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이 자칫 장기화할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범여 소속 정당들과 함께 총 18개 가운데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6개 상임위원장을 우선 뽑고 상임위 단독가동에 들어간 이후 나흘이 지났으나, 미래통합당은 '법사위원장 선출 철회'를 요구하며 일체의 협상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깊어지는 코로나 경제난과 중대한 남북관계 위기에 국회의 초당적 뒷받침이 절박한 상황이지만, 여야는 대치 상태에서 좀처럼 접점을 못 찾고 있어 답답하다. 민주당은 19일 본회의에서 나머지 상임위원장들도 선출해 원 구성을 마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었으나, 박병석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다음 주로 연기했다. "야당의 원내 지도부 공백 등을 감안했다"고 말했지만, 사의 표명 후 칩거 중인 주호영 원내대표와 통합당에 좀 더 생각할 시간을 주자는 뜻일 게다. 격앙된 통합당의 마음을 달래고 가급적 자극은 삼가겠다는 것으로, 일단 파국은 비켜간 적절한 결정이다.'

통합당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강경이다. 17대부터 20대 국회까지 법사위원장은 원내 제2당의 몫이었던 만큼, 21대 국회에서도 반드시 관행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여당의 일방적 선출 행위를 인정할 수 없고, 지금이라도 법사위원장 선출을 철회하고 자신들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 말고는 원 구성 협상에 복귀하는 다른 길은 없다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국회가 제1 야당의 불참 속에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것을 두고, '거대 여당의 폭주'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꽤 있다. 그러나 경위야 어떻든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선출 행위인 만큼 이를 철회할 수는 없다는 점은 통합당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 것이다. 통합당으로선 그동안 나름대로 자신들의 입장을 제법 알렸다고 본다. 비현실적인 요구를 거둬들이고, 이제라도 원 구성 협상 테이블로 나오길 촉구한다.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때다.'

허송세월해선 안 되는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당장 시급한 것은 35조3천억원 규모의 제3차 추가경정예산을 이달 안에 심의, 처리하는 일이다. 여기에 담긴 대부분의 사업은 각기 수요자들이 정해져 있고, 이들은 추경 자금 지급을 절박하게 기다리는 상황이다. 민생 현장 등에 투입될 실탄 규모는 전체의 75%인 26조원 정도로, 정부는 추경안 확정 후 3개월 이내에 집행할 계획을 잡고 있다. 기간이 정해져 있어 분초를 다투는 사안이다. 오죽하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국회 심의가 아직 착수조차 되지 않아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고 했겠는가. 중대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 상황도 국회의 초당적 지원을 기다리는 다급한 현안이다. 다른 상임위는 몰라도, 야당 몫 국회부의장과 정보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만이라도 협의해 선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긴급 현안들에 한해 '원포인트' 형식으로라도 말이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협상장에 복귀할만한 명분 제공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지난번 제안한 대로 예결위원장과 정무위원장, 국토교통위원장 등 7개 '노른자위'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한편으로, 국회의장과 여당 몫 부의장,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에 대한 단독 선출 강행과 관련해 정식으로 유감을 표명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만하다. 통합당도 국회가 파행을 넘어 파국을 맞이하든 말든 '될 대로 돼라'는 식의 행동은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닌 만큼, 조속한 시일 안에 국민의 시선만을 의식하면서 '조건 없이' 원 구성 협상에 복귀하면 어떨지 싶다. 민주당의 태도 여하와 무관하게 말이다. 현실성이 전혀 없는 '법사위원장 선출 철회'를 고집하며 마냥 시간을 보내는 것은 통합당에도 도움이 안 된다. 여당의 법사위원장 선출 강행과 관련한 지난 17일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여론이 통합당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통합당이 힘들겠지만 현명한 결정을 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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