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 사사건건 발목잡는 '한미워킹그룹' 해체 목소리 커져
170여 시민단체 "미국 눈치 그만 보고 '한미워킹그룹' 해체하고 남북합의 무조건 실천하라"

정세현 “김연철 통일부 장관, 한미워킹그룹 장벽 넘지 못한 고충 있었을 것”
정동영 "(美) 결재 받는 구조의 한미워킹그룹.. 남북관계 패착”

[뉴스프리존=이명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지난 2018년 11월 20일 출범한 '한미워킹그룹'을 두고 사사건건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보고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권과 민간시민단체 등에서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한미워킹그룹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일뉴스
여권과 민간시민단체 등에서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한미워킹그룹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일뉴스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최근 고조된 남북 긴장이 한미워킹그룹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여권에서는 특히 관계 악화 주범으로 한미워킹그룹을 지목하고 해체론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이 협의체가 ‘한반도 문제 미국 결정자론’으로 몰고 간다는 취지다.

18일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를 비롯한 170여 개 시민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워킹그룹 해체하고 미국 눈치 그만 보고 남북합의를 무조건 실천하라'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한미워킹그룹은 우리 정부를 향해 북한이 “사대주의”라고 지목하는 부분이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우리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미국이 반대할 때마다 합의를 어겼고 그 결과 판문점 선언 이행률이 0%에 가깝다"라며 "남북관계 파탄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한미워킹그룹을 즉각 해체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 등, 남북합의 실천에 즉각 나서라"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역시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미워킹그룹이라는 새로운 옥상옥을 만들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놨다”라며 "UN 대북제재위원회에서조차 허용된 것도 한미워킹그룹이 와서 막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바 있다.

홍 의원은 "(남북문제는) 대화로 풀 수밖에 없다. 말만 중요한 게 아니라 작은 것 하나라도 결과는 만들어내야 한다”라며 “UN대북제재위원회에서 통과할 수 있는 내용조차도 워킹그룹에 막혀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옥상옥으로 돼 있는 워킹그룹 구조를 이제는 정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며 불필요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의 한미워킹그룹 제안을 덥석 받은 것이 패착”이라며 “미국하고 마주 앉은 한미워킹그룹에서 사실상은 (미국의) 결재 받는 구조가 돼버렸다. 그 틀 속에 남북관계가 제약이 된 게 패착”이라고 주장했다.

박범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특별히 한미워킹그룹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분명히 짚어야 한다”라며 "철저한 상황관리와 위기대응 매뉴얼도 점검하면서 절대로 대화여지를 포기하면 안 된다”라면서, 대북 접근 방식의 총체적인 재점검 필요성을 외쳤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이날 열린 ‘2020년 한반도 신경제포럼’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전날 남북관계 악화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물밑에서는 노력을 했지만 한미워킹그룹의 장벽을 넘지 못한 고충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사건건 벽에 부딪히니까 좌절감을 많이 느낀 것 같다”라고 짚었다.

한미워킹그룹은 2018년 한미 간 비핵화와 대북제재, 남북협력 등을 수시로 조율하는 협의체로 출범했다. 한국 측에서는 이도훈 한번도평화교섭본부장을 주축으로 한 외교부와 청와대, 통일부에 사안에 따라 국방부ㆍ국가정보원이 참여하고, 미국 측에서는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주축인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참여한다.

여권이 짚는 문제는 한미워킹그룹이 한미 공조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미국이 남북 교류ㆍ협력 속도를 대북 제재 이행과 북한 비핵화에 맞추기를 원하면서 한국이 남북관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환경이라는 시각이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이 문제를 연일 제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워킹그룹이 본연의 취지와 다르게 왜곡되게 나타나고 있다”라며 “남북관계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일각에서 비판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대북 특사 경험이 있다.

2019년 5월 10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워킹그룹 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5월 10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워킹그룹 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워킹그룹 때문에 개성공단 좌초위기

"개성공단을 하면서 우리나라가 미국에 이렇게까지 예속된 줄을 알았습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 구성된 '개성공단비상대책위원회' 정기섭 위원장이 북한의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17일 긴급기자회견을 가진 뒤 한 말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근본원인은 '미국'에게 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재작년 10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공단을 방문하는 것을 북한과 합의까지 했는데 갑자기 11월 한미워킹그룹이 생기면서 일이 모두 틀어지고 말았다."라고 속상한 마음을 털어놨다.

정 위원장의 말대로 한미워킹그룹 구성 이후 남북협력 사업은 줄줄이 퇴짜를 맞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공단 방문을 위한 방북신청도 2019년에는 5번이나 거부당한 뒤 5월에서야 나올 수 있었다. 남북간 철도 도로 연결사업도 미국이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이 문제를 들여다 보면서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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