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2014년 대검 정책기획과장이었던 한동훈 '언행에 유의하라고 지시했을 뿐'.. 거짓 해명 피해"
한동훈 '사전 계획에 넘어간 이동재가 내 이름 도용'.. "저는 피해자"
임은정 "세월호 때 글 게시.. 한동훈 거짓 해명으로 6년 전 징계받았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17일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가 '자신이 도리어 피해자'라며 억울하다는 주장에 "검사니까 거짓말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과거 대검 정책기획과장이었던 한 차장검사의 행적을 짚었다.

앞서 한동훈 차장검사는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6일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자신의 휴대폰을 압수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다음날 즉각 입장문을 통해 자신을 향한 의혹을 부인하며 허위사실 유포 행위 등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한 차장검사는 “저는 피해자”라며 “언론 보도 내용, 녹취록 전문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있지도 않은 ‘여야 5명 로비 장부’를 미끼로 저를 끌어들이려는 사전 계획에 넘어간 기자(이동재)가 제 이름을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억울하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동훈 차장검사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임은정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6년 전 세월호 수사 당시 검찰 게시판에 글을 올려 자신이 징계를 받았던 일 등 검찰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공개했다.

임 부장검사는 "한동훈 검사장의 <채널A 기자 관련 수사에 대한 입장> 글을 읽으니 2014년 대검 정책기획과의 해명글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한다"라며 6년 전 한 차장검사의 거짓 해명으로 피해를 본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 검사장의 말이 진실일지, 거짓일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검사니까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동료로서 바라 마지않는다"라고 당부했다.

임 부장검사는 "2014년 7월22일 변사한 성명불상의 노숙자가 유병언으로 밝혀진 후 검찰 수뇌부가 변사체 검시를 소홀히 한 순천지청 검사 등을 감찰에 회부하자, 검사게시판에 비판글이 올라왔다가 몇 시간 만에 사라졌다"라고 기억을 돌이켰다.

그러면서 "2014년 7월24일 당시 대검 정책기획과장이었던 한동훈 차장검사가 전국청에 '검사게시판에 글 쓰지 말라'는 취지의 업무연락을 돌렸다"라며 "그 즉시 제가 소속됐던 창원지검을 비롯한 전국 각청은 부회의를 하기도 하고, 쪽지를 돌려서 '검사게시판에 글 쓰지 말라'는 지시를 전파했다"라고 했다.

이어 "저 역시 총무과장의 쪽지를 받았고, 부장이 같은 취지의 대검 지시를 전달했다"라며 "힘겨운 난관에 부딪히면 널리 의견을 구하고 지혜를 모아야 함에도, 자유민주주의체제하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지시를 전달받고, 순간 격분해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지시를 합니까?'라고 항의했다"라고 반추했다.

임 부장검사는 "며칠 참다가 8월1일 금요일 업무시간 종료 후 검사 게시판에 '위기에 처하여 널리 의견을 구한 사례는 숱하게 보았어도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것은 세월호 외에는 본 적이 없습니다. 여기가 세월호입니까?'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휴가를 떠났다"라고 밝혔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찰 고위 인사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3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들어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5.31 사진/연합뉴스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찰 고위 인사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3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들어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5.31 사진/연합뉴스

또 "총장님(김진태)은 취임사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여 타당한 결론을 찾아가는 성숙한 모습'을 강조하셨고, 소통과 실질을 중시하는 근무환경 조성을 위한 공감메신저 대검 기획안에는 온라인 토론문화 활성화가 총장님의 핵심 추진과제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공염불에 불과한 것인가요?"라고 했다.

더불어 "메아리조차 죽은 산에는 새가 깃들 수 없다"라며 "건전한 토론과 소통으로 마음의 벽을 녹이고 하나로 힘을 모으는 단결된 검찰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검사 게시판에 적었다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8월 4일 월요일 대검 정책기획과는 '언행에 유의하라고 지시했을 뿐 글 쓰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라며 "검사게시판 글 게시가 제 징계사유 중 하나인 터라 정책기획과의 해명글을 제 징계취소소송에 활용하면서도, 해명글이 하도 궁색하고 볼품없어 혀를 찼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들이 거짓말하는 모습을 우리 모두 종종 봐왔다. 참 부끄럽다"라고 덧붙였다. 임 부장검사의 '참 부끄럽다' 발언은 지금 한동훈 차장검사에 대해 나오고 있는 여러 정황 증거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채널A 기자에게만 몰아가며 '자신이 피해자'라는 한 차장검사의 말을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다.

한편 지난 15일 MBC는 "검찰이 통신사 압수수색 등을 통해 지난 2월과 3월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최소 다섯 차례 이상 통화한 내역과 일시 등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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