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경제위기 속 내부결속'.. 돌아갈 다리는 불태우지 않은 다급한 북한의 메시지"
정세현 "참모가 행동하지 않으니 북측 불신.. 개성공단의 완전 철폐 쉽지 않다”
전우용 "이정제동(以靜制動). 고요함으로 움직임을 제어한다"
진혜원 "북한, 누군가가 좀 이해해 주고 도와주면 좋겠다는 소망"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철거와 군사행동을 예고하는 담화를 발표한 3일만인 16일 오후 기어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사진: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소 건물을 폭파한 지 하루 만인 17일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사진: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소 건물을 폭파한 지 하루 만인 17일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대북전문가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17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번 폭파는 “대남압박으로 미국으로 가는 수순일 것”이라며 "'경제위기 속 내부결속'으로 사전 예고된 실행에서 선을 넘지 않은 것으로 돌아갈 다리는 불태우지 않은 다급한 북한의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정 부의장은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원인으로 대통령 참모들이 행동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통령은 생각하고 참모들은 행동해야 한다”라면서 “대통령은 움직이는데 참모가 움직이지 않으니 북한이 ‘문재인도 믿을 수 있나’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부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여러 대북 메시지에 참모들이 행동으로 옮겨줘야 한다”라며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믿음이 강했다”라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문 대통령의 여러 대북 메시지를 참모들이 행동으로 옮겨줘야 했다. 대통령은 움직이는데 참모들이 안 움직이니까 ‘문재인이라는 사람까지도 믿을 수 있느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년 1월 2일 문 대통령이 신년 하례회에서 ‘남북관계 운신의 폭을 넓혀가면서 잘해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라면서 “‘운신의 폭’은 미국이 남북 협력 사업에 제동 걸었다는 이야기를 뒤집어서 한 것이다. (북한은) 대통령이 그 정도 이야기하면 참모들이 미국으로 갈 줄 알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참모들이 미국에 건너가서 이야기하고, 정치권을 상대로 이야기하는 장면을 봤으면 북한이 기대를 가졌을 텐데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라면서 “코로나19 상황에도 사람은 움직일 수 있는데 그걸 안 해줘 섭섭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는데 움직이지 않으니 ‘우리가 (상황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생각하고 참모들은 행동해야 하는데, 대통령은 행동하고 참모들은 생각만 하고 있다. 거꾸로 됐다”고 지적했다.

정 부의장은 개성공단이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개성공단의 완전한 철폐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라면서 “개성공단은 아버지(김정일)가 한 것이다. 유훈에 가까운 일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군부대가 개성공단에 진주하지만 땅이 넓다”면서 “2천만 평 중 공장 공간은 40만 평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벌판이고 얼마든지 군대가 주둔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도 비슷한 맥락으로 16일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했다. 그는 "지난겨울 김정은이 ‘백마’ 탄 모습을 공개했을 때,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라며 "통치자가 갑작스레 신화와 전설을 동원하는 건, 그의 권위가 흔들린다는 증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 교수는 "그동안 남한 언론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북한에 끌려다닌다”고 주장했지만, 북한 권력 집단은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이후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고 느꼈을 거"라고 했다.

이어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을 중단했고, 문 대통령에게 능라도 경기장에서 연설할 기회를 주었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판문점에서 악수하는 장면까지 연출했지만, 북한이 얻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라며 "북한 정치세력 내부에서, 특히 군부에서 '남측이 요구하는 대로 끌려다녔지만 우리가 얻은 건 뭐냐?'라는 불만이 나오리란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통치자에게나 군부의 불만을 사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북한처럼 공공연히 ‘선군정치(先軍政治)’를 표방하는 곳에서는 그 위험성이 더 크다. 신무기 개발은 군부의 핵심 이권이다. 북한 같은 체제에서 군의 이익 실현 욕구를 장기간 억압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김여정이 '향후 대남 관계는 군에게 맡기겠다'고 한 것도, 더 이상 군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비명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대북 전단 살포는 울고 싶을 때 뺨 찌르는 정도의 행위였다"라고 했다.

전 교수는 "오늘 북한 측이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라며 "어쩌면 조만간 북한군이 개성공단 남쪽으로 전진 배치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한국 언론들은 ‘대북 정책 총체적 파탄’ 운운하며 강경책으로 전환하라고 선동할 게 불 보듯 뻔하다"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 북한이 보이는 '이상 반응'은 지난 몇 년간 북한에 결코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은 남북관계의 결과일 수 있다"라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가급적 ‘변수’를 줄여야 한다"라고 경고 했다.

더불어 "지금 북한에서 일어나는 ‘모종의 변화’에 즉각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건 상황 관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며 "지금 시민들이 할 일은, 남쪽에서까지 ‘변수’를 만들려는 선동에 현혹되지 않는 거라고 본다"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훌륭한 남북관계 전문가가 많은데, 문외한 주제에 이런 글을 올리자니 매우 민망하다"라며 "하지만 언론매체들이 '문 정부가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다'는 생각을 퍼뜨리고 남북관계를 파탄내려 발분하는 상황에서는, 그들과 다르게 생각할 거리 하나 정도 추가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라고 끝맺었다.

전 교수는 남북의 위기고조 상황에서 경거망동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또다시 SNS에서 "이정제동(以靜制動). 고요함으로 움직임을 제어한다"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물속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물고기가 사람을 잡는 게 아니다"라며 "작살 들고 꼼짝 않고 서서 물고기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사람이 물고기를 잡는다. 물고기 따라 텀벙텀벙 뛰어다니다간, 오히려 엎어져 낭패 당하기 쉽다"라고 살얼음판 남북관계를 진단했다.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는 남북 교착의 인과 관계가 최우선 경제에 있다는 취지로 북한의 경제상황이 최악 임을 알렸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북한의 대중교역량을 보니 1, 2월 수출이 1천만 불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고 수입량은 2억 불을 넘지 못한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북한은 현재 중국에게 거의 모든 교역을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정말로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라며 "4, 5월 통계가 나오지 않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완벽하게 북중 국경이 통제 되었기 때문에 1, 2월에 비해서도 엄청나게 많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당연히 북한 내부 생산성은 많이 떨어졌을 것이기 때문에 현재 북한의 상황은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대 이상의 고통을 받고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당연히 북한 내에서도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아마 김정은은 내부 통제가 힘든 지경까지 갔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백성을 굶기면 통치가 불가능하고 민란이 발생한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북한이 그 직전까지 왔다고 본다"라며 "김여정이 이렇게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할 정도로 북한 내부 강경파(군)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까지 간 것이다. 둘째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살려달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눈치 그만 보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신을 살려달라는 메시지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진: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하루 만인 17일 오전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담화를 내놨다.
사진: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하루 만인 17일 오전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담화를 내놨다.

그러면서 "해방 직후의 역사와 현재가 동일한 부분은 주변국들의 남북평화의 견제, 한국내 친일의 후예들은 여전히 남북의 긴장관계를 통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행동하는 부분, 서북청년단과 같은 하수인(탈북단체)들의 과격한 행동들...."이라며 남북관계의 훼방세력을 짚었다. 

아울러 "그때와 다른 부분은 대한민국의 지도자와 정치적 상황 그리고 북한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라며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나쁜 역사가 반복될 것인지 혹은 그것을 교훈 삼아 잘 극복하고 이겨낼 것인지는 결국 국민들에게 달려있다는 점"이라고 관측했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는 남북간의 평화보다 긴장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무리들의 거짓선동에 속지 말고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는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북한이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아마 다친 분은 없는 것 같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진 검사는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캔터빌의 유령'이라는 작품속 인물인 300년 전에 사망했지만 그만 실수로 영혼만 지상에 남아 고통스럽게 떠도는 사이먼경의 처지에 빗대 지금 북한의 돌발행동은 완전 고립무원한 상태에서 구조를 바라는 액션이라고 내다 봤다.

진 검사는 "북한은 우리 나라가 이미 일제에 병합된 이후인 1930년대 만주에서 벌어진 중일전쟁 시대에 무장 항일 투쟁에 참가해 큰 공적을 쌓은 김일성이 국부인 국가일 뿐만 아니라 수 양제와 당 태종의 침략을 전면 방어해 냈고, 당-라 연합군에 의해 평양성이 함락된지 10년만에 고구려의 구장(舊將)이던 대조영에 의해 다시 부활하기도 한, 전투적이고 강인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한민족의 역사를 짚었다.

그러면서 "그런 북한이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는 것을 보니, 대놓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누군가가 좀 이해해 주고 도와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는 유령 사이먼경의 안타까운 처지가 연상된다"라고 동질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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