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의 몸 위로 크고 작은 인형들이 산을 이루고, 사람들도 함께 쌓여진다. 사람이 만든 생명체가 없는 인형과 유전자조작으로 태어난 생명체에 우린 어떤 차이를 부여할 수 있을까? /ⓒAejin Kwoun
'오렌지'의 몸 위로 크고 작은 인형들이 산을 이루고, 사람들도 함께 쌓여진다. 사람이 만든 생명체가 없는 인형과 유전자조작으로 태어난 생명체에 우린 어떤 차이를 부여할 수 있을까?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비일상적인 언어와 ‘만화적 미장센’으로 기상천외하면서도 사랑스럽게 그려낸 조금 특수한 가족 이야기, 연극 “팜 FARM”이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사랑스럽거나 씁쓸할 수 있는 인간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안겨주며 아쉬운 막을 내렸다.

공연사진 | '오렌지'는 일반인보다 성장 속도가 월등히 빠르고 성욕이 없지만, 최강의 신체능력을 가졌다. /ⓒ옥상훈(제공=프로젝트 내친김에)
공연사진 | '오렌지'는 일반인보다 성장 속도가 월등히 빠르고 성욕이 없지만, 최강의 신체능력을 가졌다. /ⓒ옥상훈(제공=프로젝트 내친김에)

유전자 재조합으로 태어나 평생 남을 위한 땅(farm) 역할을 해오다 외롭게 죽어가는 한 아이의 이야기이다. SF적 상상 속에나 등장할 법한 우스꽝스러운 인물들과 엉뚱한 순간들이 어지럽게 펼쳐지는 동안 아이는 외롭게 소외된 채 늙어가고 마침내 죽음을 통해 평안을 찾는다.

공연사진 /ⓒ옥상훈(제공=프로젝트 내친김에)
공연사진 | 엄마와 아빠의 거리 만큼 그들이 '오렌지'를 생각하는 거리도 그만큼 멀다. 그와 친하게 지내려는 매장매니저는 성욕이 강하다. 강한 성욕은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남기고 싶어서일까, 그저 욕구인걸까? /ⓒ옥상훈(제공=프로젝트 내친김에)

2019년 10월 ‘FESTIVAL/TOKYO 19’의 메인프로그램으로 도쿄에서 초연, 2020년 6월 한국에서 초연을 진행한 작품 “팜”은 일본의 극작가 마츠이 슈와 한국의 연출가 김정의 협업으로 묘하게 어긋난 관계를 일상의 언어로 위트 있게, 때로는 엉뚱하게 심지어는 변태적인 마츠이 슈의 세계가 강렬한 몸의 언어를 탐구하여 거침없이 무대 위에 풀어내는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만화 같은 색채의 강렬한 신체 언어로 무대 위에 재탄생되었다.

공연사진 | 자신이 사랑하던 강아지의 눈을 '오렌지'의 배에서 키우고 있는 그녀는...무엇을 갈구하는 것일까? /ⓒ옥상훈(제공=프로젝트 내친김에)
공연사진 | 자신이 사랑하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그 강아지의 눈을 '오렌지'의 배에서 키우고 있는 그녀는...무엇을 갈구하는 것일까? /ⓒ옥상훈(제공=프로젝트 내친김에)

작품 속 디자이너 베이비 ‘오렌지’는 부부의 체세포를 배양해 태어난 유전자조작 아기이다. 보통 유전자조작 과정에서는 우성의 유전자만을 인위적으로 잘라내고 붙여내며 재조합하여 만들기에, 이 아이는 면역계가 남달라 타인 뿐 아니라 다른 동물의 장기를 이식해도 잘 자란다. 그래서 누군가의 장기를 자기 몸에 심어 대신 키워주기 까지 하는 '오렌지'같은 이들을 ‘팜 FARM’이라 명명한다.

공연사진 /ⓒ옥상훈(제공=프로젝트 내친김에)
공연사진 | 자연과 더불어 살던 히피나 인디언을 떠오르게 하던 그(그녀)는 인간의 물질적이고 물리적인 성장이 아닌 맘적이고 영적인 성장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옥상훈(제공=프로젝트 내친김에)

면역반응이나 유전자가위, 돌연변이 등 유전학 관련 내용은 가상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무대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암세포마저 빠르게 키워내는 ‘오렌지’는 그가 절대로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초의 공상과학 소설 속 내용의 많은 부분이 현재 이뤄진 것들을 보더라도, 실제 과학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도달해 있는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을 찬찬히 보다 보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공연사진 /ⓒ옥상훈(제공=프로젝트 내친김에)
공연사진 | 배아파 낳은 자식이기에 '모성애'는 당연하다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유전자조작 아기에게 '모성애'는 어떠한 의미일까? /ⓒ옥상훈(제공=프로젝트 내친김에)

인간의 체세포를 배양해 키워내는 것과 자궁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명체를 키워내는 것, 이 두가지 경우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똑같은 것일까? 암이 재발한 ‘오렌지’와 제대로 크지 못한 ‘오렌지’의 동생 격 존재는 아픈 열성 존재라고, 그들의 삶이 무가치하다고 단정 지음은 인간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들과 어떤 차이가 있다 할 수 있을까? ‘눈’이나 ‘뇌’라도 남겨놓으면 살아있음이 이어지는 것일까, 남겨진 자들의 아집일까?

커튼콜 사진_배우 박종태, 이경우, 남미정,  /ⓒAejin Kwoun
커튼콜 사진_배우 이경우, 최희진, 박종태, 남미정, 권정훈, 임영준 /ⓒAejin Kwoun

유전자 뿐 아니라 인간의 뇌에 대하여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여기지만, 사실 많은 부분에서 불확실한 부분들이 더 많다. 그리고 어떤 발전은 반드시 어떤 폐해를 가져온다는 것을, 우리는 바이러스로 인한 펜데믹을 통해 아프게 배우고 있다. 그러한 지금 우리 인간은 자연의 섭리에서 너무 동떨어져 이기적인 욕심에 짓눌리지 않고 자연계 모두와 함께 살아가야 할 것 같다. 

배우들이 경쾌한 춤과 인사를 마친 후 무대를 퇴장하면, 인형들만 무대 위에 남겨진다. 시계바늘이 없는 거꾸로 된 시계, 색색깔의 풍선과 함께 /ⓒAejin Kwoun
배우들이 경쾌한 춤과 인사를 마친 후 무대를 퇴장하면, 인형들만 무대 위에 남겨진다. 시계바늘이 없는 거꾸로 된 시계, 색색깔의 풍선과 함께 /ⓒAejin Kw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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