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정은미기자] 박근혜 정부 4년간 경찰의 교통범칙금 징수액이 두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현장 단속과 무인 카메라 단속 등을 통해 징수한 교통범칙금과 과태료 규모는 지난해 처음으로 8,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졸음운전 등 안전운전 불이행에 대한 단속은 적고, 과태료를 물리기 쉬운 과속 적발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시민 안전을 위한 교통사고 방지보다는 범칙금 및 과태료 부과 실적 쌓기용 ‘함정단속’에만 힘을 쏟았다”는 자성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성중(자유한국당) 의원이 28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통법규 위반 차량에 대한 경찰의 현장 범칙금 부과는 2012년 175만 건에서 지난해 577만 건으로 2.3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찰관이 현장 단속으로 부과하는 교통범칙금은 두배 넘게 급증했다. 교통범칙금 수입은 2012년 636억원에서 지난해 2,201억원으로 3.4배 증가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만 따지면 1,019억원에서 2,201억원으로 두배 넘게 늘었다.

박 의원은 “경찰은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 교통단속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교통시설 개선사업 예산은 지속적으로 감액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교통사고 잦은 곳이나 어린이보호구역을 개선하기 위한 지역교통안전환경개선사업 예산은 2013년 969억원에서 2014년 414억원, 2015년 306억원, 지난해 229억원으로 해마다 줄었다. 올해 예산도 당초 정부안은 130억원에 불과했으나 국회에서 125억원이 증액돼 255억원이 편성된 상태다.

박 의원은 “국내 등록차량이 2,000만대인데 교통범칙금 과태료 징수 건수가 1,700만건이나 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며 “특히 운수업 종사자 등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과잉 단속을 지양하고,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교통시설개선에 재정을 투입하는 등 실질적인 교통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는 22만∼23만 건 사이를 유지, 사실상 경찰의 교통단속이 크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22만917건 중 가장 많은 56.3%가 졸음운전이나 전방주시 태만 등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했지만, 정작 경찰이 부과한 범칙금에서 차지한 비율은 1.9%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교통사고 중 과속이 차지한 비율은 0.3%에 불과한데도 과태료 부과 건수에서 차지한 비율은 무려 75%에 달했다.

오죽하면 경찰 내부에서도 편의주의에 따른 단속에 반성문을 쓸 정도다. 경찰 내부 의견 그룹인 폴네띠앙 관계자는 “경찰이 교통사고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지 않고 단속이 쉬운 곳에서 함정단속에만 치중하다 보니 정작 교통사고는 줄지 않고 범칙금만 급증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중 의원이 22∼23일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함정단속에 대한 운전자 인식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조사 응답자의 68.9%가 ‘함정단속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함정단속에 문제가 있다는 운전자들은 이유로 ‘안전이 아닌 적발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66.6%) 항목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박 의원은 “교통사고 예방은 뒷전으로 밀린 채 경찰이 재정수입에만 열을 올렸다는 의미”라며 “경찰이 과속 과태료 매기는 데 집중하느라 지역사회 범죄 예방에 소홀하게 되면, 시민이 경찰과 정부의 법 집행을 신뢰하지 않게 돼 냉소주의가 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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