 가하면 적은 놀라 혼란에 빠질 것이고, 그 틈에 대군으로 공격하면 승리를 못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계책은 예로부터 강이나 하천을 방어선으로 삼고 있는 적을 돌파할 때 많이 사용되었다. 상대를 속이는 행동과 기습을 가하는 방법을 운용하여 적을 제압한다. 그 구체적인 운용방법은 이렇다. 멀리 건너 적을 공격하고 자 한다면, ‘먼 것’을 ‘주요 공격점’으로 삼고 ‘가까운 것을 보조 공격점‘으로 삼아, 가까이서 건너는 것처럼 꾸민다. 이렇게 적의 병력을 끌어낸 다음, 주요 공격점으로 삼은 먼 곳의 빈틈을 타서 서서히 물을 건너 공격하는 것이다. 반대로 ’가까운 곳‘을 주요 공격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근이시지원(近而示之遠)‘의 계략이다.

‘시형법’으로 적을 속이는 목적은 자기의 의도를 감추는 데 있다. 가상을 만들어 내어 ‘거짓 움직임’으로 적의 오판을 끌어내면 나의 진정한 의도가 가려진다. 또 그것을 바탕으로 적을 조종하여 내 틀 속으로 끌어드린다. 적병이 흩어지고 세력에 틈이 생겼을 때 불의의 기습으로 적을 섬멸한다.
 
1945년 극동 전역이 발발하기 전날 밤, 일본 군 사령부는 소련군이 우기에는 진군해오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우기에는 기계화 중장비 군단이 움직이기에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날이 좋아진 다음 다시 진군해올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 경우 빨라도 9월 중순이 되어야, 움직일 수 있다. 주요 공격 방향에 대해서도 일본군은 소련 장갑부대가 사막과 대흥안령(大興安嶺)산맥의 원시림을 뚫고 진격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 지역은 기계화된 장갑 군단의 이동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금기 구역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련군은 상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진격 시기를 우기에 해당하는 8월 9일로 선택했을 뿐 아니라, 주요 공격을 담당한 탱크 기계화 병단을 일본군이 예기치 못한 몽고 동부로부터 대흥안령의 산림을 뚫고 사막을 지나 직접 심양(瀋陽)으로 진격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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