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는 농경이 아닌 건강한 여름나기 기원의 명절
대표음식은 수리취떡이 아닌 쑥떡

조선회화 신윤복의 5월 단오 그림/ⓒ네이버 이미지 캡쳐
조선회화 신윤복의 5월 단오 그림/ⓒ네이버 이미지 캡쳐

[뉴스프리존,전남=이병석 기자] 오는 25일은 음력 5월5일의 단오다. 단오는 현대에 들어 그 풍속이 많이 사라졌지만 <동국세시기>에서 살필 수 있듯, 19세기 중엽까지도 설날, 추석 등과 함께 4대 절사(節祀)에 포함되는 한민족의 대표 명절이었다.

얼마 전까지도 많은 한국인들은 이날 그네를 뛰고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며, 또한 음식으로는 ‘수리취떡’을 만들어 먹고 이날을 지냈다.

한민족이 단오를 언제부터 기념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2~3세기 무렵의 중국 역사서인 <삼국지>와 <후한서> 등에 마한의 ‘5월제’ 풍속이 등장하는 것으로 봐 단오는 농사의 파종을 마친 다음 이를 축하하는 풍속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단오의 2가지 사실이다. 단오의 대표음식은 ‘수리취떡’이고 단오는 농경관련 풍속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는 이 같은 일반적 상식에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전남대 문화유산연구소 김용갑 연구원(문화재학 박사)가 발표한 논문, 「단오의 대표음식으로서 쑥떡의 발달 배경과 단오의 성격」(『아세아연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60권3호, 2018)은 단오의 대표 음식은 쑥떡이며 단오는 농경 관련 명절이 아님을 규명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먼저 한국 단오의 탄생과 관련해 단오는 농경의례로써 마한의 유풍인 5월제를 바탕으로 중국 단오의 날짜(음력 5월5일)와 제사의례 및 벽사 풍속을 취하고, 신라와 가야의 고대 제사행사 등이 결합돼 명절로 자리 잡았다고 보았다.

즉, 한민족 고유의 농경풍속에 5월5일이라는 기념 시기를 위주로 하는 중국의 단오 풍속이 결합돼 한국의 단오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단옷날은 한반도에서 재배되는 곡식들의 경작시기와 맞지 않았다. 당시의 주요 곡물인 조, 기장, 보리와 같은 5곡의 경우 보리를 제외하고는 6월 중·하순에 파종돼 10월 상순에서 중순에 수확되기 때문이다.

이는 음력 5월5일의 단오가 농경관련 명절로 기념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단오날 무렵은 대부분 농가가 보리 베기나 모내기로 한창 바쁜 농사철을 보낸다.

이 때문에 단오의 시작은 파종 후의 축하 일인 ‘5월제’에서 유래했지만 점차 벽사와 무병장수 성격의 명절로 축소되고, 농경의 산물인 절식 또한 크게 발달하지 못해 현재와 같은 명절 쇠퇴로 이어지는 주요한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오는 농경 관련보다는 건강한 여름을 보내려는 기원과 준비의 성격이 강한 명절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는 단옷날 액운을 떨치고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 한해 모기에 물리지 말라는 뜻으로 그네를 뛰는 것에서 나타난다. 또한 이날 양기가 가장 강한 쑥을 뜯어 1년의 약용 재료를 마련한 것에서 뒷받침 된다.

다음으로 단오의 대표 음식과 관련, 김 연구원은 수리취떡의 ‘수리취’는 ‘단오날의 푸른 쑥(戌衣翠艾)’이라는 어휘에서 비롯된 말로 식물의 명칭인 수리취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한다.

즉, 푸른색의 한자 ‘취(翠)’가 산나물인 ‘취’와 동음인데서 비롯된 와전이라는 것이다. 또한 수리취(곰취)는 해발 1천 미터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만 자생하는 식물로 한반도 중부 이남의 대다수 지역에서 구하기조차 어려운 음식 재료이며, 수리취나 취로 떡을 빚는 지역은 강원, 경기, 경북, 충북 등의 산간지방에 국한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쑥떡은 남한의 대부분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출현하며, 단오에 빚어지는 떡 10개중 4개가 쑥떡일 정도로 출현빈도도 높다고 밝혔다.

5월 단오날에 약용으로 먹었던 쑥떡/ⓒ네이버 이미지 캡쳐
5월 단오날에 약용으로 먹었던 쑥떡/ⓒ네이버 이미지 캡쳐

따라서 쑥을 재료로 해 빚는 쑥떡이 단오의 대표음식이며, 쑥떡은 그 명칭의 전통성이나 역사성, 그리고 한민족이 가장 널리 빚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쑥떡의 역사가 기록상 발해민의 음식 풍속이 나타나는 <거란국지>에 등장할 정도로 1천년의 역사를 지닌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쑥떡이 단오를 대표하는 떡으로 발달한 것은, 발해민의 단옷날 쑥떡 만드는 전통과 함께 쑥을 약용은 물론, 벽사와 제액 초복적 성격을 띤 음식으로 여기는 전통, 수도작의 전래와 멥쌀의 식감을 좋아하는 한민족의 메성 선호전통, 그리고 쌀의 증산과 자급에 따른 떡 재료인 쌀의 여유, 명절 떡을 널리 알린 대중매체의 확산 등이 중요한 배경이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한국명절의 절식과 의례>(어문학사), <추석의 대표음식으로서 송편의 발달배경>(서울대) 등과 같은 한민족의 전통문화를 천착하는 연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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