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무적

인자무적(仁者無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자한 사람에게는 적이 없다’는 뜻이지요. 원전(元典)은 《맹자(孟子)》 <양혜왕장구상(梁惠王章句上)>편에 나옵니다. 양 혜왕이 패전의 치욕을 씻는 방안을 맹자에게 물었습니다.

“인자한 정치를 해서 형벌을 가볍게 하고, 세금을 줄이며, 농사철에는 농사를 짓게 하고, 장정들에게는 효성과 우애와 충성과 신용을 가르쳐 부형과 윗사람을 섬기게 한다면, 몽둥이를 갖고서라도 진(秦)·초(楚)나라의 견고한 군대를 이길 수 있다”고 대답한 것에서 유래한 유명한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인(仁)을 가진 자는 적(enemy)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인을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도 대적(match)할 자가 없다’는 말인 것입니다. 인자(仁者)라고 적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인자이기에 시기하고 질투하는 적이 많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자는 배려와 사랑을 실천하는 지도자이기에 결국 어느 누구도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사랑을 베푸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인(仁)은 동양의 지도자들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덕목이었습니다. 특히 맹자에게 있어서 인을 기반으로 한 사랑의 정치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왕도(王道)정치의 기반이었습니다.

아무리 난세(亂世)라도 따뜻한 사랑으로 뭉친 조직이나 나라는 절대로 망하지 않습니다. 따뜻한 사랑으로 뭉친 조직이 어떤 것보다도 센 힘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맹자의 인의 정치는 간단합니다. ‘형벌을 가볍게 하라(省刑罰)’ ‘세금을 적게 거두어 들여라(薄稅欽)’

‘기술개발을 통하여 백성들이 쉽게 농사질 수 있도록 하라(深耕易)’ ‘백성들에게 효제충신의 인간 도리를 가르쳐라(修其孝悌忠信).’ 이렇게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면 아무리 강한 무기로 무장한 강대국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란 주장입니다.

결국 한 조직의 힘은 무기와 자본이 아니라 사람들의 신뢰와 공감대라는 것입니다. 신뢰와 공감은 사랑의 실천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 : 1898~1976)는 41년간 마오쩌둥(毛澤東 : 1893~1976)을 보좌한 중국공산당의 2인자였습니다.

27년간 총리였지만, 마오 주석에게 보고할 땐 침상 옆에 꿇어앉아야 했고, 주석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아 방광암 수술을 2년간이나 미루어야 했습니다. 그는 “다 죽어가는 나 따위는 돌보지 말고 다른 아픈 동지들을 돌보시오”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인민의 마음속에 영원한 1인자로 다시 태어난 것이지요.

여기 지혜로운 나눗셈이 있습니다. 저는 원체 숫자에 둔감하기 때문에 셈을 잘 할 줄 모릅니다. 옛날에 한 노인이 숨을 거두면서 세 아들에게 유언을 했습니다. “소 17마리가 내 전 재산인데, 큰 아들은 그 중 반을, 둘째 아들은 3분의 1을, 막내아들은 9분의 1을 나누어 갖고 잘 키우도록 해라.”

아버지 장례를 끝내고 유산으로 남긴 소 17마리를 아버지의 유언대로 나누려 했습니다. 그런데 유언대로 나누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큰아들의 몫인 절반은 17 ÷ 2 = 8.5로 8마리 반이니 잘 키우라는 소 한 마리를 반으로 잘라 죽여야 했고, 둘째 아들은 17 ÷ 3 =5.666... 마리이며. 셋째 아들은 17 ÷ 9 = 1.888... 마리였습니다.

계산 자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세 아들은 마을에서 가장 지혜롭고 어진 어른을 찾아가 도움을 청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인자(仁者)의 해결책이 아주 멋집니다. 자신의 소 한 마리를 더 보태어 소 18마리를 아버지의 유언대로 소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큰 아들 몫은 절반이니 18마리 중 소 9마리를, 둘째 아들은 3분의 1인(18 ÷ 3) 소 6마리를 갖고, 막내아들은 9분의 1인(18 ÷ 9) 소 2마리를 갖도록, 이렇게 유언대로 나누어 (9 + 6 + 2 =17 ) 주었는데, 오히려 한 마리가 남은 것이지요. “이제 남은 1마리는 원래 주인인 내가 도로 가져가겠네.”

인자(仁者)의 해결법에 세 아들은 무릎을 쳤습니다. 아버지의 유언을 지켰고, 아버지가 유언한 자기 몫보다 더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인자(仁者)께서 소 한 마리를 보태어 유언보다 더 많이 나누어 주고도 인자(仁者)는 다시 한 마리를 되찾아간 이 놀라운 산술 법은 나눌 줄 모르는 현대인들의 산술 법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이 아닌가요?

지금은 북한에서 탈북민의 ‘삐라’ 살포를 빌미로 우리를 심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을 실천하는 것과 인의 지도자일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인자는 무적입니다. 그런 지도자는 아마도 이 사회에 ‘맑고 밝고 훈훈한 덕화만발의 세상’을 만들어가며 인(仁)을 실천하는 덕화만발의 가족이 되면 안 될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6월 1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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