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다시 만날 수 있나…
북 "힘 키운다"며 핵개발 의지 시사했지만, 협상 여지도 남겨
미 "유연한 접근" 밝혔지만, 대선 등 고려해 상황관리 주력할듯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북한이 '미국의 위협에 맞서 힘을 키우겠다'고 선언한 반면, 미국은 '유연한 접근'을 강조하면서 사뭇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북한이 아예 협상의 여지를 차단한 것은 아니지만 핵 개발을 계속하겠다는데 방점을 찍고, 미국도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한과 협상보다는 상황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양측이 당분간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 리선권 외무상은 이날 담화에서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다'며 실망감을 드러낸 뒤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 전략적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달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4차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천명했음을 상기했다.

북미정상회담에도 미국과 관계 개선에 성과가 없으니 미국에 맞설 핵무력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과 같은 고강도 도발이 수반된다면 북미관계는 싱가포르 합의 이전은 물론이고 2017년과 같은 일촉즉발의 험악한 분위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도 섣부른 도발보다는 미국 대선 상황을 주시하며 당분간은 대미 전략을 가다듬는 데 집중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리선권 외무상도 담화에서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가 "싱가포르(북미정상회담 장소)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라고 한 대목은 현재로선 '미국과 손을 잡고 있으며 싱가포르 합의도 유효하다'라고 해석될 수 있다.

또 리 외무상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대가가 있으면 협상이 가능하다'고 생각될 여지가 있다.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 리 외무상 담화가 실리지 않은 것도 이후 상황에 따라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려는 판단에서일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의 문은 닫지 않고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도 "북한이 미국과 협상의 여지는 남겨 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미국이 기본적인 적대적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한 지 12일이면 2년이 된다.그러나 당시 전 세계의 관심 속에서 두 정상이 약속했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양국관계 개선은 요원하고, 북미 간 대화는 작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동력이 실종되면서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한 지 12일이면 2년이 된다.그러나 당시 전 세계의 관심 속에서 두 정상이 약속했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양국관계 개선은 요원하고, 북미 간 대화는 작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동력이 실종되면서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도 11일(현지시간) 북한과 협상에서 '유연한 접근법을 취하겠다'는 그동안의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당장 협상에 돌파구를 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준비는 물론 흑인 사망 항의 시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성과가 담보되지 않은 북한과 협상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미 간 협상은 미 대선 이후에나 재개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북미가 싱가포르 합의를 구체화할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북한이 아직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을 조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이 잘 풀린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3차 정상회담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외교전략과 라인업이 새로 갖춰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 민주당 정권이 전통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 등에 엄격하다는 점에서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 가늠하기는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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