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시대의 거울이다

[연합통신넷=박정익기자] 연극 <여우인간>을 만든 이강백 극작가에 따르면 “옛날부터 여우는 사람을 홀린 악명 높은 존재이고, 더구나 요즘처럼 성형수술이 발달한 시대에는 누가 여우이고, 누가 사람인지 구별할 수 없다. 여우들이 우글거리는 상황에서 제정신으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모두 저질렀던 실수를 또다시 저질러도 그것은 여우 탓이다. 잘못은 사람이 저질러도 여우 탓만 한다는 것이다. 연극 <여우인간>의 마지막 장면에는 여우가 사람에게 정신차리기를 호소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을 되돌아보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시대정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2008년과 2014년의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다

연극 <여우인간>을 준비한 서울시극단은 최근 연극무대에서는 보기 힘든 현실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여우’라는 동물들을 통해 풍자적·희극적으로 풀어놓는다. 이 연극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여우들의 지도자인 구미호가 만든 ‘뫼비우스의 띠’이다. 안과 밖을 구별할 수 없는 뫼비우스 띠는 과거에서 현재, 현재에서 과거로만 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미래는 없다는 말이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이야기 하면서, 시민변혁운동 측에서는 ‘사람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여우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경찰의 입장에서는 물대포에 기절한 사람를 빗대어 ‘지독한 시위자’, ‘잘못되면 니가 책임질 것이냐?’는 직설적인 표현을 하면서 상반된 입장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여우 탓만 하는 것을 묘사한다. 이 후 각 등장인물은 음지에서 일하는 국정원 요원으로, 시민변혁단체원으로써, 도시속에 야생생활이라 표현된 소매치기로, 화장실 청소를 하는 비정규직 미화원으로써 등장한다.

 

2012년 대통령선거 댓글사건을 이야기하고, 시민변혁단체에 있는 등장인물을 통해 야당의 무능, 故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시민운동의 문제를 꼬집는다. 그리고 비정규직 미화원을 통해서 현재 사회구조의 문제점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극에서 나오는 故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과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에 대한 배우들의 합창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구절이 반복된다.

해학과 풍자를 통한 시대를 비추는 연극이라 하지만, 지난 6년간의 사건을 110분간 풀어내는 과정은 상당히 무겁다.

 

연극 <여우인간>은 2015년 3월 27일(금)부터 4월 12일(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홀에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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