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첨예한 갈등 양상을 빚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상호 협력을 주문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 회의에서 법무부와 검찰이 추진 중인 '인권수사'를 거론하며 "서로 협력하면서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각 부처 수장이 참석하는 공개석상의 모두발언을 통해 법무부와 검찰을 콕 집어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최근의 갈등 양상을 그만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사안마다 정면으로 충돌하며 위태로운 상황을 연출한 것에 대한 완곡한 질책의 뜻으로도 읽힐 만하다. 이날 회의에서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앉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은 대통령 발언을 듣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을 듯싶다.'

지난 1월 추 장관 취임 직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듯 아슬아슬한 긴장 관계를 이어온 두 사람은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증언 강요' 의혹을 두고 갈등의 골이 더욱더 깊어졌다. 2011년 한 전 총리 재판 때 법정 증인으로 나섰던 최모씨가 지난 4월 법무부에 낸 진정이 윤 총장 지시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됐다. 법무부가 대검 감찰부로 이송한 사건의 배당이 윤 총장 지시로 서울중앙지검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장관은 재배당의 절차상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실상 '감찰 무마 사건'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감찰 사안인데도 마치 인권문제인 것처럼 변질시켜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했다면서 감찰이 필요하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불편한 관계는 채널A 기자와 윤 총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현직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서도 드러난다. 추 장관 취임 후 임명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하는 이 사건의 수사와 관련해 대검이 관련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반대하는 등 제동을 거는 듯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해 공방을 벌이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꼬여가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에서는 윤 총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사퇴 요구까지 잇따른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19일 윤 총장의 거취 문제를 처음 거론한 뒤 사퇴론이 고개를 들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윤석열 제거 시나리오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윤 총장 사퇴 압박에 대한 야권의 공동 대응을 제안하면서 여야 간 정면 대결로 치닫는 것 같아 착잡하다. 검찰이 권력에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해 총장 임기(2년)를 법으로 보장한 점을 고려하면 정치권의 사퇴 압박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되도록 윤 총장 이름을 언급하지 말자"고 자제를 당부한 데 이어 문 대통령도 윤 총장에게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함으로써 거취 논란에 일단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내비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도 갈등 관계를 접고 7월로 예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비롯한 검찰 개혁을 마무리 짓는 데 힘을 합치길 바란다. 또 윤 총장 등 대검 수뇌부는 증언 강요 의혹과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엄정한 수사를 보장함으로써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끝내야 법무부와의 갈등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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