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녹음' 결정적 증거라는데 조선일보 "한동훈, 유시민 관심없다" 대검 "범죄 안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혐의 확보했다'는 녹음에 대검 형사부 "뭐가 잘못이라는 건지"

'검언유착' 상반된 서울중앙지검-대검 갈등
윤석열 2월13일 부산 순시한 날
한동훈 방 대화, 채널A 기자 녹음
신라젠 수사 관련 내용 담겨 있어
한동훈 피의자 전환된 4일부터
윤석열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 지휘 일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이동재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사건을 두고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대검에 심은 자신의 지지기반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선일보가 '한동훈 구하기'에 발을 벗은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겠냐는 우려가 있었다. 앞서 지난 3월 31일 MBC 보도로 의혹이 제기된 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진상조사에 착수하려 했지만,  윤 총장은 이를 제지하고 대검 인권부에 조사를 지시할 때부터 불길한 조짐이 있었다.

우선 '조선일보'의 경우는 지난 20일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검언 유착' 의혹의 A 검사장, 알고보니 채널A 기자에 "유시민 의혹 관심없다"]라는 제목으로 한동훈 검사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듯한 제목을 달고 이들을 익명 처리한 채 시종일관 채널A 이동재 기자와 백승우 기자의 일방통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이날 조선일보는 "MBC ‘검·언 유착 의혹’ 보도의 진위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채널A 기자 2명이 지난 2월 모 지방고검에 근무 중인 A 검사장을 찾아갔던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라며 "검찰은 특히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채널A 기자 중 한 명이 녹음한 녹취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녹취파일 내용에 대한 본지의 법조계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채널A 기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與圈) 인사들에 대한 신라젠의 로비 의혹’을 여러 번 언급했으나, A 검사장은 “(유시민 의혹에) 관심 없다. 신라젠 사건은 (로비 의혹 사건이 아니라) 다중 피해가 발생한 ‘서민·민생 금융범죄’”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했다.

또 조선일보는 익명의 법조계를 거론하고는 "법조계에서는 이날 대화는 MBC가 보도한 검언유착 ‘공모’의 근거로 보기 어렵거나 오히려 반대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라며 "채널A 기자가 여러 차례 ‘신라젠 정치권 로비 의혹’을 묻지만, A 검사장은 '서민 금융범죄'라고 의견을 제시했고, 이 사건 핵심인 이철 씨 상대 취재에 대해서도 논의한 정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라면서 상대의 의중까지 친절히 설명해 주고 있다.

더불어 조선일보는 "이 기자의 변호인도 앞서 '이 기자의 취재 욕심이 과했고, 검찰과의 유착은 없었다'며 '법리적으로 강요미수죄가 성립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라며 "법조계에선 이 기자와 제보자 지 씨 사이 만남이나 오간 대화를 고려하면 강요나 협박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다"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의 이날 기사는 자의적 판단으로 유리한 쪽의 익명을 내세우기까지 한다. 매체는 시종일관 이동재 기자 변호인 측과 법조계라는 막연한 주체로 한동훈 차장 검사의 범죄 혐의없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22일 '한겨레'는 객관적 증거를 내세워 조선일보의 보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을 썼다. '검-언 유착 의혹 수사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며 한동훈의 범죄를 밝히려는 이성윤 서울지검장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과 반대 입장을 내는 윤석열 대검을 의심했다.

매체는 이날 ['윤석열 최측근 녹음' 결정적 증거라는데..대검은 "범죄 안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석열 대검이 검언유착에서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3인 대화 녹음파일이 ‘혐의 입증에 결정적’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채널에이> 기자들과 한동훈 검사장의 대화 녹음파일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쪽에 ‘정치권 로비 명단을 밝히라’고 협박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대검은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여러 차례 수사 보완 지휘를 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같은 내용의 대화 녹음파일을 공유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두 기관 간 판단의 간극이 너무 크다"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에 대한 형사처벌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검찰 내부 갈등 배경은 물론 향후 수사 추이에 더욱 관심이 커지고 있다"라고 했다.

이미지/한겨레
이미지/한겨레

그러면서 "이번 수사의 관건은 이 전 대표 쪽에 정치권 로비 명단을 밝히라고 요구한 채널에이 이아무개 기자가 실제로 한 검사장과 이를 상의했는지를 입증하는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 기자는 이 전 대표 측근에게 '(이철 전 대표 쪽)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한테 알려달라. 수사팀에 그런 입장을 전달해줄 수 있다. 수사를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양쪽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한 검사장과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채널에이 자체 진상조사에서도 이 기자가 후배인 백아무개 기자에게 '수사팀에 얘기해줄 수도 있으니 만나보고 나에게 알려달라. 나를 팔아라'라는 현직 검사장의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라며 "그러나 이는 모두 이 기자의 입에서 나온 전언일 뿐이다. 이 기자는 일찌감치 증거를 인멸한 상태여서 한 검사장이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직접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라고 짚었다.

한겨레는 "수사의 실마리는 의외의 지점에서 풀렸다. 이 기자의 후배인 백 기자의 휴대전화에서 한 검사장과의 통화가 아닌 대면 대화 녹음파일이 발견된 것"이라며 "백 기자는 이 기자의 지시로 신라젠 의혹 수사를 취재하던 중이었고 올해 2월 13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산고·지검 방문 일정에 맞춰 이 기자와 함께 한 검사장을 찾아가 만났고 이때 한 녹음 파일이 수사팀에 압수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신라젠 수사는 물론 법무·검찰 관련한 대화를 나눴고 수사팀은 특히 녹취록과 채널에이 진상보고서에서 전언 형태로 존재했던 내용과 비슷한 한 검사장 발언을 확인했다고 한다"라며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하게 된 이유다. 수사팀은 이를 근거로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6일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도 확보했다"라고 했다.

아울러 "그러나 대검 쪽에서는 3인 대화 녹음파일 내용을 봐도 '뭐가 잘못이라는 건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라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수사 실무를 협의하는 대검 형사부는 수사팀이 이동재 기자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건의를 올린 뒤에도 '범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런 시각차이 때문에 결정적인 상황에서 수사가 지체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총장이 검언유착 사건 수사에 대한 감찰을 제지하고 대검 인권부에 조사를 지시할 때부터 한동훈 차장검사의 감찰을 막으려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고발한 검언유착 의혹과 최경환 전 부총리가 명예훼손 혐의로 MBC를 고발한 사건을 동시에 수사 중인데 채널A만 압수수색하고 MBC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되자 윤석열 총장은 ‘비례와 균형 수사’를 강조하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한겨레는 "윤 총장은 한 검사장의 신분이 피의자로 전환된 지난 4일부터 이 사건 수사 지휘를 대검 부장회의에 일임하고 자신은 형식적으로 최종 결정만 내리겠다고 밝혔다"라며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수사가 지연되면서 검찰 내부에선 여전히 윤 총장과 한 검사장의 ‘특수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매체가 지적한 대로 윤석열 검찰총장은 애초부터 인권과는 상관없는 대검 인권부에 이 조사를 지시했고 검언유착 비리를 제보받아 보도한 MBC의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비례와 균형 수사’를 강조하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공개적으로 질책까지 했다. 또 조선일보는 3인 대화 녹음파일이 드러나 검언유착의 범죄 사실이 뚜렷한데도 한동훈 차장검사가 '서민·민생 금융범죄를 내세우면서 유시민 이사장에 대해 관심없다'는 논조로 포장해 옹호하는 기사를 썼다.

그러나 이들의 옹호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한동훈 차장검사가 연루된 사건으로 시민사회가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 진행 과정은 물론 그 결과에 대해서도 한점 의심을 사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과 국내 최대의 보수 일간지는 '한동훈 구하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로 검찰개혁을 가로막는 이런 행태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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